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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뉴스 서비스 시작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모바일 뉴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포털과 소셜 뉴스의 다음 단계는 모바일 뉴스가 될 것이란 것은 이젠 상식의 영역으로 내려왔다. 이런 시대 상황을 반영하듯 모바일 뉴스 관련 연구도 적지 않게 축적돼 있다. 국내외에서 모바일 전문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면서 모바일 바람에 힘을 보태고 있다.

1. 문제제기 및 연구 목적

이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참여 구성원 대다수가 모바일 쪽으로 플랫폼을 바꿀 경우 뉴스 소비방식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또 그 과정에서 탈락하는 계층은 없는지 등을 탐구하려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다.

모바일 바람과 모바일 소외-민속지학적 연구

2.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모바일 뉴스 관련 연구는 많이 축적돼 있다. 모바일 서비스 유형부터 이용자 대상 연구 등 다양한 연구들이 쌓여 있다. 기존 매체의 모바일 전략을 탐구한 논문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모바일 뉴스가 소비되는 현장에 직접 참여해서 관찰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간과 품이 꽤 많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뉴스란 콘텐츠로 한정할 경우엔 더더욱 연구 대상을 찾기 힘들다.

이 연구는 선행 연구의 이런 비어 있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수행됐다. 물론 계기는 있다. 어떤 커뮤니티에 갑자기 모바일 바람이 불면서 내가 소외당하게 된 경험이다. 이와 더불어 내가 참여하는 또 다른 가족 카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됐다.

이 연구는 민속지학적 참여관찰에서 출발했다. 연구 대상은 크게 두 가지 카페다.

  • 전문직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페이스북 비밀 그룹 (이하 A)
  •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참여하는 다음 카페 (이하 B)

두 모바일 그룹 (최근 생성 전문가 그룹과 10년 된 가족 카페)

A는 전형적인 수평 구조를 견지하는 전문가 그룹이다. 적극적으로 참여를 독려하는 한 구성원이 많은 역할을 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평적 참여에 가까운 구조다. 반면 B는 최연장자를 배려하기 위한 커뮤니티로 출발했다. 이후 카페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다소 확대되긴 했지만, 기본 구조는 최연장자로 수렴되는 구조를 가졌다.

"Smartphones", Esther Vargas (CC BY-SA 2.0)
“Smartphones”, Esther Vargas (CC BY-SA 2.0)

3. 연구 결과

두 그룹 모두 모바일 바람이 불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얼리어답터 한 명이 “카톡 방도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한 마디 툭 던진 게 계기였다. 그러자 다른 참여자들이 “그것 좋겠다.”로 화답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초기에는 카페나 페이스북 그룹을 보완하는 플랫폼 정도로 소박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불어닥친 바람은 상상을 초월했다. 변화된 현상을 단계별로 정리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플랫폼 역전 

보조 수단으로 시작된 모바일 플랫폼은 순식간에 메인 플랫폼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모바일 플랫폼은 긴급 공지용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긴급 공지에 각종 대화가 덧붙으면서 콘텐츠 읽는 재미가 급상승했다. 그 여파로 메인 플랫폼인 카페와 페북 그룹을 찾을 필요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플랫폼 역전 현상을 초래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플랫폼 접근 용이성
  •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가능

모바일 플랫폼이 기존 그룹을 잠식하다

2) 메인 플랫폼 공동화

최근 출범한 비밀 그룹 A나 출범 10년 가까이 된 가족 카페 B 모두 참여도가 굉장히 높은 커뮤니티였다. 관심사와 교육 수준이 비슷한 강점(A)과 가족 및 신앙 공동체란 장점(B) 때문이었다. 두 커뮤니티 모두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PC 기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상호작용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모바일 바람이 불면서 상황이 급속하게 악화됐다. 새로운 의제가 수시로 올라오던 A그룹은 카톡방 개설 이후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 빈도수가 뚝 떨어졌다. 책 증정 등 일부 이벤트 관련 글 외에는 썰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기존 글에 새로운 댓글이 붙는 정도 활동이 전부였다. 카톡방을 중심으로 모바일 친화적인 소수들이 새롭게 뭉치는 현상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족 카페인 B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카톡방 개설 이후 카페의 대화 기능은 완전히 상실됐다. 이제 B카페는 결정된 사항을 공지하는 플랫폼 정도로 용도가 제한됐다. 대다수 참여자들이 모바일에서 대화를 하면서 더 이상 카페를 찾지 않게 되고, 그러자 카페에 읽을만한 콘텐츠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찾을 필요가 더 없어지는 빈곤의 악순환 현상까지 발생했다.

"loneliness", lilivanili (CC BY 2.0)
“loneliness”, lilivanili (CC BY 2.0)

3) 모바일 지진아들의 소외 심화 

대다수 이용자들이 모바일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일부 소외 계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B 가족 카페는 가족의 수장인 최연장자가 완전히 소외됐다. 지난 수년 동안 가족 카페 방문을 낙으로 삼았던 이 참여자는 최근 들어 콘텐츠 빈곤 현상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일이 잦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연장자를 제외한 나머지 참여자들이 “의무적으로 글을 올리자”고 독려하긴 했지만, 재미가 실종된 콘텐츠 업데이트는 한계가 있었다.

A 그룹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까지 생기진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그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모바일 참여자들 중심으로 번개가 만들어지는 등 계층화 움직임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모바일 입력이 서툴거나, 바쁜 업무 탓에 수시로 카톡방에 들어오기 힘든 참여자들은 “밀린 콘텐츠 읽는 게 너무 힘들다”는 등의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B카페에 모바일 바람 초기와 비슷한 현상들이 보이고 있다.

4. 결론 및 제언 

이번 연구는 모바일 바람이 기존 플랫폼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작됐다. 민속지학적 방법으로 관찰한 결과 모바일 바람이 생각보다 훨씬 거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접근 및 실시간 대화 용이성이란 장점이 전통 플랫폼의 안정성보다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모바일 뉴스 전략을 놓고 고민 중인 언론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카카오 뉴스란 잠재 경쟁자를 상대해야 하는 포털들에게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 이용자들이 순식간에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할 전망이다.

모바일에서의 뉴스 소비

뉴스 소비가 이원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A, B 두 커뮤니티는 일반적인 뉴스 서비스와 동일시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커뮤니티에서 나타난 ‘모바일 소외’ 계층들을 포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이 연구는 장난삼아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체 글 논조도 ‘장난’에 가깝다. 하지만 장난 속에도 진리는 살아 있다. 그 진리를 쏙쏙 뽑아 먹을 수 있는 통찰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그게 약속 시간을 코 앞에 두고 어설픈 이 논문을 써야겠다는 장난기가 발동한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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