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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정치: 박경미 교수는 어떻게 제자를 표절했나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와 순번이 확정되었다. 그들은 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1번부터 순차적으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25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서는 15번 내외가 당선 안정권이라고 한다. 후보와 순번을 정하기 위한 나름의 기준이 있을 테고 그것은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더민주가 박경미 교수를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운 것을,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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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비례대표 1번은 ‘표절자’ 

박경미 교수는 더민주의 비례대표 후보 1번이다. 홍익대학교 수학교육학과의 교수이고 대중을 위한 수학교양서 시장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이 높다. 더민주는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 영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인공지능의 기본은 수학이라는 점을 고려해 박 교수를 1번으로 모셨다”고 했다. 그런데 1번이냐 2번이냐 하는 상징성보다도 그가 후보가 된 자체가 더욱 문제적이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다루었듯 그는 ‘논문 표절자’다.

우리는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린 많은 이들을 이미 보아 왔다. 학계에서 규정하는 표절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누군가는 인용 부호인 따옴표 하나를 누락해서 표절의 멍에를 뒤집어쓰기도 한다. 자신이 발표한 논문 일부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새로운 논문에 썼다는 이유로, 혹은 내용은 달라도 구성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표절자가 되기도 한다. ‘표절’이라는 단어에서도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박경미 교수의 경우는 가장 악질적인 표절에 해당한다. 그는 자신이 지도한 대학원생의 논문을 그대로 베꼈다.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이 발표되고 불과 3개월 후, 그것의 문장과 문단을 가공하는 일련의 과정만을 거쳐 학회지에 발표해 자신의 연구 업적으로 삼았다.

위와 같이 가장 보편적인 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두 사람의 논문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위의 것이 2004년 8월에 발표된 대학원생의 논문이고 아래의 것이 2004년 11월에 발표된 박경미 교수의 논문이다. 우선 제목부터가 ‘분석’이라는 단어 하나를 생략한 것을 제외하면 그대로 동일하다.

위와 같이 가장 보편적인 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두 사람의 논문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위의 것이 2004년 8월에 발표된 대학원생의 논문이고 아래의 것이 2004년 11월에 발표된 박경미 교수의 논문이다. 우선 제목부터가 ‘분석’이라는 단어 하나를 생략한 것을 제외하면 그대로 동일하다.

가장 악질적인 표절, 어떻게 표절했나 

박경미 교수가 대학원생의 학위논문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절했는가는 별다른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표절’이라는 문구만 잠시 존재하다가 잊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두 논문을 잠시 함께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같은 논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문장, 문단, 구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왼쪽이 대학원생의 논문, 오른쪽이 박경미 교수의 논문이다.

왼쪽이 대학원생의 논문, 오른쪽이 박경미 교수의 논문이다.

두 논문에서는 단어, 문장, 그 내용에 이르기까지 거의 동일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위의 그림을 참조하면 그것이 명료해진다. 박경미 교수는 “표기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표기한다”로 바꾸거나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단의 말미를 “더 명료하게 전달한다고 볼 수 있다”라는 식으로 바꾸었다. 다른 논문으로 보이기 위해 한 최소한의 장치이거나 자신의 문체로, 혹은 학술 논문에 더 어울리는 세련된 문체로 바꾸어 넣는 작업이었다.

무엇보다도 두 논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는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인데 이것 역시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설문조사를 수행한 것이 선행연구자인 대학원생이라고 했을 때, 박경미 교수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그의 연구에서 인용했음을 밝혀야 했다. 하지만 역시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 표본을 서로 뒤바꿔 제시한 것이 전부일 뿐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해석 역시 두 논문이 다르지 않다. 문체만 조금 변용하고는 그대로 옮겼다. 그러면서도 참고문헌에 제자의 이름이나 논문 제목조차 명시하지 않았다.

Tara Chambers, "Thief!", CC BY SA https://flic.kr/p/5hyCh

Tara Chambers, “Thief!”, CC BY SA

석사학위 논문을 쓴 대학원생은 2007년 한겨레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 교수가 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3국 용어 비교·분석, 설문조사 작성 및 진행, 결론 쓰기 등 전체 과정을 혼자서 했다. 박 교수가 사전에 학술지에 싣겠다는 동의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

-한겨레, ‘제자논문 베껴 학술지 기고 드러나’, 2007.1.12.

같은 기사에 따르면 박경미 교수는 “학술지에 일단 투고를 한 뒤 이름을 같이 올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투고한 시점에서 이미 연구 논문은 자신의 손을 떠난다. 학회의 내규에 따라 심사를 받고 그 후에는 게재·게재 불가의 통보만 받을 뿐이다. 해명이라기에는 너무나 궁색한 변명이다.

요약하면, 박경미 교수는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 “용어 비교·분석, 설문조사 작성 및 진행” 등 논문의 핵심적인 자료를 출처 없이 인용했고 그에 따른 해석조차도 단어, 문장, 문단 구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동일하게 베꼈다. 여기에는 제자와의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 그는 그렇게 논문 업적을 한 줄 추가했다.

클리어된 일? 마이너한 것? 

그런데 박경미 교수는 이를 두고 “이미 학교 쪽에 소명이 된 일이고 ‘클리어’된 일이어서 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고, 더민주의 공천관리위원장은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고 내가 보기에 그건 ‘마이너’한 것”이라고 했다. ‘클리어’와 ‘마이너’라는 모호한 단어와 함께 이것은 마치 깨끗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당사자도, 그를 공천한 정당도, 결국 사과하지 않았다.

우리는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많은 비상식을 목도해 왔다. 자격 없는 후보자는 언제나 있었고, 그러한 인물이 당선되는 서글픈 광경도 종종 보았다. 박경미 교수의 논문 표절은 어쩌면 투기, 탈세, 위장전입과 같은 ‘흔한’ 비리와 비교하면 별것 아닌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교수’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연구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과거와 현재의 그 누구보다도 더욱 큰 결함을 지닌 후보자라고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교수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연구하고 강의하는 일이 주된 업무가 된다. 적어도 연구실과 강의실에서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제자의 논문을, 대학원생의 지적재산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나아가 제자의 논문을 강탈하고서도 깨끗함을 말하는 인간이라면 정치권뿐 아니라 그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세금을 덜 내거나 땅을 투기하는, 그런 범법을 저지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 어떤 정당도 이처럼 자신의 근거를 스스로 훼손시킨 이를 비례대표로 추천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더민주 페미니즘 여성

내가 할 수 있는 정치 

이번 총선에서는 모든 ‘의제’가 사라졌다. 그 흔한 민생이라는 단어조차 실종되었다. 대신 진박, 비박, 옥새, 사퇴, 비례 순번, 이러한 자극적인 단어들만 의미 없이 나부낀다. 그 와중에 대학원생이나 시간강사와 같은 ‘대학의 유령’들에 대한 정책은 전무하다. 물론 언제는 누가 관심을 가졌겠느냐마는, 시간강사법 논란이 지난 지 채 몇 달이 되지도 않은 시점이어서 더욱 서글프다.

정치는 정치인에게만 귀속된 단어가 아니다. 자기 주변을 둘러싼 시스템의 실체를 인식하고 그와 마주하는 일은, 그리고 그것을 바꾸어 나가고자 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다. 그러니까, 나를 조금 더 나은 공간에 존재하게 만드는 일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 대학의 연구자였고 시간강사였다. 건강보험을 보장받지 못했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지금은 이런저런 일로 대학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기에도 사람이 있다!’고 소리치고 손을 흔들고 싶다. 그리고 대학원생의 논문을 표절한 교수가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리는 현실에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 이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정치다.

이 글을 쓰는 것이 당장 누군가의 사과를, 사퇴를, 이끌어 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정당들이 대학 문제에 더욱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그 어느 정당도 자신의 자리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이들을 더는 용인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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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309동 1201호
초대필자. 대학강사

지방대 시간강사, 인문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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