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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훈의 위키트리 대표는 ‘소셜미디어시대 보고 듣고 뉴스하라‘라는 책을 썼다. 2010년 말에 나왔는데, 당시를 떠올려보면 한국에서 트위터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덩달아 페이스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다. 책의 내용은 참 좋았다. SNS와 뉴미디어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참고가 되었다.

책이 좋으면 책을 쓴 저자에 대한 호감도 오른다. 나는 저 책을 구입한 뒤 후속 저서가 나오면 연이어 살펴보았고, 저자의 강연도 4번 정도 참석했다. 내가 그린 공훈의에 대한 첫 이미지는 이랬다.

‘열정 있는 혁신가 그리고 저널리스트’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느낌을 받았다.

‘몽상가 그리고 사업가’

자본주의 시장에서 사업가는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처음과 다른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이 긍정에서 부정의 방향으로 흘렀다.

그리고 어제 위키트리 5주년 강연회를 다녀왔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다. ‘아 위키트리는 이제 더 이상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볼 사이트가 아니구나.’ 그 이유는 이렇다.

위키트리 공훈의 대표 | 사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제공
위키트리 공훈의 대표 | 사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제공

디지털 네이티브에 대한 맹신

공 대표는 10대와 20대와 같은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의 경우 디지털 리터러시 및 디지털 활용능력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대단히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 단언했다. 또한 집단지성에 대한 굳은 믿음을 보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 디지털 네이티브가 기성세대보다 월등하게 뛰어나거나 디지털 리터러시가 더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조사 결과에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집단지성은 또 어떤가? 물론 몇 가지 성공사례를 들 순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례가 우리 사회를 바꿀 만큼 엄청나게 큰 영향을 끼쳤다거나 지속성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주변을 잠깐 돌아보자. 소설 ‘멋진 신세계‘의 풍경과 유사해 보이지 않나?

위키트리는 언론이 아니라고?

공 대표는 위키트리가 언론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들은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하는 플랫폼이라고 한다. 여기에 미디어는 소통의 인프라가 아니라 유통의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아 이것은 요즘 떠오르고 있는 네이티브 광고의 유통방식이 아닌가. 물론 공 대표는 네이티브 광고란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위키트리는 네이티브 광고를 통해 돈을 벌겠다고 말이다.

아마존의 사장인 제프베조스 이야기도 들려줬다. 공 대표의 생각으로는 제프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산 이유는 저널리즘을 위해서가 아니란다. 진짜 이유는 상품의 바이럴 스트리를 만들기 위해서란다. 일부 동의한다. 나도 매스미디어는 20세기라는 유례없는 고도성장 시대에 탄생한 독특한 모델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저널리즘이 가지고 있는 공적기능은 단순히 낡아빠진 과거의 유산만이 아니다. 그래도 전직 기자였는데 돈벌이가 안 된다고 이렇게 저널리즘을, 언론을 외면할 수 있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문득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시민케인

저작권이 소멸한다고?

공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저작권이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로 든 책이 UN미래보고서이다. 나도 좋아하는 책이다.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수준이다. 미래예측 이 100% 가능하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우울한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stateofthefuture

한국에서의 과한 마케팅도 논란이다. 제목만 보면 UN에서 발표한 책 같지만 사실은 독립된 싱크탱크에서 나온 책이다.

하지만 가장 충격받았던 부분은 어제 공 대표의 발언 중 그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었다. 위키트리는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는단다. 위키트리에서 만든 콘텐츠를 보고 다른 언론사에서 가져가고 있지만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서.

여기에는 숨겨진 말이 하나 있다.

위키트리 역시 저작권과 상관없이 남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위키트리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지만 그 비판의 중심은 단연 저작권이다. 위키트리는 남이 만든 콘텐츠를 출처도 밝히지 않고 쓰거나 사전 공지 없이 그냥 퍼다가 쓰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니까 공 대표의 저 발언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게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저작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들 그렇지 않나? 우리 콘텐츠 그냥 가져다 쓰더라. 게다가 UN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저작권이란 개념은 조만간 소멸될 예정이다. 그러니 저작권 같은 게 무슨 대수겠나.’

사사로운 술자리도 아니고 5주년 강연회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매체의 대표라는 사람이 한 말에 그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저작권이 앞으로 사라질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저작권은 법의 영역에 있고 위키트리는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된 언론사다.

위대한 구글 번역?

공대표는 언어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구글 번역과 같은 최첨단 서비스로 인해 말이다. 구글 번역은 물론 좋은 서비스다. 외국어 실력이 부족한 나도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 대표의 말과는 달리 구글 번역은 과거에만 맹구였던 게 아니라 여전히 맹구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쉽사리 알아보기 어렵다. 아주 단순한 의미파악 정도라면 모를까. 나 역시 구글의 무서움과 구글 번역이 날로 발전하고 있음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직은 아니라는 거다.

구글 번역 캡쳐
구글 번역 캡쳐

황당했던 부분은 위키트리가 구글 번역 API를 이용해서 외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확도는?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 단지 그쪽에서 유입이 어느 정도 있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유입을 보면 정확도를 알 수 있다나?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특히 뉴스를 다루고 있는 매체에서 부정확성만큼 치명적인 게 또 어디 있겠나.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이걸 어떻게 그렇게 나이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열려있는 조직 위키트리?

질의응답시간에 누군가가 물어봤다. 현재 흥미 위주의 뉴스가 더 노출되고 있고 정작 필요한 기사는 외면받고 있는데 위키트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잘못된 정보의 확산에 대해 자정작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 가지고 계시나? 하고 말이다.

공 대표의 대답은 무척 심플했다. “위키트리는 열려있습니다”

저 단순한 대답에서 내가 이해한 바는 이랬다. 위키트리는 열려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 어떠한 정보라도 일단 노출하고 또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또 노출한다. 그에 대한 판단은 똑똑한 디지털 네이티브가 알아서 할 것이고, 집단지성에 의해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이니 큰 걱정할 필요 없지 않나.

내가 이해한 바가 맞다면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온라인의 특성상 한 번 공표되거나 또는 사람들에게 회자된 내용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정정된 사실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생 바뀐 사실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처음에 잘 못 알았던 내용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이걸 수정이나 기사고침의 형식이 아니라 그때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그저 쏴주면 끝인가?

내 생각엔 그건 일종의 직무유기며 독자에게는 노이즈일 뿐이다. 대중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고, 정보의 습득과 처리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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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1. Social Media, WikiTree, Digital Native, Digital Literacy, Mass Media, Infra((Infrastructure), Contents, API, and Naive, Noise … 대중은 생각보다 똑똑치 않다고 생각하시면서 글은 왜 이렇게 쓰시나요.

  2. 순댓국님은 국민 혹은 대중을 가르치고 교화해야할 존재로 보시는 대목이 보여 그걸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내가 아는 것이 모두 옳다는 생각에 빠지면 그것은 늘 교만과 착오를 일으킵니다. 내가 배우고 들은 심지어 경험한 것조차 불완전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귀를 열고 들을 수가 있습니다. 위키트리는 열려있다는 공대표의 말, 그것보다 더 확실한 매카니즘은 없어보입니다.

    대중은 생각보다 똑똑치 않다는 말씀을 우리는 생각보다 똑똑치 않다로 생각하신다면 공대표의 말들이 다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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