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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2014년 7월 22일, 전남 순천에서 40여 일 전에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회장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세월호의 실소유주로서 참사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유병언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국민을 황망하게 하였고 더불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유병언 시신 노출한 86건 삭제/차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 사진을 노출한 정보 총 86건을 ‘사람에 대한 육체적 고통을 사실적·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잔혹 또는 혐오감을 주는 내용’임을 이유로 시정요구(삭제, 접속차단) 의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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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시신 사진은 시신이 사망한 지 채 20일이 안 되었다는 경찰 발표보다 시신의 부패 정도가 너무 심하게 진행되었다는 점, 상의가 말려 올라가고 다리가 곧게 펴져 있어 인위적인 개입을 의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시사하고 있다.

합리적 의혹과 토론마저 ‘삭제’, ‘차단’

게시자들은 대부분 단순히 이미지만을 게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날카로운 분석과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을 병기하고 있으며 여러 이용자와 댓글로 토론을 나누고 있는데, 이 역시 모두 삭제 조치되었다.

국민이 사회적 이슈를 직접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할 자유, 그리고 이를 통한 알 권리의 실현과 연결되는 가치 있는 정보들을 단순히 ‘혐오’스럽고 ‘유해’하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부당한 처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

○ 하남신 위원
– 한 말씀만 더 올리겠습니다. 지금 비유를 하셨는데 유튜브에 ‘19금’ 한 번 쳐보십시오. 지금 우리 위원회에서 지금까지 심의하고 걸러져야 할 내용들이 다 나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검색어로 ‘사체’ 이렇게는 안 쳐봤습니다만 그렇게 나온다니까 나올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 위원회가 하는 일이 본질적으로 무엇입니까? 모르는 건 할 수 없지만 아는 이상 제재를 가하고 규제를 해서 인터넷 유통질서를, 인터넷 콘텐츠를 건전하게 유지시키고 정화시키는데 우리가 일조를 해야 된다는 게 우리 위원회의 존재이유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최소한 저 건은 분명히 우리가 무언가 규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근한 예로 우리 윤 위원께서 말씀하신 알 권리, 한 장의 사진이 가진 의미, 여러 사람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그런 측면도 있으나, 큰 틀에서 봤을 때 과연 저 사진이 우리 정서와 상식으로 봤을 때 오늘 저녁 텔레비전뉴스에 나갈 수 있겠습니까? 저 사진이 저대로? 저대로 나갔을 때 이 나라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사회적 논란과 문제제기가 없겠습니까? 저 사진이 예를 들어서 나갔을 때, 우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대상이 안 되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는 우리가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인터넷 방송이라고 하는 매체가 방송의 이유를 나름대로 댔습니다만, 다른 형태의 선정주의입니다. 인터넷매체의 선정주의에 입각한 폭로이지, 그러면 다른 인터넷 매체는 저 사진을 왜 안 싣고 있겠습니까? 나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싣고 있는 곳이 있습니까? 다른 곳?

출처: 제4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2014년 7월 24일) 중에서

본 시신 사진은 적용된 심의규정 그대로 ‘사람에 대한 육체적 고통을 사실적·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정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본 규정은 문리적으로 해석하여 생명 경시로 이어질 수 있는 과도한 가학·피학적 행위를 선동하거나 미화한 표현물에 적용됨이 옳다.

‘잔혹’, ‘혐오’라는 추상적 이유로 공적 의제 규제?

시신 사진이 잔혹하다고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규제될 수 있다면, 광주 5·18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 민주화 운동 열사들의 시신 사진, 퓰리처상 수상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 전쟁 현장의 사진 등 사회 고발적 메시지가 있는 이미지들 역시 본 규정을 이유로 인터넷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결과가 심의규정의 취지라고 볼 수도 없다.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검색어: 퓰리처상)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검색어: 퓰리처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의규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혐오성’, ‘잔혹성’, ‘유해성’ 등의 개념은 판단주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인데,이러한 개념을 심의 기준으로 하여 행정기관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자의적인 해석을 통하여 남용할 위험이 있어 위헌의 소지가 크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2012년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대상 정보인 “불건전정보”는 “정보통신망법 규정이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정보 또는 그와 유사한 것”이어야 함을 천명하였다. 이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법 해석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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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견 반대 규제 시도로 변질 가능성

이와 비슷하게 지난 4월 29일 제29차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는 세월호에서 수습한 희생자의 시신이 깨끗하였다는 취지로 시신의 일부(발 등)를 노출한 프랑스 방송 동영상을 링크한 정보 역시, 동 규정을 근거로 삭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신고인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유언비어 유포 등의 우려를 이유로 신고하였는데, 사무처가 해당 규정을 인용하여 삭제 건의를 한 것이었다.

당시 2기 통신소위원회에서 몇몇 위원의 반대로 삭제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재난·사건 현장의 각종 이미지를 통한 고발성 글들에 대하여, 심의규정의 추상적 기준을 적용해 사실상 정부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 표명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 하남신 위원
– (전략) 현실적으로 수사기관이 최근 40여 일 동안 수사를 하면서 완전히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완전히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있는 것은 현실적인 상황입니다만 그 수사기관들에게 당신들 더 이상 수사할 자격 없소, 국민대표가 가서 수사하겠소, 이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불만스럽고 미흡한 것도 사실이지만, 밉든 곱든 우리 국가기관의 공권력을 우리가 인정하고 기다려보고 그 결론에 따라 성실하게 보도하고, 그래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언론이 의문을 제기해서 계속 더 성실한 수사, 완벽한 수사를 촉구하고, 이것이 언론이 할 일이지 이것이 아직 초기에 궁금하고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 않다고 해서 저렇게 혐오스럽고 정말 잔인한 구더기 들끓는 사진을 여과 없이 보내는 것이 과연 언론이 할 일이냐, 저는 절대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는 건데, 단호하게 말씀드리면 저도 전직 언론인으로서 3년을 봉직했던 사람으로서 제 양심이나 상식이나 경험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출처: 제4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2014년 7월 24일) 중에서

국민들 의혹만 키우는 방심위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이와 같은 조치로 국민들의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첫 시정요구인 제41차 의결은 24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유 전 회장의 시신 사진의 유포를 확인하고 경위를 수사 중이라는 발표와 함께 통신소위원회의 긴급안건으로 상정되어 15건이 처리된 것인데, 불법정보가 아님에도 단순히 잔혹·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긴급안건으로 처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사기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정도로 불만스럽고 의혹은 가라앉지 않지만 의혹투성이 시신의 사진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은 절대 안 돼?!

또한, 본 안건 심의과정에서 삭제에 찬성한 위원 중 일인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정보’이기 때문에 규제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발언하기도 하였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수사 공권력에 대한 비판과 의혹 제기를 차단하기 위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무리한 심의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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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사람은 오픈넷에 문의하시라

이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부당한 시정요구로 자신의 게시물을 삭제, 차단당한 이용자들은 오픈넷에 연락하면 손해배상 및 행정소송에 있어 무료변론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관련 법령을 개선하기 위한 헌법소송에도 참여할 수 있다.

연락처

  • 전화: 02-581-1643
  • 이메일: master@opennet.or.kr

참고로 오픈넷은 2014년 10월 31일, 고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 사진을 포함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 “서울의 소리”의 기사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삭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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