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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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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키우는 자가 너를 파멸시키리니.”

첫 장을 넘기자마자 부모를 버리라는 작가의 말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읽다 보면 훈훈하게 마무리하겠지 했으나 착각이었습니다. 시종일관 그는 분노하고 호통치며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마치 참다 참다 더는 못 봐주겠다며 화를 내는 가족 같다고 느껴진 것은 책을 다 덮고 난 후, 표시해 둔 페이지의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부터였습니다. ‘세상은 절대 편한 곳이 아니야. 지금부터라도 당장 혼자 어떻게든 잘 버티며 살아가겠다고 생각해야 돼. 집을 얼른 떠나서 독립해. 회사에서 노예로 지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도 마. 국가는 널 위해 존재하거나 보살펴주지 않아. 신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넌 혼자야. 그래도 너한텐 자유가 있으니 멋대로 살아보란 말이야.’ 아마 정리해보면 이런 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정신적인 독립이 아직 안 된 저로선 그의 문장 하나하나가 비수처럼 꽂혔지만 분명 꼭 필요한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을 땐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라며 독하게 내뱉고 다시 시작하는 것.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우선 저자 소개부터 시작합니다.

저자 마루야마 겐지는 1943년 나가노 현 이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4년부터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가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1968년에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으며,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집필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 최근 소설 《원숭이의 시집》 《잠들라, 나쁜 아이여》를 냈고, 산문집으로는 《시골 생활에서 살아남는 법》 《당신의 젊음을 죽이는 적들》 《그렇지 않다면 저녁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울 리가 없다》가 있다. 사진문집 《초정화전草情花傳》과 동일본대지진 피해지 르포 《목걸이를 풀 때》도 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 쓴 글을 재구성한 《분노하라, 일본》 등이 있다.

이 책을 볼까 말까. 좀 더 자세히 이 책을 살펴볼까요? ‘오늘의 책 미리 읽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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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ge. 46 2장 가족, 이제 해산하자

직장인이 되기 위해 태어났는가. 직장인의 처지란 노예 그 자체라는 것을 모르는가. 누가 강제로 끌어가는 것도 아니고, 법률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스스로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가. 제정신인가. 직장인의 세계를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가. 마음 편하고 안정적이며, 먹고 살 걱정은 없는 무난한 곳이라고 정말 믿는가. 만약 그렇다면, 왜 그렇게까지 느긋한 인생에 매료되는가. 자기 안에 다양한 능력과 가능성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처음부터 그렇게 매가리 없는 생활을 추구하는 것인가. 정말 이 세상을 살고 싶기나 한 것인가. 사실은 죽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Page. 64 3장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불합리에 대한 분노를 포기한 인간은, 저항의 정신을 내던진 인간은, 인간임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스스로 포기한 어리석고 우매한 자에 불과하다. 이치가 그러한데, 아직 청춘의 한창 때를 보내고 있으면서도 이미 죽어 있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가. 허황된 이미지나 좇게 하는 인터넷 세계를 전부라 여기고, 아주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즐거움으로 뻥 뚫린 마음을 메우려 몸부림치는 젊은이들의 허망하고 기이한 나날들.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싸움을 피하면서 잇달라 밀려오는 불안을 어떻게든 외면하려는 그들의 무의미한 생활. 인간의 특권인 언어를 포기하고 유아적인 감정을 성적으로 덧씌웠을 뿐인 어른으로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 숨을 죽인채 시궁쥐처럼 두리번거리기만 하고, 자신과 직접 관계없는 일은 돌아보지 않거나 없는 일로 치는 소극적인 삶의 모습. 불끈거리는 혈기와, 극적인 사상을 꿈꾸는 불온한 감정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정신의 갈등은 다 어떻게 한 것인가.

Page. 77 4장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그러니 자립의 정도가 그것을 결정하는 셈이다. 자립에 반하는 삶의 방식은 곧 명석함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자립이란 인간이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충분히 곱씹은 후, 강한 인간을 지향하면서 과감하게 분투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독서와 우애, 교양만으로는 그 왕도를 터득할 수 없다. 혼자 힘으로 이 가혹한 세상을 끝까지 살아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강하고 굳은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몇 번이나 말하는데,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그런 시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없을 것이다.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렇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생겨난 얄팍한 환영에 불과하다. 끊임없이 긴장하고, 그 긴장감에서야말로 살아 있음과 사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Page. 128 6장 신 따위, 개나 줘라

영험하다는 장소를 기웃거려 봐야, 또 그곳에서 머물려 장시간 명상에 잠겨 봐야, 갑자기 정신력이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사그라지던 생기가 되살아나는 것도, 무거운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자신의 생활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몇 시간이나 자는지, 어떤 것을 먹고 사는지, 의식은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그런 자잘한 것들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를 일일이 파악하고, 어떤 부분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지를 알아내서 고쳐 나가야 한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처리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 일도 타인에 의지하지 않고, 모두 자기 힘으로 해 나가야 한다. 습관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 잠재 능력의 위대함을 깨닫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본래의 모습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Page. 137 7장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사람은 돈과 명예에 약하다. 너무 약하다. 그리고 불안과 공갈에도 약하다. 너무 약하다. 이런 이치를 터득한 그들과, 사회적 지위와 두뇌로 그들에게 협력하고 공헌하면서 떡고물을 얻어먹는 수치스러운 무리의 분투로 인해, 나머지 대다수 사람은 감쪽같이 속도 이용당하고 바보 취급을 당하면서도 열심히 일해 세금을 바친다. 국가 구조의 핵심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 하기는커녕 하라는 대로 따른다. 반기를 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평생 그 비참한 처지에 안주하다 쥐꼬리만 한 연금을 받아들고는 고마워하며 사회 한 모퉁이에서 조용히 죽어 간다. 게다가 법에 저축될 만한 일은 절대 하지 않고 오직 성실하게 살면서 노력을 거듭한다. 그래도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은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고 운이 따르지 않은 탓이라 여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주위에 널려 있는 것을 위안 삼아 답답함을 억누르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기는 할지언정, 국가의 존재 양식에 문제가 있다는 발상은 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여전히 국가는 자신들의 것이라는 잘못된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무리 일해도 해결되지 않는 생활의 문제점을 기껏해야 투덜거리고 불만을 터뜨리는 거리고 삼는 정도다. 그렇게 착각 속에서 속고만 살다가 한심하게 인생을 마감한다.

Page.175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고 이런저런 고민도 해 보지 않았는데, 거의 아무런 근거 없이 단순히 이미지만으로 나는 이런 인간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오류의 근원이다. 자신 속에 어떤 보물이 잠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도 모른다. 그 보석이 하나뿐이라고도 할 수 없다. 몇 개가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대단한 것이다. 평생을 들여 그 보석의 원석을 갈고닦을 수 있느냐에 삶의 진가가 있다. 그 외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무의미한 인생이다. 그러니 이제 싫고 좋음이나 자기류의 해석은 모두 무시하고, 온갖 일에 도전해 보면서 자기 안에 소리 없이 숨겨져 있는, 곤히 잠들어 있는 재능을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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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거리 님 : 70이 넘은 노작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나태하고 안일한 내 삶을 각성시키고, 어떻게 사는 게 재대로 된 것인지를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준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몇 번 곱씹어도 최근에 이보다 통쾌한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jhnha님 :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정신없이 읽어내렸다. 며칠간 여운을 두고나서 천천히 다시 읽어보련다. 간만에 가슴뛰게 하는 책을 만났다. 오직 ‘나를 중심으로 용기를 갖고’ 살아가도록 부추기는 글들. 대단하다.

수다맨 님 : 이 괴팍한 양반은 개인주의자이자 (한편으로) 귀족주의자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진짜’ 개인/귀족주의자다. 좌우의 이념이나 사유의 깊이를 떠나서, 나는 ‘가라’가 없는 인간과 글을 최고로 친다. 그 점에서 마루야마는 신뢰할 만하다. 똥 같은 허위나 가식을 문장에 처바르지 않는 드문 작가다.

어른애 님 : 내가 찾던 독한 힐링 책! 이 책을 읽고 위로 받았다고 하면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이 마흔에 이렇게 독한 인생론은 처음 접한지라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내가 접한 교육에서나 이제껏 만나온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 따라 직장인이 되지 마라.” “비록 캄캄하지만 온갖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인생을 헤쳐 나가는, 설레고 두근거리는 참 맛도 숨기고 있다. 이런 미래를 안정이라는 따분한 이름에 매달려 허비 하려는가. 자신에게 잠재된 능력을 조금도 개척하지 않고 끝내는 생애에 어떤 의의가 있다는 말인가.”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퇴직하는 날까지 몇 십 년을 고스란히 직장에 빼앗기는 것이다.” “한 치 앞은 어둠이고 빛이기도 하다. 어둠에 내던져질지, 빛으로 뛰어들지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인생을 타자에게 맡기는 타율적인 삶 속에서는 절대 빛을 얻을 수 없다.”

한마디로 급이 다른 독설인데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는다. 날카로운 바늘처럼 몸 여기저기를 찔러대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한 체증이 한번에 뚫리는 것처럼 통쾌하기까지 하다. 세상이 반전돼 보인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현실의 장막이 한 꺼풀 벗겨진 느낌이랄까. 이제까지 한쪽에만 편향되었던 가치관이 비로소 무게중심을 찾았다고나 할까. 세상이 정한 대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한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쉽게 포기해버리는 분들이 꼭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아마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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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생. 일흔이 넘은 나이의 작가. 내가 일흔이 넘어가는 순간이 오면 난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고 타협만을 반복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본다면 나 역시 작가처럼 호통치고 독한 말을 내뱉게 될까.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새마을호 기차 칸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잠도 잊은 채 쉬지 않고 읽어내려 갔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참 독하다 싶은데도 다 읽고 나서 표시해 둔 글을 보며 기운이 나고 위로가 되는 건 저뿐일까요? 어른들 말씀 중에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던데요. 오늘은 일흔이 넘은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독한 인생론을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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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재본은 가로수길서점 원문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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