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대병원 간호사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이 읽는 책들의 흔한 소재로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하는 충신들이나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들을 읽으면 나도 옳은 일을 위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저는 스스로 옳다고 믿는 선택을 했었고, 그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할 수 있구나,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 기분을 맛본 뒤로는 제 인생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우공이산입니다. 옛날에 중국의 우공이란 노인이 큰 산으로 북쪽이 가로막혀 사람들이 불편해하자 그 산을 옮기기로 마음먹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그를 손가락질할 때 우공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 비록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내가 죽으면 아들이 남을 테고, 아들은 손자를 낳고. 이렇게 자자손손 이어 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저 산이 평평해질 날이 오겠지." 언젠가는 폭력과 차별이 없는 세상이 오겠죠? 그 앞에 놓인 산이 아무리 크다 한들 내가, 내 아이가 조금씩 조금씩 치우다 보면 저 산이 평평해 질 날이 오리라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