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는.

  • 2012년 3월26일에 창간한 대안언론입니다.
  • 속보 경쟁의 이면을 돌아보고 느리더라도 깊이 있게 구조와 본질에 집중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 민노씨와 써머즈, 이정환, 캡콜드, 강정수, 펄, 아거, 들풀, 뗏목지기, 예인, 필로스, 제라드, 노모뎀 등의 블로거들이 패스트 뉴스의 대안을 고민하면서 수많은 토론과 논쟁 끝에 직접 대안 언론을 만들어 보자고 뭉쳤습니다.
  • 거슬러 올라가면 프로젝트 ‘인터넷 주인 찾기’와 팀 블로그 ‘블로그래픽’부터 시작된 모임이었죠. 웹의 본질과 공론장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슬로우뉴스에 녹아 있습니다.
  • 지난 11년 동안 슬로우뉴스에 글을 쓴 필진이 500명이 넘습니다. ‘오터레터’의 박상현님이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김민섭님도 슬로우뉴스 필진이었죠. 한때 월 페이지뷰가 200만 뷰에 육박할 정도로 북적거릴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동력을 잃었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처음의 창간 정신으로 돌아가 방향을 바로 잡고 슬로우뉴스 2.0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왜 슬로우뉴스인가.

  • 한국에서 쏟아지는 기사가 하루 10만 건에 육박합니다. 뉴스를 비롯한 정기 간행물이 2만 종이 넘죠. 우리는 이 가운데 몇 건의 기사를 읽을까요.
  • 우리는 하루 350번 정도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90미터 정도 콘텐츠 스크롤을 하는데 대부분을 훑어보면서 흘려 넘깁니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데 0.017초가 걸린다고 합니다. 콘텐츠 한 건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26초 정도입니다. 끝까지 읽는 독자는 5%도 채 되지 않습니다. 소셜 미디어 게시물의 56%는 읽지도 않고 공유됩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뉴스가 아니라 본질을 짚고 구조를 읽는 맥락과 통찰입니다. 언제나 사실은 빛의 속도로 쏟아지고 사실과 사실이 맞물리면서 의미를 더하고 확장합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뉴스에 질식할 지경이죠. 포털에서 뭔가를 검색하면 수많은 잡음 가운데 진짜 필요한 정보를 어렵게 골라내야 합니다. 어떤 정보가 더 믿을 수 있고 가치 있는지 확인하고 검증하는 게 갈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 우리는 언론이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진실이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언제나 사실이 진실을 구성하지만 사실이 곧 진실은 아니고 취사선택된 편집된 사실이 진실을 배반하는 경우도 많죠.
  •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는 기대와 희망, 그리고 확신이 필요합니다. 저널리즘은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기 원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회의 퇴행을 막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성찰을 불러 일으키는 게 언론의 역할이죠.
  •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좀 더 건강하고 정의로운 언론을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 슬로우뉴스 2.0을 여는 키워드는 맥락과 통찰과 해법입니다.
  • 세 가지 실험을 시작합니다.
  • 첫째, 아침마다 컨텍스트 레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끊임없이 무엇이 중요한가 질문을 던지고 의제를 다시 설정해야 합니다.
  • 둘째,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만듭니다. 뉴스를 종과 횡으로 엮고 구조를 드러내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 셋째,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고 계속 반복됩니다. 한 칼에 얽힌 매듭을 자르는 해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법은 좋은 질문에서 출발하고 좋은 질문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가능합니다.
  • 계속 고치고 보완해 가면서 느리지만 정확하게 본질과 구조를 고민하면서 가겠습니다.
  • 슬로우뉴스의 열린 저널리즘은 여전히 핵심 경쟁력입니다. 기고와 제안, 토론과 반론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슬로우뉴스 창간 11주년을 맞아,
2023년 3월26일, 슬로우뉴스 대표 기자 이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