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toc][box type=”note”]열정페이. 열정(熱情)과 페이(pay)가 결합한 이 신조어는 열정에 대한 정당한 보답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정반대 즉, 청년의 궁박한 처지를 빌미삼은 ‘착취’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슬로우뉴스는 열정페이가 사라지는 날까지 주요 경과를 슬로우백과에 꾸준히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box]
의미
“열정 삥뜯기”
고용주에게 정당한 임금을 받는 대신 자신의 열정만을 착취당한다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특히 교육과 노동이 혼재된 과도기 노동(인턴, 수습, 실습)에서 생겨나는 청년층의 저임금 노동 착취를 상징적으로 일컫는 표현이다. 2010년대 이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만 15~29세의 청년 82만 9,000명 중 21.2%(5명 중 1명꼴)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직장생활 시작한다(2014년 1월 통계청). 이는 2008년(11.2%) 대비 약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인턴·수습 등의 명목으로 불안정한 형태로 채용한 뒤, 상시적 업무을 수행하도록 하면서 정식 채용(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계속된 선별과 재선별의 과정(‘취업 이후의 취업활동’)을 강제하는 양상이다.
원인
고용없는 성장
고용 감소와 비정규직 확대에 따른 일자리의 질적 저하가 주된 원인이다. 1990년 전산업 평균 10억 원당 72.2명이던 우리 경제의 취업유발계수는 2012년 13.2명으로 급감했다(약 20년만에 1/6 수준으로 감소). 더불어 기업은 노동유연성과 비용절감 위해 저임금, 중노동의 비정규직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유형
스펙 노동
이력서에 ‘한줄’ 경력을 넣기 위한 (무급/저임금) 인턴 노동 (예: 희망제작소 무급인턴 논란)
직업체험형 인턴십의 경우 명확한 제도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다만 2012년 고용정보원이 전문대졸 이상 18,2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3.8%(2,526명)가 졸업을 전후하여 민간기업·공공기관 등에서의 인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수습생, 교육생 노동
정규직을 미끼로 한 수습생 혹은 교육생 형태의 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노동 (예: 위메프 고용 갑질 사건, (주)이상봉 열정페이 논란)
“근로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을 두어 근로 관계 계속 여부를 최종결정하는 제도를 의미하는 ‘시용(試用)’과 유사하지만,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근로 관계의 지속이 담보되는 시용 제도에 비해, 과도기 노동영역에서 드러나는 ‘필터링’의 양상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
– 청년유니온, ‘2015 청년 과도기 노동 당사자 증언대회’ 중에서
수습생이나 교육생 형태를 띤 과도기 노동은 영화, 예술, 디자인, 미용 분야 등 이른바 ‘도제식 교육’의 관행이 남아 있는 분야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현장 실습
학생의 직업역량 향상을 위한다는 ‘교육’ 목적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의 필수로 포함된 현장에서의 업무 체험을 의미한다.
교육의 일환으로 현장에서 노동한다는 점에서 과도기 노동의 전형적인 양상이라 할 수 있다. 그 명칭은 현장실습 외에도 산학협력, 직업체험, 산학실습 등으로 다양하지만, 정규교육과정의 일부이며 학점 취득, 졸업자격을 따기 위해 필수라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기관-학생-사업장 사이의 3자 양상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점에서 인턴(수습)-사업장 2자 간 계약의 과도기 노동 유형과는 다르고, 어느 정도 법적, 제도적 근거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여타의 과도기 노동과도 구별된다. (예: 광주 기아차 실습생 뇌출혈 사건)
주요 사례
희망제작소 무급 인턴 논란 (2011년 3월)
2011년 3월 21기 인턴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희망제작소는 ‘주5일 근무자’, ‘지방 출장 가능자’를 우대한다고 명시하였고, 기존에 2개월 4개월이던 기간도 시범적으로 6개월로 활동 기간을 연장해 진행하였다. 하루 활동비는 점심값 5천 원이었다.
박원순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기본적으로 비영리단체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곳”이라며 이 논쟁을 일축했고, 이런 박씨의 주장이 네티즌 논란에 다시금 불을 지핀 상황이다. – 데일리안 기사 중에서.
“우리는 월급은 주지 못하지만, 꿈을 주고 비전을 주고 사랑을 줍니다”(박원순) –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재인용
- 참고로 현재 원순닷컴에서는 해당 발언을 확인하기 어렵거나 불가능 (삭제 혹은 검색 불능)

광주 기아차 특성화고등학교 실습생 뇌출혈 사건 (2011년 12월)
2011년 12월 17일, 광주 기아차 공장에서 현장실습 명목으로 근무를 시작한 지 4달이 된 특성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김 군이 퇴근 후 뇌출혈로 쓰러졌다.
근로기준법상 미성년자의 최대 근무 시간은 주당 46시간이지만, 김 군은 주말 특근, 2교대 야간 근무까지 투입되는 등 주당 최대 58시간까지 일하다 결국 뇌출혈로 쓰러졌다. 김 군은 사고 후 1년이 지난 2012년 12월에야 겨우 산재승인을 받았으며 아직도 뇌사 상태다.

청년유니온, 미용실 실태조사 (2013년 2월)
2013년 2월, 청년유니온이 5대 주요 미용실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전국 총 198곳의 미용실 매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용실 스태프는 노동자가 아닌 교육생이라는 명분으로 평균 2,971원, 당시 최저임금인 4,860원의 60% 정도에 불과한 시급을 받았다.
이들은 일주일 평균 64.9시간을 일하고 월급으로 평균 93만 원을 받았다. 미용실 스텝들은 디자이너가 되기 전까지 통상 3년 정도 이러한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용실 약품으로 인한 피부질환, 온종일 서 있다 보니 생기는 하지정맥류 등을 치료하는 비용도 모두 스태프들의 몫이다.
동부생명 인턴생 자살 사건 (2013년)
정규직 채용 연계형 인턴과정을 수행하며 영업 업무를 하던 최 씨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최 씨는 월 100만 원 남짓의 기본급과 영업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았으며, 정직원으로 전환되기 위하여 정직원에 맞먹는, 때로는 그 이상의 업무 강도에 시달려 왔다. 최 씨와 같은 고용형태로 동부생명 인턴과정을 거쳐 정규직 전환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청년유니온은 밝혔다.
주미한국대사관 무급인턴 구인 공고 (2013년 12월)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능통해야 하는 등 지원 조건이 까다롭고 자료 통·번역, 행정 업무 등 실제 업무에 투입되지만, 급여는커녕 숙박과 교통비마저 지원되지 않았다.
청년유니온, 호텔 현장실습 노동자 실태 조사 (2014년)
2014년 대학의 호텔, 관광, 조리, 외식, 식품 관련 학과와 연계하여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는 81개 업체에 대한 청년유니온 조사 결과, 실습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59개 업체가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현장실습생들에게 지급하는 실습비는 월평균 351,993원에 불과했다. 월 실습비가 50만 원에 미달하는 비율은 전체의 81.36%에 달했다. 실습생들의 평균 시급은 1,684원으로 2012년 최저임금 4,580원 대비 36.77%에 불과했다.
“업무는 라운지에서 음료 같은 거 비워져 있으면 채워 넣거나, 그릇 닦는 거? 손님 응대하고 뷔페 같은 타임에는 그릇 치우는 것까지 다 했고요. 약간 패밀리레스토랑 아르바이트 같은데… 손님 응대는 그냥 물어보시는 거 알려드리는 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다 기물관리나 식기관리 같은 거였어요. 호텔 매니저 하는 말이, 어차피 너희들 음식 만드는 거 못 배우니까 기대하지 말고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하다 가라. 이러시는데 기가 막혔죠.” (호텔 현장실습 경험자. 여성 23세)
“직원처럼 일했던 곳도 있고,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그런 곳도 있었고. 시장조사하고 자료검색이랑 정리 이런 거 위주로. 포토샵 작업들을 하는 곳도 있었고. 출장을 간 경우도 있었고요.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거의 직원처럼 일한 곳이 많았어요. 사실상 교육을 받는 건 없었어요. 그냥 거의 일이었어요. 정말 거기서 아예 처음부터 그래요. 그렇게 그런 실습생 모은다고 하면서 이거는 노동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의 최저임금을 따르지 않는다. 실습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냥 했거든요. 식비도 안줬었고 마지막 직장 같은 경우는”(교육컨설팅업체 현장실습 경험자. 여성 23세. )
“그냥 사무직이에요. 그냥 사무직이었고 정확하게 업무 같은 건 그때그때 다른 거 같은데 저는 재물조사 관련해서 했어요. 교육절차도 따로 없었어요. 그냥 저한테 (주어지는) 임무가 있어서 그걸 다 수행한 거에요”(중소기업 기술지원 업체 현장실습 경험자. 여성 24세)
-[2014 청년유니온 대학교 산학협력 현장실습 실태조사 보고서](2014) 중에서
중소기업중앙회 계약 직원 자살 사건 (2014년 9월)
복잡한 채용 전형을 통과한 뒤에 ‘정규직 전환’을 구두로 약속받았으나 최초 채용 후 2년이 지나자 끝내 해고 통보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상봉 ‘열정페이’ 논란 (2014년)
한글 의상 등 ‘한국의 미’를 패션에 담아 우리나라 최고의 패션디자이너로 인정받는 이상봉 디자이너의 ㈜이상봉 디자인실에서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견습생에겐 10만 원, 인턴에겐 30만 원만 지급하고 실제론 교육 없이 잡무만 시켜 온 행태가 패션노조를 통해 알려졌다.
견습생들은 처음엔 2개월 후 정직원 전환을 약속받고 야근, 주말 근무까지 하였으나 배치 9개월이 된 시점에서야 팀장을 통해 “야, 너 다음 달에 정직원 안 되면 그만두는 거로 알아”라는 말을 들은 후, 결국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
위메프 ‘채용 갑질’ 논란 (2015년)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가 서류전형-실무진 면접-임원면접으로 이어지는 3단계 채용절차를 통해 합격한 신입사원 11명을 수습 기간의 명목으로 2주일간 일용 근로계약을 맺은 뒤, 수습 기간 종료 후 한꺼번에 해고를 통보해 논란이 불거졌다. 위메프 측은 목표치로 제시한 성과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유를 제시했으나, 수습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과 해고를 지난 수년간 반복적으로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실습생 자살, 산업재해 인정 (2015년 3월)
2015년 3월 4일, 근로복지공단은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직원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현장실습생 청소년 김 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청소년유니온은 “청소년 노동인권 찾기의 출발선이 그어졌다”고 평가했다.
청소년유니온에 따르면, “김 씨는 실습 현장에서 직원들의 폭행, 폭언과 과도한 초과근무 강요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외국: 제도와 실태
미국
미국은 인턴제를 최초로 도입한 국가이며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교육훈련·직업체험형 인턴 모델을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미국은 연방대법원 판례와 노동부 고시를 통해 무급인턴 사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6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판례와 미국 노동부는 아래 6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때는 인턴이 아닌 근로자로 보며 노동법이 규율하는 노동 조건의 최소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삼는다. (All or Nothing)
- 인턴십이란 그 일이 비록 사용자의 시설을 실제로 작동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교육환경(과정) 속에서 제공되는 훈련과 유사한 것이어야 함.
- 인턴십 경험은 인턴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함.
- 인턴이 정규 근로자의 일을 대체(displace)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 직원의 면밀한 감독(close supervision)하에 수행되는 것이어야 함.
-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사용자가 인턴의 활동으로 인하여 어떠한 직접적 이득도 얻어서는 안 됨. 그리고 인턴의 활동으로 인해 때로 그 일에 종종 지장이 초래될 수도 있어야 함.
- 인턴 기간이 종료될 때 인턴으로 일했던 그 일에 반드시 채용되는 것은 아니어야 하며 동시에,
- 사용자와 인턴이 공히 그 인턴십 기간에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 을 이해하고 있어야 함.
프랑스
공공기관(교육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하여 청년층의 직업숙련도를 도모하는 현장실습(수습) 모델과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인턴 모델이 공존하는 프랑스의 경우 이들 수습(인턴) 노동자에 대한 권리보호를 위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인턴(수습) 기간 최대 6개월로 제한: 교육법에도 같은 조항이 있었는데 예외가 인정되었음. 이 법 개정 이후 2년 이내에 시행령을 통해 6개월 이상 인턴(수습)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구체화될 예정.
- 보수 인상: 2개월 이상 일한 인턴(수습)에 대한 임금의 최저한이 사회보장급여의 15% 이상, 금액 기준으로는 2014년 기준 523.26유로(약 70만 5천6백 원)로 인상.
- 인턴 사용 제한: 인턴사용 남용의 방지를 위하여 한 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인턴(수습)의 숫자를 제한할 예정임. 구체적인 기준은 2년 이내에 제정될 시행령에서 규정될 예정이지만, 상용직원의 10% 이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
- 근로감독 강화: 인턴 사용과 관련하여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벌칙도 강화함. 관련 규정을 어겼을 경우 인턴(수습) 근로자 1인당 벌금을 2,000 유로로 하고, 반복하여 어길 경우에는 최대 4,000 유로까지 증액할 수 있도록 규정.
- 임금대장에 인턴 기재: 인턴(수습)의 임금을 정규 직원과 동일한 임금대장에 별도항목으로 기재토록 의무화.
- 산업재해에 대한 사용자 책임 강화: 회사의 부주의나 무관심으로 인하여 수습(인턴)근로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회사가 책임지도록 하고, 학생을 파견한 학교의 책임은 면해줄 수 있도록 규정.
주요 참고자료
- 청년유니온, 2015 청년 과도기 노동 당사자 증언대회, “열정을 가지고 참고 견디라구요?” -무급인턴, 열정페이, 수습직원 갑질해고 논란을 통해 본 과도기 노동의 청년착취 실태 (2015.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