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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부키
장하준 (출처: 도서출판 부키)

3. 그들이 말하지 않는 ‘국가의 역할’

(1) 박정희식 경제정책은 척결대상이다? 

장하준에게 물었다.

민주화 이후 박정희 정부의 산업정책과 개발계획은 독재시대의 유산으로 취급받으면서 ‘개방과 자유화’가 대세가 됐다. 이를 꾸준히 비판해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정희 독재시대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장하준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건 잘했지만 이런 건 못했다는 걸 용납 못 하는 자세, 그런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그 이후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그것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 게 결코 아니다. 사실 민감한 문제라는 건 잘 안다. 당시 투옥되는 등 피해를 본 분들이 많다. 선뜻 용납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이분법을 극복할 때만이 군부독재 유산이 청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 ‘산업정책’은 관치경제다?

장하준에게 이렇게 물었다.

과거처럼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방식은 쉽지도 않을뿐더러 사회적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장하준은 이렇게 대답했다.

-과거 정부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선별적 정책이 나쁘다는 얘길 많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업도 항상 선별을 한다. 모든 계열사에 똑같이 지원하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

정부가 선별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경제발전 단계와 정책목표에 따라 지원방식이나 지원방향은 달라진다. 개입 방식도 은행을 통할 수도 있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대규모 조립가공산업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대기업에 은행대출을 집중해줬다. 지금 단계에선 부품소재산업을 키워야 하므로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물론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한 에너지 같은 분야는 대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3)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주주중심 경제로 가야 한다?

장하준에게 물었다.

재벌을 비판하는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가 ‘극히 일부 주식만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꾸준히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참여연대 등이 벌인 소액주주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최근 ‘회사 돈 빼돌리는 총수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일까’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장하준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지금까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건 이런 거다. 소액주주운동은 국제적 맥락에서 봤을 때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들이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주주 자본주의와 소액주주운동이 강화됐는데 그 이후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비율이 계속 높아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처음에는 전문경영인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소액주주운동의 명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을 사회운동으로 승화시키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주주 자본주의 시대에 주주 자본주의 논리를 써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나는 주주 자본주의는 문제가 많으므로 그걸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판한 건데, 일반의 인식이 박정희 문제 못지않게 재벌문제도 민감하니까 재벌옹호론자로 오해를 산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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