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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4월 3일 저녁,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SNS 오피니언 리더와 함께하는 공감 & 공유” 행사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 알레그로룸에서 열렸다. 4월 24일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투표 및 개표 절차를 알리고 투표 및 개표 장비를 시연하기 위한 자리였다.

“SNS 오피니언 리더와 함께하는 공감 & 공유” (사진제공: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합선거인명부로 부재자 신고 없이 투표 5일 전 이틀간 부재자 투표 가능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획기적으로 바뀌는 내용은 통합선거인명부를 통해 부재자 신고 없는 사전 투표가 도입되는 것이다. 통합선거인명부는 전산을 통해 통합 관리하는 전국 선거구 선거인명부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최초로 도입된다. 이를 통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사전에 부재자 신고를 하지 않아도 선거일 전 5일부터 이틀간 주소지와 상관없이 부재자 투표소에서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통합선거인명부를 통한 부재자 투표의 절차는 아래와 같다.

  1. 유권자가 가까운 부재자 투표소를 방문해서
  2. 전산조회를 통해 신분을 확인한 다음
  3. 투표용지 발급기에 출력된 투표지와
  4. 회송용 봉투 및 주소 라벨을 받는다. 그리고
  5. 투표용지 수령 확인을 위해 무인(지문) 혹은 서명을 입력한
  6. 투표용지 모서리의 번호지를 찢어 번호지함에 넣고
  7. 기표소에서 기표하고
  8. 봉투에 넣어 봉한 다음
  9. 투표함에 넣어 투표를 마친다.
  10. 투표함은 참관인 입회하에 열어 투표자 수와 봉투 수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11. 관할 우체국에 인계하여 등기우편으로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로 발송된다.

사실상 부재자 투표라기보다는 사전투표제에 가까운 이 제도는, 2010년 2월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의해 추진되어오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시행되게 된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선거인 명부가 관리되기 때문에 사전 부재자 신고 없이도 투표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은 선거제도에 있어서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군경 및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를 위해, 사전 부재자 신고 후 투표용지를 우편 수령하여 투표하는 기존의 부재자 투표 방식도 함께 시행된다.)

전국 선거의 경우 부재자 투표소가 전국에 설치되지만, 이번 재보궐 선거의 경우 해당되는 지역의 읍,면,동마다 하나씩 설치된다. 예를 들어 이번에 보궐선거를 치르는 서울 노원구병 지역 유권자가 마찬가지로 재보궐 선거가 실시되는 부산 영도구의 부재자 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는 있지만, 선거가 열리지 않아 부재자 투표소가 없는 서울 관악구에서 투표할 수는 없다. 재보궐 선거에서는 어느 정도 지역 제한이 있지만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 대통령 선거 등에서는 투표율을 높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선거인명부를 이용한 부재자 투표 시스템
통합선거인명부를 이용한 부재자 투표 시스템

안정성과 보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할 듯

이렇게 편리한 제도이지만 온라인 기반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니만큼 안정성과 보안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윤태 사무관은 “통신망과 서버 등 시스템의 이중화와 투표소 단말기에 대한 사전 인가와 인증서 사용, 데이터 암호화, 전문 인력에 의한 보안 관제 등으로 대비한다.”라며 “투표용지 발급 기록은 즉시 서버에 저장하고, 투표 당일에 투표소에 배포되는 선거인 명부에 투표기록을 출력해 두어 이중투표를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에서 배포한 자료에도 안정성과 보안성을 보장하기 위한 상세한 구성과 대비책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보안에 ‘절대’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시스템의 완전 붕괴에 대비해 손으로 쓰는 기록 또한 남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뚝심송 블로그 | 선거제도 예행연습) 선관위는 이런 시스템의 도입에 항상 뒤따르는 음모론에 대비하여 사전에 홍보를 더 많이 해야 하며, 의혹 제기시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투표지분류기는 보조도구일 뿐, 미분류가 모두 무효표는 아니다

이어진 투표지분류기 소개에서 김영탁 사무관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투표지 분류기는 ‘수작업 개표’를 보조하는 장치”라는 것이었다. 투표지분류기를 ‘자동 개표기’라고 부르거나 조작을 통해 다른 후보에게 기표가 된 표가 특정 후보에게 기표된 것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는 것이다. 투표지 분류기는 수작업 개표의 8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하며 분류된 투표지는 참관인의 감시, 촬영 하에 여러 단계의 육안 심사와 확인을 거쳐 최종 개표 결과로 확정된다고 한다.

  • 수작업 개표의 8단계: 개함 – 투표지 분류(투표지분류기 사용) – 육안심사 – 집계확인 – 위원검열 – 위원장 확인,공표 – 입력보고 – 투표지 정리

또한 투표지분류기에서 ‘미분류’로 묶인 표는 모두 무효표가 되는 것이 아니며, 어느 후보자에게 기표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투표지 등을 임시처리한 것으로 투표지분류기에 다시 통과시키거나 육안 확인을 거쳐 정상 표로 집계될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지난 대선의 개표 부정 의혹의 파장이 컸던 때문인지 투표지분류기의 소개와 시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하단의 표처럼 한 후보의 이름 줄에 여러 개의 도장을 찍은 표는 정상 표지만 투표지분류기에서는 미분류로 처리되며 추후 육안심사에서 정상 집계된다.
하단의 표처럼 한 후보의 이름 줄에 여러 개의 도장을 찍은 표는 정상 표지만 투표지분류기에서는 미분류로 처리되며 추후 육안심사에서 정상 집계된다.

간담회 스케치: 소통하고 싶어하는 선관위? 그러나

행사 시작 직후 김용희 사무차장의 인사말에 이어 진행된 ‘선거환경과 상반기 재보선 관리방향’ 발표에서 미디어과 김재원 과장은, “선거에서 소셜미디어가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대선 이후 제기된 개표부정 의혹 등의 사례에서 보듯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심각하다.”라며, 선관위는 공감, 공유, 소통의 자세를 가지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블로그트위터미투데이유튜브)

이어서 앞서 소개한 ‘통합선거인명부에 의한 부재자 투표제도 소개(통합선거인명부TF팀 정윤태 사무관)’ 발표와 ‘투표지분류기 소개(선거2과 김영탁 사무관)’가 진행되었다. 원래는 각 주제 발표 후 바로 시연이 진행되어야 했지만, 일정이 많이 지연되어 만찬 직전 휴식 시간에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로 시연이 진행된 것은 아쉬웠다.

억울하다? 그래도 더 투명하게, 투명하게

행사 말미에 진행된 만찬에서는 테이블마다 선관위 직원들이 함께 앉아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개표 부정 의혹 등에 대해서 선관위가 소극적인 입장으로 느꼈는데 진작 이런 행사를 많이 하고 언론 등을 통해 알렸으면 좋았겠다는 의견을 얘기했다.

또한 “선관위가 트위터에서 국민과 소통하기보다는 선거법 위반 경고 멘션을 보내는 등, 감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소셜미디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글로)”거나 “개표 부정 의혹 등에 대해서 더 많이 정보를 개방하고 의혹을 푸는 데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다. (닭큐)”는 의견도 있었다. 선관위 측도 이런 부분을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며, 국민들도 각종 선거에서 투표 종사원 및 개표 사무원으로 적극 참여하여 오늘 소개한 시스템들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널리 알려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실 지난 선거의 역사 속에서 선관위는 항상 의혹을 받아 왔다. 2002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는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이 재검표를 요구했었고,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재검표를 요구했다. (참고: 재검표의 추억) 이렇듯 정치세력과 상관없이 패배한 측의 희생양으로 부름받는 면이 있었다. 이것이 선관위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억울해도 더 투명하게, 더 솔직하게를 강조하고, 실천하는 수밖에는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민노씨.네 | 선관위의 사전 투표제도 도입 설명회 참석 후기) 선관위가 진정 국민과 소통하고자 한다면, 이 행사는 그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가야 할 것이다.

[box type=”note” head=”통합선거인명부 이용 부재자 투표 1문 1답”]

– 이번에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지역구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는 서울 노원구병 선거구(노회찬 전 의원의 피선거권 상실 사유)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12개 지역구의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다시 뽑는다.

  • 국회의원: 서울 노원구 병, 부산 영도구, 충남 부여군/청양군
  • 기초단체장: 경기 가평군, 경남 함양군
  • 광역의원: 경기 가평군 제1, 경기 가평군 제2, 경북 경산시 제2, 경남 거제시 제2
  • 기초의원: 서울 서대문구 마, 경기 고양시 마, 경남 양산시 다

– 이번 재보궐 선거의 통합선거인명부 부재자 투표 기간은?

2013년 4월 19일, 20일 양일간 06시에서 16시까지 진행된다. 이번 재보궐 선거 지역구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유권자는 신분증명서(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를 지참하고 주소지와 상관없이 가까운 부재자 투표소를 방문하면 된다.

– 기존에 진행하던 부재자 신고 후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받아서 부재자 투표를 하는 방식은 없어지는 것인가?

아니다. 군경 및 거동이 불편한 분들 등을 위해 기존처럼 사전 신고 후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받아서 진행하는 부재자 투표도 병행한다. 4월 5일에서 9일까지 부재자 신고를 하면 된다.

– 통합선거인명부의 안전성과 보안성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가?

통신망과 서버 등 시스템의 이중화와 투표소 단말기에 대한 사전 인가와 인증서 사용, 데이터 암호화, 전문 인력에 의한 보안 관제 등으로 대비한다. 또한 이중투표 방지를 위해 투표용지 발급 기록은 즉시 서버에 저장하고, 투표 당일에 투표소에 배포되는 선거인 명부에 투표기록을 출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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