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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3일 구글이 자사의 RSS 구독 서비스인 구글 리더(Google Reader)의 서비스를 7월 1일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 발표는 많은 구글 리더 이용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구글은 이런 사용자들을 뒤로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사용량이 줄었다 (over the years usage has declined)는 이유를 밝혔다. (관련 기사: [퀵뉴스] 구글 리더의 중단, 대중적 큐레이션 시대의 개막)

구글 리더는 2013년 7월 1일까지만 서비스 된다
구글 리더는 2013년 7월 1일까지만 서비스 된다

웹2.0의 상징 중 하나인 RSS

웹2.0이라는 용어가 단순 마케팅 표현인지 정말 시대정신과 기술 혁신을 의미했는지를 여기서 따지지는 않겠다. 오렐리 미디어(O’Relly Media)에서 2003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웹2.0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과 참여, 공유라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웹이 단순한 하이퍼텍스트의 나열에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많은 데이터 속에서 집단지성을 찾아내고, 각종 컨텐츠 배급/배포 개념들이 등장하는 등 웹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시기라 할 수 있다.

RSS(와 Atom)는 웹2.0 시대를 상징하는 데이터 배급/배포의 대표적인 형식이다. 정말 단순한 신디케이션(Really Simple Syndication)으로 불리기도 하는 RSS는 웹페이지에서 디자인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의미/데이터만을 빼내 그걸 더욱 쉽게 유통할 수 있게 해주었다. (참고로 RSS 1.0을 만드는데 애런 스워츠도 참여했다)

그전까지 웹은 단순히 서로 제각각의 디자인과 표현 방식을 가진 독립적인 하이퍼링크였다. 하지만 RSS를 통해 배급/배포 규격만 맞는다면 다양한 사이트에 웹사이트의 내용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무제한 복제를 통한 막강한 확산성을 가진 디지털 미디어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런 개방과 공유의 대표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는 RSS의 가장 거대한 서비스를 구글이 종료시킨다니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2010년 독일 구글 ‘개발자의 날’ 때 구글의 한 개발자가 구글 리더는 월 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사용한다고 밝혔으니 전 세계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충격을 받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할 수 있다.

공포의 과장

많은 사람이 구글 리더의 서비스 종료 발표로 이제 RSS의 시대는 끝났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많은 웹 기반 서비스들은 이제 모바일 앱을 고려하게 되었고, 소셜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RSS로 표시되는 정보보다는 타임라인, 추천 등 다양한 활동에 방점을 찍는 시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기가옴의 한 기사 중에 이런 표현들이 나온다.

We live in the world of silos now. Twitter and Instagram have broken up. Facebook is the Soviet Union of the modern web. The new systems don’t offer RSS or feeds. “There is no common language of sharing,” he bemoaned. And rightfully so! And unless we have web giants speaking the same language of sharing, there seems to be no future of aggregation.

우리는 이제 개별적 사일로로 이뤄진 세계에 살고 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이 갈라섰다. 페이스북은 현대 웹의 소련이다. 새로운 시스템은 더 이상 RSS나 기타 피드를 제공하지 않는다. “공유라는 공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는(주: 구글리더 개발자 크리스 웨덜) 슬퍼했다. 그렇게 슬퍼할 만하다! 웹의 거인들이 공유라는 공용어를 쓰지 않는 한, 컨텐츠 어그리게이션의 미래는 없다.

이러한 표현들은 구글 리더의 셧다운을 슬퍼하는 사람들을 한층 더 자극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사실관계에 있어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여전히 RSS 피드를 제공한다.

모바일로만 서비스하며 4천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았던 대표적인 사진 SNS 서비스인 인스타그램도 서드파티 서비스를 이용하면 RSS 피드를 얻을 수 있다. (웹스타그램을 사용한 인스타그램의 RSS 피드 예)

podcast_icon영어권 채널은 115,000개가 넘고(2012년 1월 기준), 한국어로 진행되는 채널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는 팟캐스트는 아예 처음부터 오디오 블로그라는 개념으로부터 시작했다. 한 때는 아이팟이나 아이폰에서만 이용이 가능한 줄로 오해되기도 했던 이 팟캐스트도 이제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들도 잘 사용하고 있다. 팟캐스트가 지원하는 RSS 때문이다.

테드(TED.com)는 단순 블로그가 아님에도 모든 컨텐츠(비디오)에 RSS 피드를 지원한다. 국내외 수많은 유력 언론사의 웹사이트 중에 RSS 피드를 지원하지 않는 언론사를 찾는 건 어려울 정도다. 그 외 링크드인, 플리커, 9gag, 사운드클라우드 등 다양한 형태의 다양한 서비스들은 컨텐츠 배포를 위해 여전히 RSS를 지원하고 있다.

블로그 서비스의 일부인 워드프레스닷컴으로 개설된 사이트 수만 6천만 개가 넘는다
블로그 서비스의 일부인 워드프레스닷컴으로 개설된 사이트 수만 6천만 개가 넘는다

즉, RSS는 여전히 매우 손쉽고 강력한 배포 방식의 표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과 같이 대규모로 웹의 데이터를 자동 수집(crawling)하는 방식을 제외하면 RSS 피드는 여전히 소규모의 수집(aggregation)의 절대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웹이 폐쇄적으로 변하는 건 사실이다

물론 최근 등장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점점 RSS 피드 링크를 사이트에서 숨기거나 직접 RSS 피드를 지원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하면 RSS라는 표준은 표준의 힘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은 대중적으로 발전할수록 그 속살을 숨기기 마련이다. 해당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들이 고도화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일반 사용자들의 기술에 대한 접근성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c-s-a큐레이션이라는 대중적 유행의 기술적 요소에는 기본적으로 RSS의 구독 개념이 들어있다. 사실 신디케이션이라는 개념을 사용자 중심으로 놓고 바라보면 큐레이션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RSS의 기술 표준을 반드시 맞춰야 한다거나 RSS를 지원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 커런트 (세상보기)플립보드 등은 RSS를 사용하긴 하되 사용자들이 직접 RSS를 입력하거나 볼 수 있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편집자주: 플립보드는 검색창에서 RSS 추가가 가능하나 별다른 안내 문구가 없다) 팟캐스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컨텐츠 자동 업데이트 지원와 컨텐츠 선택적 구독 지원을 하는 많은 큐레이션 서비스들은 앞으로도 이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을 폐쇄적으로 유지해야 그 안에 광고를 넣을 수도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푸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실수인가, 본색인가

그렇다면 구글 리더를 없애겠다고 판단한 구글의 선택은 실수일까, 본색일까?

우선 구글은 리더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후 수많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적지 않게 놀랐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 리더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든다고 했고, 래리 페이지 회장이 구글 리더는 여타 구글 서비스와의 접점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 중단 발표는 이제까지 잘 사용하고 있던 각종 인터넷 관련 종사자,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수많은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기 때문에 수많은 버즈(입소문)가 있었다. 그야말로 벌집을 건드린 것이다.

구글이 이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발표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구글의 서비스가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 것 같다. 구글이 중단시킨 서비스를 모아서 보여주는 구글 묘지 페이지가 등장했고, 구글이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신규 서비스의 종료일을 예측하는 기사가 나오고, 피드버너와 오컷, 알리미 서비스의 종료를 걱정하기도 한다.

구글 서비스의 평균 수명에 대한 도표까지 등장했다
구글 서비스의 평균 수명에 대한 도표까지 등장했다. 출처: 가디언)

실제로 구글의 최근 행보는 ‘소셜 강화’와 ‘서비스 통합’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오래 전부터 소셜 서비스에 진입하기 위해 구글 프렌드 커넥트, 구글 버즈, 오픈소셜, 구글 플러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소셜 쪽에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서비스들이 유래없이 일관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서비스 통합은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나 지나치게 구글 플러스를 푸시하고 있는 점은 구글이 소셜 서비스에 가지고 있는 강박심리을 보여준다.

구글은 기존의 서비스에 구글 플러스를 통합시키려고 한다.
구글은 기존 서비스에 구글 플러스를 통합시키려고 한다.

전 구글 리더 프로덕트 매니저도 언급했듯이 구글은 부단히 소셜 서비스를 위해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소셜 서비스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 서비스들은 중단시킬 수 있다고 여겨진다.

RSS 서비스들의 경쟁 재점화

구글이 구글 리더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하자 각종 RSS 관련 서비스들이 들썩이고 있다.

피들리(Feedly)는 이런 날이 올 줄 진작 알았다며 노르망디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구글 리더의 API를 그대로 피들리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3백만 명의 새 회원 유치에 성공했다.

플립보드 역시 구글 리더의 피드들을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는 발표를 했으며 Reeder라는 맥/iOS 전용 RSS 앱은 피드빈이라는 유료 서비스를 연동시키겠다는 발표를 했다.

구글의 구글 리더 종료 발표는 본의 아니게 RSS 서비스가 여전히 가능성이 있으며 다양한 시도가 시장에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타임라인이나 큐레이션 등의 고도화된 서비스와 차별화하며 고유의 RSS 구독 서비스의 형태를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고도화되며 더 많은 신규 사용자들을 흡수할지 지켜보자. RSS는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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