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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확행은 누군가의 피 같은 월급입니다

이따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는 지인들이 나에게 여행 관련 팁을 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알려주는 여러 가지 중 반드시 빠트리지 않고 이야기해 주는 사항이 하나 있으니, 바로 “식전빵이 나오는 식당을 갔을 경우, 절대로 무작정 그 빵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이다. 스페인에서는 음식점에서 제공해 주는 식전빵이 대부분 유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손을 대지 않아도 서빙이 되었을 경우 먹은 것으로 간주하고 계산을 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식전 빵을 치워 달라는 이야기를 해야 기분이 나빠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스페인에서 식전빵은 공짜가 아니다.

스페인에서 식전빵은 공짜가 아니다.

최근 아시아경제에서 ‘고물가에 사라지는 韓 인심’이라는 제목으로 커피전문점에서의 리필 서비스 및 패밀리 레스토랑에서의 식전빵 무료 서비스 등이 모두 없어지고 있다며, 고물가에 인심이 박해져 소확행을 상실한 소비자들이 불만이 높아졌다는 기사를 냈다. 물론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할 리가 없기 때문에 공짜로 되던 것들이 없어지면 누구나 불만이 생길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기사를 보고 궁금했던 것은, 그렇다면 과거 정과 인심으로 포장된 공짜가 많았던 시절은 과연 얼마나 정상이었을까 라는 것이다.

할리스커피에서는 머그잔을 이용한 손님에 한해 2시간 이내에 1,000원을 지불하면 음료를 1회 리필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할리스커피의 따뜻한 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의 가격은 4,100원이다. 아메리카노의 총제조원가를 2,000원이라 하면, 할리스커피는 한 잔만 판매했을 때 이익은 2,100원이겠지만 리필을 할 경우 이익이 1,100원으로 줄어드는 것이 된다. 커피 원두 그거 원가 얼마나 하겠냐고 말씀하시는 분들 분명 계실 텐데 아시겠지만 커피 값은 원두 값이 아니라 인건비와 임대료다. 즉 리필 제도로 인해 누군가의 인건비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할리스커피의 해당 리필 제도가 계속 유지되었을 경우 만약 월 100잔의 리필이 발생한다면, 할리스커피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한 에스프레소라고 할지라도 한 잔당 -2,600원 및 월간으로 26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물론 하루 3.3잔보다는 더 많은 리필이 발생할 것이고 리필되는 음료도 당연히 에스프레소보다 모두 가격이 놓은 음료일 것이기 때문에 점포당 월간 리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월 26만원 보다 더 클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점포의 기타비용으로 잡히고, 이 비용을 감수하면서 제도를 유지하려면 인건비가 낮아야만 한다.

할리스커피의 공지문

할리스커피의 공지문

식당의 반찬 리필, 패밀리 레스토랑의 식전빵 서비스 등등도 잘 생각해 보면 모두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반찬 재활용이 이슈가 될 때마다 분노해 왔지만, 사실 그 행위 자체가 업주들의 인성(?) 문제라기보다는 소비자들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비용을 생산자들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생산자가 불필요한 비용을 떠맡게 되면 당연히 다른 어디선가 비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때문에 누군가 커피 리필로 소확행을 즐기는 동안 그 소확행은 아무도 모르게 또 다른 누군가의 저임금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신용카드 혜택도 마찬가지이다. 자영업자들이 신용카드 수수료 때문에 죽어나간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많지만, 그 사람이 받는 신용카드 혜택은 전부 그 높은 수수료에서 창출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의 도상에서 아직 전근대성을 벗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정당한 대가 없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지나치게 많았고, 이는 고질적인 서비스업 저임금으로 연결되었다. 이것이 수십년 간 누적되었다 보니 이제 최저임금을 정상화하려 하니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모두가 서로를 인스타그램에서 비교하고 패배감만 느끼기 바쁜 세상에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나 소확행을 챙길 때 챙기더라도 우리가 알 건 알고 챙기자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공짜로 받아 왔던 그 무엇인가가 결론적으로 다른 사람의 소득을 깎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어떤 소확행은 누군가의 피 같은 월급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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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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