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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DMC와 웨스 크레이븐

나온지는 좀 됐지만 DMC(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라는 만화(2005~2010, 애니)가 있었다. 언더씬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라는 데스메탈 밴드와 그 보컬인 크라우저 2세를 주인공으로 하는 블랙 코메디물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짤'(이미지)로도 많이 돌았던 작품이다.

와카스기 키미노리,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DMC)

와카스기 키미노리,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DMC)

보고 있자면 어이가 증발하는 이 DMC가 사람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명작에 꼽히는 것은 이것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성인들이라면 적어도 여러번 해봤을 고민인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주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크라우저 2세는 네기시 소이치라는 이름의 소박한 청년이다. 소이치가 괴악한 가사로 된 데스메탈(근데 엄밀히 따지면 데스메탈도 아니다)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실상은 매우 심약한 사람이고 정작 본인의 선호는 데스메탈과는 반만 광년 떨어진 스웨디시 팝이며 이 장르로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가 데스메탈을 할 때는 열광하는 반면 스웨디시 팝은 너무나도 형편 없어서 외면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이 만화가 좋은 블랙코메디이자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드는 점이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사이 

나도 그렇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돈이 되는) 일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곤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우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더욱 불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괴로움이 일상을 지배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돈이 되는 일, 잘하는 일을 때려치고 나와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 언론 등에서 주목을 받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많은 부러움을 사면서 말이다.

그러나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돈이 되는 일과 잘 하는 일을 때려치우고 좋아하는 일을 향해 떠난 사람들 대부분은 좋아하는 일을 자신의 수익모델로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모델로 만든 경우라 하더라도 꽤 많은 수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해 불만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일의 선택이 자기 자신을 더 상승시키지도 못하고 그 수익 원천 또한 그것을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에 근간하고 있다면 좋아하는 일은 생각보다 과대평가 되고 있다 보아야 한다. 그 점에서 좋아하는 일의 선택은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이유로 미디어에 의해 과장된 부분이 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차이가 괴리를 준다 하여도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다. 잘하는 것은 잘하는 것 대로,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 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다 생각한다. 잘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천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호러’의 제왕이 꿈꿨던 ‘드라마’ 

그 점에서 귀감이 될만한 사람은 2015년에 작고한 웨스 크레이븐이다. 나이트메어 시리즈와 스크림 시리즈의 아버지로 유명한 감독이자 호러 장르를 새로이 개척한 개척자이자 호러의 거장이란 평을 들었던 인물이지만 정작 웨스 크레이븐이 호러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는 사실은 대중적으로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에게 '웨스 크레이븐 = 호러'라는 등식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에게 ‘웨스 크레이븐 = 호러’라는 등식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의 필모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실화 베이스의 드라마 장르인 [뮤직 오브 하트] (1999)다. 공포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음악이 주제이자 드라마 장르다. 평도 그럭저럭 괜찮았고 주연이었던 메릴 스트립은 이 영화로 또 다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어쩌면 그가 만들고 싶어했던 장르는 바로 이 장르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평생 호러물을 만든 그가 단 한번 이 장르를 시도했던 건지도 모른다.

[뮤직 오브 더 하트], 이 영화를 크레이븐이 만들었다고? 그렇습니다.

[뮤직 오브 더 하트], 이 영화를 크레이븐이 만들었다고?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의 영역으로 두고 좋아하는 것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잘하는 것을 내던지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용감한 선택일 수 있다.

웨스 크레이븐은 2014년 인터뷰에서 이 [뮤직 오브 하트]라는 외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때 웨스 크레이븐이 남긴 이 말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겠다.

“If I have to do the rest of my films in the genre, no problem. I’ll take every opportunity to get out, but if I am going to be a caged bird, I’ll sing the best song I can.” – Wes Craven

“내 남은 인생을 공포영화만 찍어야 한다면, 문제 없어. 다른 장르를 하기 위한 모든 기회를 잡으려고 할테니까. 하지만 새장 속의 새가 되겠다고 작정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래를 부를 거야(하지만 공포영화만 찍겠다고 작정한다면, 내가 찍을 수 있는 최고의 공포영화를 찍을 거야.)” – 웨스 크레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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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영준
초대필자. 작가

[골목의 전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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