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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음란물: 금칙어 기술은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가

사건은 단순하다.

2014년 6월 한 SNS 서비스에 700여 개의 음란물이 배포됐다. 약 2달에 거쳐 약 7천 명의 사람에게1. 더욱이 해당 음란물은 아동음란물(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그 죄질이 더 안 좋다. 음란물을 배포한 자는 당연히 아청법(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으로 처벌하면 된다. 이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질문이 남았다.

해당 SNS에도 책임이 있는가?

SNS 서비스의 이름은 ‘카카오그룹'(네이버 밴드와 비슷한 폐쇄형 SNS, 2018년 4월 27일 서비스 종료). 이 사건에 관한 1심 법원의 판결이 최근 나왔다.2

검찰의 ‘겁박용’ 카드 

우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기 전에 이 사건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잠깐 짚고 가자. 이 사건은 2015년 11월 당시 보복 수사(기소)라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을 다룬 시사IN의 기사 제목은 그 의혹을 함축한다. “정부에 밉보이면 ‘카카오’된다”(시사IN, 신한슬 기자, 2015. 11. 18.).

카카오 시사IN

이 사건은 포털서비스 대표가 아청법으로 기소된 첫 번째 사례다. 2014년 10월 이석우 당시 카카오 대표가 감찰의 감청 영장 협조 거부를 선언했는데, 그것 때문에 카카오가 검찰에 밉보인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의심했다. 기소된 이석우 대표는 기소된 지 6일만에 카카오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것이 이 사건의 정치적 맥락이다.

각설하고, 이제 판결로 다시 돌아가자. 법원이 판단한 쟁점은 두 가지다.

1. 이석우 무죄 판단의 근거 
2. 하지만 만약 SNS 서비스(법인)에 책임이 있다면, 그 조건은 무엇인가.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자.

무죄 판단 근거: 왜 엉뚱한 사람을 기소해? 

법원은 이석우가 “카카오의 공동대표이사로서 법무, 대외협력, 홍보 등의 업무를 총괄하였다는 사정만이 인정될 뿐”, 이석우가 카카오그룹 서비스의 “구상이나 시행 등에 관여하였거나 공소사실 기재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관한 기술적 조치에 관한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검찰이 엉뚱한 사람을 기소했기 때문에 그 엉뚱한 사람(이석우)은 당연히 무죄가 된 것. 법원은 “이 사건 서비스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자는 피고인이 아닌 OOO 부사장”이라고 지적하면서, “피고인은 ‘카카오그룹’ 서비스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나아가 위 서비스에 관한 기술적 조치도 전혀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았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인 ㈜카카오가 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가 필요 없이 피고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다만, 그럼에도 법원은 “참고적으로” 카카오의 행위가 아청법을 위반하지는 여부를 판단했다.). 당시 검찰의 기소가 불러온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그 결론은 다소 황당하다. 더불어 결과적으로 피고인을 제대로 특정하지도 못한 검찰의 기소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검찰은 "완전히 새"됐지만, 기소 당시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검찰의 기소는 기업을 겁주는(?) 정치적 목적을 훌륭하게(?) 달성한 셈이다.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검찰은 무리한 기소로 “완전히 새”됐지만, 기소 당시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검찰의 기소는 기업을 겁주는(?) 나름의 목적(?)을 훌륭하게(?) 달성한 셈이다.

두 가지 쟁점 

이제 본론이다. 아청법 제17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정확한 규정은 글 하단 참조).

  1. 온라인서비스제공자(네이버나 카카오 등)는 ‘아청물'(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하는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이를 시행할 것. 그렇지 않으면 징역 또는 벌금.
  2. 다만, 아청물을 삭제하고 방지하려는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거나 아청물 삭제와 방지가 기술적으로 아주 어려운 경우에는 그 책임을 면제함.

그리고 검찰이 ‘카카오그룹’이 음란물 유통에 책임이 있다고 본 이유는 두 가지다.

  1. 아동음란물에 대한 상시적 신고 기능을 갖추지 않은 점
  2. 금칙어에 기반한 필터링를 도입하지 않은 점

결론적으로 말하면, 법원은 판결문에서 1. 상시적 신고 기능에 관해서는 카카오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고, 2. 금칙어 필터링에 관해서는 카카오가 책임 있다고 판단했다. 주의할 점. 이 두 가지 법리적 쟁점에 관한 판단은 법원이 이석우를 무죄를 판단하면서, “참고로” 판단한 것에 불과해서 이석우가 무죄인 점에는 하등 변함이 없다.

1) 상시적 신고 기능 = 책임 없음 

우선 상시적 신고 기능에 관해서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카카오의 경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상시적으로 신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경쟁업체인 네이버의 ‘밴드’ 서비스와 달리 ‘설정, 도움말, 문의하기, 그룹생성오류, 유해게시물 신고’의 5단계 절차를 거치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지만, 이를 두고 카카오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즉, 절차가 복잡해서 신고가 활발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2) 금칙어 필터링 = 책임 있음 

하지만 법원은 금칙어 필터링 조치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유통을 차단하는 데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로 평가”하면서 “당시 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카카오의 경우 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금칙어, “근본적이고 효율적”인가 

이제 우리의 주의를 집중해야 할 남은 질문은 하나다.

금칙어 기술은 정말 (법원이 판결문으로 말한 것처럼)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기술인가?

법원은 아래 네 가지 근거를 들어 ‘금칙어 필터링'(판결문에서는 “금칙어 기술”이라고 표현)이 아동청소년음란물 유통을 차단하는 데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로 평가”된다고 보면서, 카카오그룹은 금칙어 필터링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아청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법원은 금칙어 필터링 기술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법원 왈, 금칙어 기술은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입니다.

법원, “금칙어 기술은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입니다.

  1. 다른 온라인서비스 등 다양한 범위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제공되고 있는 비교적 일반적인 기술로서 이 사건 서비스에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2. 금칙어 기술이 적용되더라도 카카오가 이 사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용자들이 이 사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으리라 보이는 점
  3. 물론 금칙어 기술만으로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여 차단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고, 위 기술에 따른 효용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변호인이 적절하게 지적하는 바와 같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칙어 기술의 적용으로 파일명으로 쉽게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 수 있는 자료의 업로드가 차단될 가능성이 있어 법 제17조 제1항의 입법 목적이 일부라도 달성될 수 있는 점
  4. (법에서 규정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은) 업로드되는 자료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술적 조치를 통해 발견하여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가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며, 위와 같은 조치야말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유통을 차단하는 데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로 평가되는 점 (이상 ‘판결문’에서 발췌)

판단건대, 일견 설득력이 있지만, ‘금칙어 필터링’를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로 평가하는 법원의 해석은 다소 과장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더욱이 형사재판에서 유죄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판단 기준의 하나로 금칙어 필터링의 존재 유무를 내세우는 것은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가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길 없다.

이석우 사건 초기부터 꾸준하게 이 문제를 지켜봐 온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금칙어 기술’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

“키워드 필터링은 키워드를 조금이라도 바꾸면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아동음란물에만 국한된 키워드는 매우 한정적이라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

아동음란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배포한 바 없는 카카오톡과 같은 정보매개자, 즉 플랫폼은 아청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데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한다. 플랫폼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모든 정보를 검열해야 한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청법 제17조 위반을 이유로 한 검찰의 기소는 처음이자 법인의 대표자 개인을 기소한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고 그 결과가 중요했던 사건이었다. 이번 판결이 플랫폼 운영자에 대한 과도한 책임 지우기와 형사 처벌 시도를 억지하는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 (오픈넷 김가연)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금칙어 기술을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로 평가”했다. 나는 금칙어 기술을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 판단이나 해석이 전적으로 옳다거나 법원의 판단이 무조건 그르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금칙어 기술’로 음란물 유통 범죄가 조금이라도 억제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순진하다기보다는 어리석다.  

법원은 금칙어 필터링 기술을 음란물 유통을 막는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라고 본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원은 금칙어 필터링 기술을 음란물 유통을 막는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라고 본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①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키고자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더불어 관련 아청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좀 더 구체화적으로 규정한다.

1. 이용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의심되는 온라인 자료를 발견하는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상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2. 온라인 자료의 특징 또는 명칭을 분석하여 기술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도록 하는 조치


  1. 2014. 6. 14.~2014. 8. 12. 사이에 7,115명의 이용자에게 745개의 음란물이 배포됐다. (판결문 참조).

  2. 2015년 11월 4일, 검찰이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를 아청법으로 기소 사건한 기소한지 만 3년 3개월만에 1심 판결이 났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9. 2. 19. 선고 2015고단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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