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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오바마 정부는 클라우드 컴퓨팅 전략을 처음 발표했다.

오바마 연방 클라우드 컴퓨팅 전략 이후 미국 정부의 클라우드 사용 비용은 해마다 예외 없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말에는 미국 정부는 7년간의 클라우드 전략 시행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비용 절감, 보안, 그리고 빠른 서비스를 추구하기 위한 ‘클라우드 스마트’ 전략다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의 새로운 2018 클라우스 컴퓨팅 전략 '클라우드 스마트' https://cloud.cio.gov/
미국 정부의 새로운 2018 클라우스 컴퓨팅 전략 ‘클라우드 스마트’

미국 연방정부의 주요 클라우드 동향은 아래 링크한 글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제다이’ 프로젝트 

미국 정부에서 클라우드 비용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은 국방 분야이고, 보건, 우주개발 분야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방부는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모든 정보를 보관하고 분석할 수 있는 거대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상하고, 2018년 3월 그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 초안을 발표하였다.

이른바 ‘제다이’(JEDI: 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합동 방어 인프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제안요청서에서 “미국 국방부 및 임무 파트너들에게 IaaS[footnote]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는 공급업체를 통해 사용자가 서버, 스토리지 및 네트워킹과 같은 컴퓨팅 리소스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오퍼링를 의미한다. (편집자)[/footnote] 및 PaaS[footnote]PaaS(Platform as a Service)는 단순한 클라우드 기반 앱에서 정교한 클라우드 사용 엔터프라이즈 응용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리소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클라우드에서 제공되는 완전한 개발 및 배포 환경을 의미한다. (편집자) [/footnote]를 포괄하는 기업 수준의 상업적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고,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을 포괄하는 미 국방부, 정보국, 해안 경비대와 언론까지 그 사용자 범위에 포함된다. 제다이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터넷이 끊기거나 어려운 환경, 인트라넷 환경에서도 동작하며, 최전선 영역부터 전술적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제다이 클라우드 서비스는 현대적인 전투에서 요구되는 업계 표준의 지표들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하고 있으며, 동시에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해진 새로운 기술을 수용 가능해야함”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선정 후 2년 계약, 이후 8년의 갱신 계약으로 10년간 100억 불 규모의 계약으로 진행된다. 그 자체로도 크지만, 국방부와 일하는 모든 민간 기업들도 새로운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동해야 하기 때문에 거대한 클라우드 시스템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 계약을 이전의 큰 계약들과는 달리 중대한 데이터에 대한 일관성 있는 관리라는 명분으로 단 하나의 벤더와 계약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아마존,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주요 클라우드컴퓨팅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아마존과 MS, 구글과 오라클의 경쟁 구도
아마존과 MS, 구글과 오라클 등의 경쟁 구도

아마존과 MS ‘우위’ vs. 구글 ‘포기’ vs. 오라클 ‘소송’ 

이런 상황에서, 2013년 CIA에 빅데이터 인텔리전스 실험을 위한 6억 달러 계약을 수주한 뒤, 2017년에는 ‘시크릿 리전'(Secret Region)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개설함으로써 보안 관점의 성능과 운영성을 검증받은 아마존, 그리고 2019년 1월, 국방부로부터 5년간 17억6천만 달러에 달하는 모바일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 계약을 따낸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다이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글은 국방 프로젝트에서 수익을 얻는 것에 반대하는 직원들 시위가 한 달 이상 계속되면서 2018년 10월 제다이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이 시위는 2018년 5월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을 공격용 드론에 적용하려던 메이븐(Maven)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으나, 결국 구글이 제다이 사업에 응찰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황이 별로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오라클은 연방 법원에 국방부의 제다이 프로젝트가 단일 벤더와의 계약으로 진행되는 것이 공정하지도 않고 연방 정부의 조달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7) 오라클은 2018년 8월에도 유사한 문제 제기를 연방 회계감사원(GAO)에 했으나, 그 해 9월 GAO는 국가적인 보안 문제 등 다양한 이유를 고려할 때 단일 벤더 선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한 바가 이미 있다.

오라클 수석 부사장 켄 클루엑(Ken Glueck)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기술 업계는 차세대 클라우드를 전례 없는 속도로 혁신하고 있는데, 지금 방식의 제다이 계획은 미 국방부를 10년 이상 기존 클라우드 기술에 묶이게 할 것이다. 지금의 선정 방식은 이미 정립된 조달 규칙에 위배되며, 지속적인 경쟁을 촉진하고 빠른 혁신을 추구하는 동시에 가격을 낮추는 업계의 멀티 클라우드 전략과도 부합하지 않는다.”(켄 클루엑 오라클 수석 부사장)

이와 함께 오라클은 지난 수개월 동안 이 제다이 제안요청서가 업계 선두인 아마존에 유리하도록 작성되었다고 불평했으며 회사의 공동 CEO인 사프라 카츠(Safra Catz)는 제안요청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인 4월에 대통령에게 불만을 전달하기도 했다. IBM 역시 2018년 10월에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면서 비슷한 항의를 제기했다.8) 오라클이 연방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의 불만 사항들은 IBM이 이전에 제기했던 불만 사항과 언어를 인용한 것이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이미 제다이 사업을 포기한 구글 역시 멀티 벤더 솔루션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제다이 사업을 따내기 위한 거대 IT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제다이 사업을 따내기 위한 거대 IT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제다이 유사의 국내 사업, 세 가지 문제점

제다이 프로젝트와 유사한 프로젝트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9년 12월 범정부차원의 클라우드컴퓨팅 활성화 종합 계획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9), 공공서비스의 서버 기반을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바꿔가고 있다. 특히 국가정보자원관리원(전,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대구의 제3센터는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 센터(SDDC, Software Defined Data Center)로 모든 IT 인프라를 가상화하고 그 위에 플랫폼까지를 제공하는 PaaS (Platform as a Service) 형태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단일 벤더로 선정하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점차 제1, 2센터도 같은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공공시스템 컴퓨팅 수요의 약 23%(2.5만대)를 운영하는 곳으로 경쟁 가능한 국내 IT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며, 공공 표준 모델로서 다른 지자체와 기관의 클라우드 구축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제다이와 거의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클라우드 플랫폼 도입에는 몇 가지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멀티 벤더 이슈이다. 운영 효율성을 고려하면 단일 벤더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으나 근시안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선택된 벤더의 기술과 서비스에 종속됨으로써, 다른 벤더들에 의한 혁신을 여러 가지 이유로 빠르게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는 벤더 선정 이후 다른 벤더 또는 다른 오픈소스 진영에서 만들어진 기술적 혁신을 수용하기 위한 과정에서 가격 결정권이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지금 시점의 진행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현재 제3센터는 입주기관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표준 검증 환경인 클라우드 개발검증센터를 구축 중인데, 그 표준 환경으로 IBM 레드햇(인수합병 중)의 솔루션이 선정되었다. 표준 검증 환경에 단일 벤더가 선정되었다는 것은 본 시스템 선정에서 해당 벤더가 독보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딜레마 과제 물음표 숙제 고민

해법은 ‘멀티 벤더’ 

이 세 가지 문제는 단일 벤더 선정에 따른 태생적인 문제로서 오라클이 연방 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사유와 일치한다. 다시 말하면 국내에서도 제안요청 단계 또는 선정 이후에 다른 국내외 벤더들의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또 미국 연방 법원에서 오라클의 주장이 일부라도 받아들여진다면, 그 결과가 국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멀티 벤더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선 표준 검증 단계에서부터 추가적으로 여러 벤더가 들어와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도록 허용하고, 본 센터 구축 단계에서 기술 수준, 지원 조건, 가격 등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하여 벤더들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일 벤더 환경이 가지는 문제가 해결되고,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에 관한 문제이다. 지금은 정부가 통제 가능한 시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조달 시장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관한 고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우드 플랫폼과 개발 환경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에 의해 혁신이 더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그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고 나아가 주도하기 위해서는 큰 시장과 튼튼한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가 필요하다. 별도의 인력 양성, R&D 사업이 아니라, 정부가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솔루션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시장의 의지로 생태계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클라우드 플랫폼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민간에서 많이 도입되고 있고, 국내에도 기술적인 지원이 가능한 인력이 적지 않게 있다. 또 파스타(PaaS-TA)와 같이 정부가 주도한 클라우드 플랫폼은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혁신들을 아주 빠르게 수용하고 있기도 하다. 큰 조달 시장이 생기면 해당 인력들의 결집을 이룰 수 있으며, 그 동력으로 더 국내 기업에 기술이 쌓이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미 국방부의 제다이 사업우리의 차세대 공공 클라우드 기반 전자정부 플랫폼 사업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스템 경쟁 구도와 지속 가능한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를 고려한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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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클라우드스토어 씨앗 이슈리포트에 동시 게재합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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