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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와 사무장병원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제일병원이 경영난에 처하자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이영애 씨 등 몇몇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선다고 한다(아래 기사 참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관은 의사만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이영애 씨는 의사가 아니다. 혹시 컨소시엄 중에 의사가 있다 해도 비의료인이 함께 자본을 투자해서 의료기관을 인수한다면 역시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일명 ‘사무장병원’)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

이영애 씨의 제일병원 인수 소식은 얼마 전(’17년), 호텔롯데가 보바스병원을 인수해서 이슈가 된 사건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나라는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다. 그런데 도대체 ‘호텔롯데가 어떻게 보바스병원을 인수할 수 있었지?’ 당시 많은 사람이 이런 의문을 품었다.

이영애가 자신의 아이를 낳은 제일병원을 인수한다는 소식이다. 사진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이영애 씨가 자신의 쌍둥이 아이를 낳은 제일병원 인수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사진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비의료인의 병원 운영?

보바스병원과 제일병원의 공통점은 병원의 설립 주체가 ‘개인’ 이 아니라 ‘의료법인’이라는 점이다.

‘의료법인’은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하는 비영리법인으로서, 비의료인이라도 재산을 출연하여 의료법인을 설립하면 그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소위 의사만 병원을 할 수 있다는 의료법의 원칙의 예외인 셈이다. 물론, 비의료인이 직접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법인’이라는 비영리주체가 운영하며, 그 손과 발은 법인의 이사장 및 이사들이 된다. 그 이사장 및 이사가 비의료인이어도 상관 없는 것이다.

보바스병원이 경영난에 처하자, 바로 위 의료법인의 이사진이 퇴임을 하고 이사진 구성권을 호텔롯데에 넘겼다. 그 결과 호텔롯데 측 인사들이 보바스병원 이사진이 되었고, 병원을 사실상 호텔롯데가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영리법인인 호텔롯데의 의료법인 인수 방식이었다.

제일병원을 이영애 씨가 인수한다는 것도 결국 보바스병원의 방식을 따르겠다는 취지다. 비의료인 및 영리목적의 법인이나 개인이 의료기관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는 비판을 떠나, 현행법상으로는 이사진 구성권을 매매하는 것도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의료법상 개인이나 영리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출처: Contando-Estrelas-CC-BY-SA)

우리나라 의료법상 개인이나 영리법인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다. 단, ‘의료법인’이라는 법적 형식으로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출처: Contando-Estrelas-CC-BY-SA)

‘사무장병원’ 규제의 올바른 기준

그런데 이영애 씨의 의료법인 인수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더 남아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비의료인들이 의료법인의 이사진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경우, 소위 ‘사무장병원’이라 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현지조사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며, 요양급여의 지급을 보류하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이영애 씨를 비롯한 비의료인이 제일병원을 인수하고, 의료법인의 이사진을 구성하여 제일병원을 운영할 경우, 바로 ‘사무장병원’으로 몰리고 있는 의료법인들과 사실상 다를 바 없어진다. 특히나, 제일병원의 설립자는 의사였으나, 현재 이사장은 설립자의 아들로서 비의료인이다. 그리고 제일병원 직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의료법인 운영 과정에서 의료법인의 재산을 횡령하거나 배임행위를 하는 등의 불법행위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장하는 ‘의료법인 사무장’의 그것이다. 제일병원도 이름값만 없었다면 충분히 ‘사무장병원’으로 수사 대상이 되고, 요양급여의 지급도 보류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비의료인이 인수에까지 나선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장하는 ‘사무장병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료법인’은 애초에 제도의 목적이 비의료인으로 하여금 재산을 출연해서 의료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의료법인’이 설립되어 의료기관을 개설한 이상, 그 이사진을 누가 구성하는지와 관계 없이 해당 의료기관이 법률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운영되며 환자를 잘 치료하는지에 중점을 두어 규제의 방향도 정해야 한다.

의료법인의 인적 구성보다는 해당 의료기관이 법률과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환자를 제대로

의료법인 이사진의 인적 구성에 주목하기보다는 해당 의료기관이 법률과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규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공단의 입장에 따르면, 호텔롯데라는 영리자본이 인수한 보바스병원이야말로 ‘사무장병원’이며, 비의료인 아들이 이사장이 되어 법인의 재산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를 받는 제일병원도 사무장병원이다. 그러나 의료법인 제도의 취지를 되새겨 보면 의료법인에게는 ‘사무장’ 혐의를 씌우기 어렵다.

이영애 씨의 제일병원 인수 컨소시엄 구성이 해프닝으로 끝날지, 보바스병원 인수와 같은 결론에 다다를지 그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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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혜승
초대필자. 변호사

법무법인 반우(盤友)에서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음악을 좋아합니다.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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