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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교도소 불법 노동을 통해 본 노동시장 유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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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익은 결국 누군가에게 착취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부패의 맛; Rotten, 2018] 제3화 ‘마늘은 대체 누가 먹었나’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한다. 중국산 마늘을 수입하는 한 업체가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깐마늘을 수입하고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이 마늘의 출처가 교도소에서의 노역을 통해 생산된 물량이었다. 게다가 이 수입업체는 미국 내 마늘 유통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업체와 거의 독점계약을 맺고 있어, 해결도 쉽지 않다.

부패의 맛 - 그 마늘은 누가 다 먹었을까 ⓒ 넷플릭스
부패의 맛 – ‘마늘은 대체 누가 먹었나’ 중에서 ⓒ 넷플릭스

물론 교도소에서 노역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징역형에는 노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교도소 노동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교도소 노역으로 생산된 물건은 법적으로 수출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묵인 하에 많은 업체들이 경찰과 유착하여 교도소나 구류소 등지에서 생산된 재화들이 대량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 노역으로 생산된 재화가 왜 수출이 되면 안 되는지는 다들 아실 것이다.

중국의 불법 교도소 노역  

당연히 아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의 ‘교도소 노역’ 문제는 왜 불거졌는가? 이는 지난 2012년 중국 정부가 노동계약법을 개정하며, 하도급 단속 및 파견근로직과 관련된 규제를 크게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파견근로직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적용했고, 파견근로자수의 비율도 국무원 노동행정부문에서 전체 근로자 수의 10%로 아주 엄격하게 제한했다. 즉 중국 내 영세 업체들에게는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그래서 중국 내 교도소 노동은 주로 수공업 형태로 운영되는 경공업 쪽에 치우쳐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취재에 따르면, 광시좡족 자치구의 구이린 시의 교도소에서는 미국 애리조나로 수출되는 핸드백을 만들었다고 알려졌으며, 길림성 퉁화 시의 교도소에서는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화환을 만든다고 한다. 산둥성 얀타이 시의 교도소에서는 죄수들이 가전 제품에 들어가는 배선을 조립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중국 전국적으로 아주 심각한 수준의 불법 수출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이러한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명징하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소비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농민공’(農民工; 또는 민공; 民工)[footnote]농민공(農民工) 또는 민공(民工) 은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하급 이주노동자를 일컫는 말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개혁개방 실시 후에 낙후한 농촌을 떠나 도시화된 해안의 발전된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를 한 사람들이다. 현재 농민공의 수는 1억 2천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계층이다. – 출처: 위키백과 ‘농민공’ 중에서 발췌. [/footnote]으로 대표되는 저소득층 도시 노동자의 소득이 어떻게든 상승해야 하고, 이와 동시에 경기 연착륙을 위해서는 치솟는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영세 제조업이 계속 버텨줘야 하기 때문이다. 즉 경직된 노동환경 속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려고 하니, 불법 행위라도 눈 감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주노동자로 추정되는 군고구마 장수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陳炬燵, CC BY SA 3.0) https://ko.wikipedia.org/wiki/%EB%86%8D%EB%AF%BC%EA%B3%B5#/media/File:Baked_sweet_potato_vendor_chinaA075924.jpg
중국의 이주노동자로 추정되는 군고구마 장수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陳炬燵, CC BY SA 3.0)

고임금 사회의 조건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교도소와 기업이 유착되어 교도소 노역으로 생산된 재화를 수출하는 정신나간 짓을 할 업체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IT 와 중공업 중심이기도 하고. 그러나 중국 교도소 노역의 문제는 우리에게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임금 수준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할 경우 어떠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개발국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나 하도급 관련 불법의 심화라는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중국에서 2012년 노동계약법을 개정했을 때, 상당수 진보 언론과 정치인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중국의 ‘선진적’ 정책을 경외하며 우리나라의 노동 착취(?) 현장을 비판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그분들이 중국 교도소 노동의 실태를 들여다 본 후에도 계속 같은 말씀을 하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반적인 고임금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사회 안전망이라는 비용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제도가 함께 자리잡아야 한다. 늘 말하지만, 예쁜 머리는 고데기다.

노동은 더 고달프다
착취 없는 노동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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