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처음에는 헌법재판소의 병역거부권 인정[footnote]이 글에서 ‘병역거부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의미한다. – 편집자[/footnote]에 관해 쓰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좀 되는 바람에 그 사이에 기무사 계엄령 준비 (문건) 사건이 터졌다. 나는 이 두 사건이 절묘하게 연결되는 지점을 이야기 하고자, 쓰던 글을 모두 지워버렸다. (헌재 결정 개요와 기무사 계엄령 준비 사건에 관해선 본문 아래 박스 설명 참조. 편집자)

헌법재판소 https://www.ccourt.go.kr/cckhome/kor/event/selectrecentMainDecisionList.do
헌법재판소
2016년 11월 4일에 있었던 박근혜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 (출처: JTBC 갈무리) 만약에 박근혜가 탄핵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기무사의 계엄령이 현실화됐다면?
2016년 11월 4일에 있었던 박근혜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 (출처: JTBC 갈무리) 만약에 박근혜가 탄핵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기무사의 계엄령 준비가 현실화됐다면?

‘징병제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징폐모’)은 지금까지 굳이 병역거부권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에는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가 당연히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론의 여지 없이, 근대 이후 대부분 국가는 국민개병(國民皆兵, 국민 전원으로 국방을 담당하는 국가의 자세)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동시에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를 인정한다. 미국은 말 할 것도 없고,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1차 세계대전 전후로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 제도를 마련해 두었다.

좀 더 그 배경을 설명하면, 근대 국가 대부분은 절대 왕정에 반대하는 혁명으로 건국했다.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중 미국 독립혁명은 자유의 가치를 전면에 내걸었다. 애초부터 17세기 당시 영국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이주한 청교도들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신교도들, 퀘이커들이 이주해 왔고, 가톨릭을 믿는 독일인, 아일랜드인들도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함께’ 미국을 건설했다.

엠마뉴얼 루체, "델라워어 강을 건너는 워싱턴" (1851)
엠마뉴얼 루체, “델라워어 강을 건너는 워싱턴” (1851)

미국 독립 전쟁 기간 중, 많은 시민이 독립군에 지원했지만, 평화주의적인 퀘이커교도는 아예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일부는 비전투적이고 자발적으로 구호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이 미국을 건설한 민중의 일부였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는 미국에서 건드릴 수 없는 기본 사상이 되었다.

자유국가인가 아닌가 

때로는 한 국가가 자유국가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데에 병역거부권의 유무가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나치 독일은 당연히 병역거부권이 없었고, 소련에도 병역거부권은 없었다. 이 두 국가는 대량의 인력을 동원하여 전쟁을 벌였고, 결국 미증유의 대참사를 낳았다. 2차대전 이후 독일도 병역거부권을 도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련은 경직된 현실 사회주의 국가 답게 병역거부권을 도입하지 않았다.

병역거부권은 인간에게 주어진 소중한 권리이자 나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생각을 지키는 장치다. 그렇기 때문에 병역거부는 입영 거부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부당한 작전과 명령에 거부하는 것, 불의한 전쟁에 맞서 탈영하는 것도 병역거부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병역거부는 모병제 국가에서도 발생한다. 2003년 이라크전을 반대하여 탈영한 미군들이 이에 해당한다. 나는 2017년 판문점을 넘어 남쪽으로 도망친 북한 군인도 넓은 의미의 병역거부자라고 본다.

또한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군 복무 중 대체복무를 신청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베트남전 당시 미군에 징집된 인원들 중 많은 숫자가 베트남전의 부당함을 들어 복무 중 대체복무를 신청했고, 그들 중 일부는 비전투병과로 전과 조치되었다.

베트남 전쟁 (1966, 남베트남)
베트남 전쟁 (1966, 남베트남)

투쟁을 위한 양심, 평화를 위한 양심 

‘그러면 누가 군사 작전을 수행하겠는가’라고 물을 사람들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쟁은 정치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다. 동시에 전쟁은 국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진행 될 수 있다. 만약 전쟁에 정당성이 없다면, 전선은 무너질 것이고 군대는 와해될 것이다. 고전적인 전면 전쟁으로 인한 총 동원 체제는 역설적으로 국민들에게 강력한 협조를 요청한다.

모든 전쟁은 기본적으로 내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애시당초 내부적으로 합의가 되어있지 않다면 그 전쟁은 사분오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한 사람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재산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싸우게 되는 상황은 역사적으로 여러차례 존재 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무기를 들지 않고 싸우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다 한들 대규모 전선 이탈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투쟁을 위한 양심과 평화를 위한 양심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영국의 압제에 대항하여 총을 들고 일어났다는 점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들의 일부로서 퀘이커들이나 소수 종파들이 있었음을 절대 부정하지 않는다.

이등병 군대 훈련병

그래서 한국이 근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한다면, 당연히 병역거부권은 인정되어야 하고 대체복무 또한 인정되어야 하기에, 징폐모는 지금까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병역거부권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존재했어야 했다. 실제로 당시에는 모든 젊은이를 징집하지 않았고, 50년대까지는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병역거부자들을 비전투 임무에 종사하도록 조치했다. [footnote] 참고로, 1980년에서 80년 후반까지 징병 신체검사의 현역 판정률은 45%~70% 초반에 불과했다가 90년대에 들어서 현역 판정 비율이 급속히 높아진다.

병역 현역비율 현역판정율

[/footnote]

그때 병역거부권이 있었더라면 

만약 한국에 병역거부권이 좀 더 일찍 인정되었다면 어땠을까? 최근 문제가 된 기무사 계엄령 계획도 병역거부권이 있었다면 제대로 시행 됐을지 알 수 없을 일이다. 만약 군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끌고 일반 시민들을 공격하려 했다면, 현역 장병들 중에 이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낀 사람들이 병역거부를 결행했을 것이다. 일부 장병들이 ‘아니오, 저 도시는 저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살고 있는 도시입니다. 저는 저 곳을 공격 할 수 없습니다. 민간인들이 대량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라며 작전을 거부 했을 수도 있다.

조금 더 시계를 뒤로 돌려서, 한국전쟁 직후 병역거부권이 비록 협소하게나마 법제화 되어있었다면 역사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물론 군부 독재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그 당시에 병역거부권을 논하는 것은 전봇대에서 꽃이 피길 기대하는 것 보다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1980년 5월에 병역거부권이 존재했다면, 광주에서의 학살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떻게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질을 합니까?’ 

이렇게 명령을 거부할 군인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 그때 병역거부권이 있었더라면... ⓒ5.18기념재단
광주민주화운동. 그때 병역거부권이 있었더라면… ⓒ5.18기념재단

병역거부권은 유별난 몇몇 종교인들이나 급진적인 사회운동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병역거부권을 보장함으로써 군 내부의 폭주를 막고 부당한 체계를 제어하는 기제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국가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든 체계이고, 인간이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오류가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여 이중, 삼중의 제어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 이제 인간은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가진 무력집단을 운용하게 되었다. 이를 제어할 장치로서도 병역거부권은 인정 되는것이 당연하다. 부디 앞으로는 폭넓은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여 자유와 민주주의의 본령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divide style=”2″]

 

참고. 

[box type=”info”]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 위헌소헌

  • 2011헌바379 (2019. 6. 28. 선고)
  • 결정 형태: 헌법불합치, 합헌 
  • 요약: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글 아래 ‘결정요지 전문’ 참조). 주의할 점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병역종류조항’)은 헌법불합치로 판결했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 근거가 된 병역법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및 제2호에 대해선 합법으로 판결했다는 점이다. 즉, 병역법 제88조 제1항까지 위헌으로 판결한 것은 아니다(헌법불합치 판결은 위헌 판결의 일종임).
  • ‘헌법불합치’ 판결이란? 심판 대상인 (시행 중) 법률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입법부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만 해당 위헌 법률(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게 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 법률(조항)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결정 형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병역법에 대체복무제를 포함하는 개정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하도록 입법부(국회)에 주문했다. 이때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2020년부터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2017년 기무사 계엄령 준비 사건 

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기각 또는 각하 시 위수령과 계엄령 계획을 준비한 사건이다. 2018년 7월, 기무사가 위수령과 계엄령 선포를 검토했다는 문건이 발견되었다. (출처: 위키백과 – 국군기무사무사 계엄령 준비 사건 중 발췌) 

[/box]

 

[divide style=”2″]

 

병역법 제88조 제1항(입역 기피) 등 위헌소헌 결정요지 전문 

 

[divide style=”2″]

  • 2011헌바379 (2019. 6. 28. 선고) 결정요지 전문을 주요 공적 기록을 조금이라도 널리 알리고, 보존하는 차원에서 모두 옮긴다. (편집자)
  • 출처: 헌법재판소 사건검색 페이지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28일 재판관 6(헌법불합치) : 3(각하)의 의견으로, 병역의 종류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이하‘병역종류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며,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결정을 선고하고, 재판관 4(합헌) : 4(일부위헌) : 1(각하)의 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 근거가 된 병역법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및 제2호(이하 모두 합하여‘처벌조항’)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불합치, 합헌]

이에 대하여,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청구는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청구로서 부적법하다는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재판관 김창종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유남석의 처벌조항에 대한 일부위헌의견, 처벌조항에 대한 청구는 법원의 법률해석이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부적법하다는 재판관 김창종의 처벌조항에 대한 각하의견이 있고, 그 밖에 위 각 의견들에 대한 개별 재판관들의 보충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들은 현역 또는 보충역 처분을 받은 사람으로, 현역입영통지서 또는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 또는 소집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재판계속 중 병역법 제5조, 제88조 제1항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 또는 각하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및 서울북부지방법원 등은 위와 같은 내용의 범죄사실에 관한 형사재판 계속 중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구 병역법(2000. 12. 26. 법률 제6290호로 개정되고, 2006. 3. 24. 법률 제7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06. 3. 24. 법률 제7897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0. 1. 25. 법률 제99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10. 1. 25. 법률 제9955호로 개정되고, 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고, 2016. 1. 19. 법률 제137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16. 1. 19. 법률 제13778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1항(이하 모두 합하여 ‘병역종류조항’이라 한다),

② 구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구 병역법(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2호,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2호(이하 모두 합하여 ‘처벌조항’이라 하고, 병역종류조항과 처벌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편의상 현행 조항만 기재함)

○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5조(병역의 종류) ① 병역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1. 현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징집이나 지원에 의하여 입영한 병(兵)
나. 이 법 또는 「군인사법」에 따라 현역으로 임용 또는 선발된 장교(將校)·준사관(準士官)·부사관(副士官) 및 군간부후보생

2. 예비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현역을 마친 사람
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

3. 보충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수급(兵力需給) 사정에 의하여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
나.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복무하고 있거나 그 복무를 마친 사람

  1. 사회복무요원
  2. 삭제
  3. 예술·체육요원
  4. 공중보건의사
  5.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6. 삭제
  7. 공익법무관
  8. 공중방역수의사
  9. 전문연구요원
  10. 산업기능요원

다.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4. 병역준비역: 병역의무자로서 현역, 예비역, 보충역 및 전시근로역이 아닌 사람

5. 전시근로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병역판정검사 또는 신체검사 결과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에 의한 군사지원업무는 감당할 수 있다고 결정된 사람
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전시근로역에 편입된 사람

○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88조(입영의 기피 등)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단서 생략)
1. 현역입영은 3일
2. 공익근무요원소집은 3일

□ 결정주문

1. 구 병역법(2000. 12. 26. 법률 제6290호로 개정되고, 2006. 3. 24. 법률 제7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06. 3. 24. 법률 제7897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0. 1. 25. 법률 제99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10. 1. 25. 법률 제9955호로 개정되고, 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고, 2016. 1. 19. 법률 제137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구 병역법(2016. 1. 19. 법률 제13778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1항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2. 구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병역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구 병역법(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2호,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2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주문 요약>

1. 2006. 3. 24. 개정되기 전의 구 병역법부터 현행 병역법까지의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2. 2009. 6. 9. 개정되기 전의 구 병역법부터 현행 병역법까지의 병역법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2009. 6. 9. 개정되기 전의 구 병역법과, 2013. 6. 4. 개정되기 전의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 본문 제2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1.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판단

○ 비군사적 성격을 갖는 복무도 입법자의 형성에 따라 병역의무의 내용에 포함될 수 있고, 대체복무제는 그 개념상 병역종류조항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따라서 청구인들은 입법자가 병역의 종류에 관하여 병역종류조항에 입법은 하였으나 그 내용이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지 아니하여 불충분하다는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 병역종류조항이 대체복무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역종류조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나. 처벌조항에 대한 판단

○ 처벌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당해 사건의 피고인들은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다. 소결

○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2. 본안 판단

가. 양심적 병역거부의 의미

○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가리키는 것일 뿐 병역거부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병역의무이행은 ‘비양심적’이 된다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병역의무자들과 병역의무이행이 국민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 제한되는 기본권

○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처벌조항에 의하여 형벌을 부과받음으로써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다.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 병역종류조항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병역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여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2) 침해의 최소성

○ 병역종류조항은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의 다섯 가지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위 병역들은 모두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의무자에게 병역종류조항에 규정된 병역을 부과할 경우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되어 온 대체복무제는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것에 비하여 양심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수단임이 명백하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현재의 병역종류조항과 동등하게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고, 이들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을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으므로,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역자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전체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 국가가 관리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하여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과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도 병역의무의 형평을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 위와 같이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병역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거나 그 도입을 미루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는 없다.

○ 따라서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만을 규정한 병역종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3) 법익의 균형성

○ 병역종류조항이 추구하는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대단히 중요하나, 앞서 보았듯이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공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 반면, 병역종류조항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최소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과 그에 따른 공무원 임용 제한 및 해직, 각종 관허업의 특허·허가·인가·면허 등 상실, 인적사항 공개, 전과자에 대한 유·무형의 냉대와 취업곤란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한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면, 이들을 처벌하여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국가와 사회의 통합과 다양성의 수준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4) 소결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 헌법재판소는 2004년 입법자에 대하여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권고하였는데, 그로부터 14년이 경과하도록 이에 관한 입법적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사이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법무부, 국회 등 국가기관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그 도입을 권고하였으며, 법원에서도 최근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사정을 감안해 볼 때 국가는 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종류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

○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다.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

(1)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합헌의견

○ 처벌조항은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써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위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의 입법상 불비와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이 결합되어 발생한 문제일 뿐, 처벌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이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 조치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처벌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합헌의견

○ 뒤의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및 처벌조항에 대한 합헌의견’에서 함께 살펴본다.

(3)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유남석의 일부위헌의견

○ 병역종류조항은 처벌조항의 의미를 해석하는 근거가 되고, 처벌조항은 병역종류조항의 내용을 전제로 하므로,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는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이상,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에 대하여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처벌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벌을 부과하고 있으나,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처벌조항과 같은 정도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처벌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하여 볼 때 형사처벌이 특별예방효과나 일반예방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처벌조항이 위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다고 하기 어렵다. 반면, 형사처벌로 인한 불이익은 매우 크므로,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 따라서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4) 재판관 김창종의 각하의견

○ 위헌소원 사건

청구인들 주장의 주된 요지는 대체복무제와 같은 예외를 두지 않은 채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입영을 거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입영을 거부하였을 경우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는 대법원이나 당해사건 법원의 법령 해석·적용은 잘못된 것이고, 그렇게 해석하면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에 불과하다.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처벌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당해사건 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평가 또는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의 처벌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법원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취지에 비추어 부적법하다.

○ 위헌제청 사건

제청법원들의 제청이유 요지는 결국 대법원판례와 같이 양심적 입영거부를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처벌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이다. 따라서 제청법원들의 위헌제청은 처벌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개별·구체적 사건에서 처벌조항 중 ‘정당한 사유’의 포섭이나 해석·적용의 문제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해명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위헌제청은 부적법하다.

합헌적 법률해석은 모든 법원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법원은 어떠한 법률조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한 가지 해석방법에 의하면 헌법에 위배되는 결과가 되고 다른 해석방법에 의하면 헌법에 합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위헌적인 해석을 피하고 헌법에 합치하는 해석방법을 택하여야 한다.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기 전에 해당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 입법배경 및 다른 관련 규정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합헌적 법률해석을 통해서 그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보고 나서, 그러한 합헌적 법률해석이 불가능한 때에만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그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는 해석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채 곧바로 위헌제청을 하는 것은 부적법한 제청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제청법원들은 양심의 결정에 따른 입영거부가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스스로 판단한다면, 헌법재판소에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을 하지 않더라도,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의 합헌적 해석을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얼마든지 당해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제청법원들은 처벌조항에 관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의무를 회피한 채, 처벌조항에 대한 대법원의 합헌적 법률해석이 부당하다거나 양심의 결정에 따른 입영거부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합헌적 법률해석에 일반적 구속력을 얻기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제청법원들의 이러한 위헌제청은 부적법하다.

라.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잠정적용명령

○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병역의 종류와 각 병역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게 되어 일체의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되므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입법자는 대체복무제를 형성함에 있어 그 신청절차, 심사주체 및 심사방법, 복무분야, 복무기간 등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에 관하여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한다.

○ 입법자는 늦어도 2019. 12. 31.까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병역종류조항은 2020.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3. 결론

○ 그렇다면 병역종류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201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되도록 하고, 처벌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divide style=”3″]

□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및 처벌조항에 대한 합헌의견(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조용호)

가.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판단

○ 청구인 등이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일체의 군 관련 복무를 배제하는 것이므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될 수 없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를 규정하라고 하는 것은 병역법 및 병역종류조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항을 신설하라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서 위와 같은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은 그 자체로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처벌조항에 대한 판단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 처벌조항은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통해 헌법상 인정되는 중대한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입영기피자 등에 대한 형사처벌은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2) 침해의 최소성

○ 우리나라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은 엄격한 규율과 열악한 복무환경에서 각종 총기사고나 폭발물사고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복무기간 동안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도 제한받는다. 이러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각종 탈법·불법행위가 자행되기도 하므로, 병역기피행위에 대한 강제수단으로서의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

○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므로, 다른 나라에서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가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국가공동체 구성원의 책임의식과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군인 등의 안보관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군인 등의 사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군의 전투력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더욱 엄중할 수 있다.

○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를 심사단계에서 가려내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주관적인 양심의 형성과정을 추적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아가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 속에서 이행하는 병역의무와 등가성이 확보된 대체복무를 설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국가공동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는 문제이고, 국방의무는 국가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그 구성원의 생명과 자유, 안전과 행복을 보장하는 문제이므로, 대체복무제의 도입여부는 규범적 평가 이전에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이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한다고 하여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

(3) 법익의 균형성

○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되는 다른 공익적 가치와 형량할 때 결코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보편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 반면 처벌조항에 의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국가공동체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수호함으로써,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질서를 확보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자유,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처벌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한다.

(4) 결론

○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divide style=”3″]

□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재판관 김창종)

○ 어떤 법률규정에 대하여 위헌의 의심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이 부정된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청구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적용되지 아니한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인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당해 형사사건에 있어서 그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할 수 없다.

○ 청구인들은 입영 또는 소집처분을 받고서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처벌조항위반죄로 기소되었고, 법원 역시 당해사건 재판에서 처벌조항을 적용하여 청구인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므로 당해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처벌조항뿐이다. 병역종류조항은 당해사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할 때 적용된 법률조항이 아닐 뿐 아니라 법원이 이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당해사건 해결을 위한 재판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 2개 이상의 행정처분이 연속적 또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선행처분에 불가쟁력이 생겨 그 효력을 다툴 수 없게 되면 선행처분의 하자가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병역처분’은 구체적인 병역의무부과를 위한 전제로서 병역판정검사 결과 신체등위와 학력·연령 등 자질을 감안하여 향후 이행하게 될 현역, 보충역 등 역종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인 데 반하여, ‘입영처분’은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병역의무(입영 등)의 부과와 그 이행을 명하는 행정처분이다. 따라서 입영처분이 병역처분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두 처분은 각각 그 근거규정을 달리하면서 단계적으로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이다. 병역종류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면 그에 근거한 병역처분은 후발적으로 위법하게 되는 하자가 있게 되지만, 그러한 병역처분의 하자(위법성)는 독립적인 후속처분인 입영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입영처분까지 위법한 처분으로 된다고 볼 수 없다.

○ 결국 당해사건 법원으로서는 처벌조항의 적극적 구성요건인 입영처분이 적법, 유효한 이상, 그 입영처분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청구인들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처벌조항에 따라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고, 그로 인하여 병역처분이 후발적으로 위법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들에게 당연히 무죄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 그러므로 청구인들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

[divide style=”3″]

□ 병역종류조항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유남석)

○ 병역종류조항은 처벌조항의 의미를 해석하는 근거가 되고, 처벌조항은 병역종류조항의 내용을 전제로 한다. 만약 병역종류조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처벌조항이 이행을 강제하는 병역의무의 내용 역시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여야 하는 것으로 달라지게 되고, 그에 따라 처벌조항 중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 역시 위헌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는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그렇다면 병역종류조항은 당해 사건에 간접 적용되는 조항으로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divide style=”3″]

□ 병역종류조항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재판관 서기석)

○ 앞서 처벌조항에 대한 합헌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따라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현행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함으로써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한편,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아니한 현 상황에서 법원이 현재의 견해를 변경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결과적으로 병역의무도 면제받고 대체복무도 이행하지 않게 됨으로써, 군복무를 이행하는 사람과 비교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위헌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현행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여야 하는 것이다.

○ 이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조항에 의하여 처벌하든지, 처벌하지 않든지 간에 위헌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야 하므로, 병력종류조항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divide style=”3″]

□ 병역종류조항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재판관 조용호)

○ 양심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여 개인이 양심상의 이유로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병역의 종류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는 병력의 구체적 설계, 안보상황의 예측 및 이에 대한 대응 등에 있어서 매우 전문적이고 정치적인 사항을 규율해야 하는 속성상, 입법자가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재량 하에 결정할 사항이다.

○ 입법자에게 법률의 제정 시 개인적인 양심상의 갈등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하여 사전에 예방적으로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는 일반조항을 둘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양심의 자유에서 파생하는 입법자의 의무는 단지 입법과정에서 양심의 자유를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일반적 의무’이지 구체적 내용의 대안을 제시해야 할 헌법적 입법의무가 아니므로, 양심의 자유는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형성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양심상의 이유로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 그렇다면 이 사건 처벌조항과 달리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하는 효력이 없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입법자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위헌확인을 할 수는 없다. 나아가 입법자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지 않고서는 양심의 자유를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기 때문에 대체복무의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결단은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중대함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divide style=”3″]

□ 병역종류조항 반대의견 및 처벌조항 합헌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재판관 안창호)

○ 처벌조항에 대한 합헌의견을 토대로, 국가공동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기 전에라도 다음과 같이 형사처벌 이외의 법적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기본권 제한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 예컨대 ① 학계·법조계·종교계 등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형 집행 종료 즈음에 형 집행 과정에서 취득한 자료 등에 기초하여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인지 여부를 판정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경우에는 사면을 하는 방법, ② 공직 임용, 기업의 임·직원 취임, 각종 관허업의 특허 등 취득 등과 관련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불이익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 ③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정역에 복무할 때, 그 정역을 대체복무에서 고려될 수 있는 내용으로 함으로써, 일정부분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 이런 불이익 완화 조치는 ‘평상시’에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적 제재를 완화하여 국가안보의 위험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나아가 위 조치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그 합의는 상대적으로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 합헌의견은 민주주의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와 질서를 수호하여 이를 바탕으로 그 포용성과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가운데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divide style=”3″]

□ 결정의 의의

○ 헌법재판소는 2004. 8. 26. 선고한 2002헌가1 결정 및 2004. 10. 28. 선고한 2004헌바61등 결정에서 구 병역법(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되고, 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하였고, 2011. 8. 30. 선고한 2008헌가22등 결정에서는 구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 및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하였다.

○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종전과 달리 병역법 제88조 제1항(처벌조항)뿐만 아니라 제5조 제1항(병역종류조항)도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하였다. 이는 일부 청구인들이 병역종류조항의 위헌확인을 함께 구한 데 따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6(헌법불합치) : 3(각하)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처벌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4(합헌) : 4(일부위헌) : 1(각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하였으며, 재판관들의 구체적인 의견 분포는 다음과 같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