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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가격’ 어쩔 수 없나?

생리대 월경

여성은 생리대에 얼마나 돈을 쓸까. 여성은 10대부터 50대까지 약 500회 월경을 한다. 회당 기간은 5~7일이다. 생리대는 3~4시간마다 갈아주는 것이 권장된다. 한 달에 30~42개를 쓰는 셈이다. 생리혈은 통상 이틀은 양이 많고 이틀은 적다. 이 때문에 ‘대형’도 필요하며, 밤에는 ‘오버나이트’를 사용한다. 생리가 끝나도 2~3일간은 잔분비물이 많이 나오므로 ‘팬티라이너’라 불리는 미니생리대를 사야 한다. 4종이 모두 필요하다 보니 비용도 더 들고 대량구매도 쉽지 않다. 최근 출시된 프리미엄 제품들은 1개당 500~800원선으로 비용은 월 3만~4만원대까지 오른다.

편견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과거에는 강한 향을 첨가한 ‘냄새 걱정 없는 생리대’가 프리미엄이었다. 실리콘·천연고무 재질로 만들어져 10년은 쓸 수 있는 생리컵은 ‘처녀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거부감이 장벽이다.

나는 5월 28일 ‘월경의 날’을 맞아 이런 지극한 상식에 관한 기사를 썼다(기사에 ‘팬티라이너’가 등장하다니!). 일단은 최대한 경제부 기사처럼, 차별화하며. 내가 쓴 이 대목은 뒤에 박스로 붙는 ‘백업’이고, 진짜 메인은 공정위 담당 기자가 문제의식을 갖고 집요하게 취재한 내용이다.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달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가격 인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가격남용이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가격을 부당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뜻한다.

경향신문, 신제품·리뉴얼…7년간 140회 오른 생리대값 ‘제동장치 없다’ (김원진·박은하, 2018. 5. 28.)

생리대 시장은 한국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으로 독과점 시장이다. 생리대는 또한 생필품이다. 그러나 취향에 따라 골라 쓰는 것처럼 여겨진다. 생리대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15%로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2%)을 훨씬 상회하나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공정위의 논리가 맞는지 점검하다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공정위

기사를 쓰면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

정부의 가격 규제가 시장의 혁신동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더 좋은 생리대가 나오는 것에 방해가 되면 어떡하지?

중요한 기준은 경험이다. 내 경우 결코 저가형이 아닌 중가형 생리대를 차고 있으면 가끔 한 점을 바늘로 콕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여러분 옆에 있는 여성 동료도 그 고통을 참으면서 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당 514원인 ‘나트라케어’ 쓰면 확실히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제조사가 알아서 연구할 리는 없을 것이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대충 안전(?)할지도 모르겠지만, 가시로 질 내부를 콕 찔리는 듯한 고통을 겪으며 생활한다는 것이 타당한가.

시장의 혁신은 생리대에 안전과 오히려 거리가 먼 냄새 걱정 없는 깨끗한 음이온 허브 바이오 유기농 생리대 따위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이건 이념의 문제가 끼어 있다. 그리고 그쪽의 혁신이 비용이 덜 들고 편할 거라는 경제적 논리도 끼어 있을 것이라 본다. 여하간 면 생리대는 흡수율이 떨어져 축축하고, 흡수율 좋은 생리대는 아픔이나 가려움을 유발하고.

경제부에서 다룰 예정이니 가격 등 돈 관련한 부분만 물어 민망하다고 하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경제 문제로 적극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들의 건강, 그리고 일회용 생리대의 분해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비용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동전 돈

세계적으로 답을 찾고 있는 문제라서 언젠가 한국에서 먼저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경험을 먼저 물어본 공정위 담당 후배 기자님께 감사를.

¶. 추천기사: 

이 글은 ‘생리대’에 관한 기사를 쓴 필자의 기사 후기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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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은하
초대필자.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 박은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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