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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의 집단 기억상실증: LTE 요금제 비판

2013년 1월 25일 LG유플러스가 국내 3대 이동통신사들 중에서 최초로 LTE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약정 음성통화 제공량과 속도 제한의 기준이 되는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총 세 가지 방식의 무제한 요금제가 있고 1월 31일부터 가입자를 받는다고 한다. 발표한 다음날부터 TV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이통3사, LTE도 ‘제한적인’ 무제한 요금제 발표

LG유플러스
새로운 LTE 요금제
음성 데이터 데이터 제공량
초과시 속도 제한
LTE데이터
무한자유95
750분 무제한 14GB 넘으면 하루 3GB 초과시 2Mbps
LTE데이터
무한자유110
1,200분 무제한 20GB 넘으면 하루 3GB 초과시 2Mbps
LTE데이터
무한자유130
1,500분 무제한 24GB 넘으면 하루 3GB 초과시 2Mbps

KT 역시 뒤지지 않고 같은 날 오후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요금제는 역시 LTE 데이터 무제한 950, 1100, 1300 이다. 방식은 거의 동일한데 LG유플러스보다 약정 음성통화 제공량이 요금제에 따라 각각 50분, 150분, 250분이 적다. 월별 기본 데이터 제공량은 14GB, 20GB, 25GB이고 기본 제공량을 모두 소진하면 매일 3GB를 주고 그 이상은 2Mbps 로 제한한다는 것 역시 LG유플러스의 요금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쯤 되면 SK텔레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영업일도 아닌 다음날(토요일) 보도자료를 내서 LG유플러스, KT와 매우 유사한 요금제를 발표했다.

LTE 속도를 누릴 수 없는 LTE 무제한 서비스

세 통신사가 발표한 LTE 무제한 요금제의 특징은 제한이 있는 무제한 요금제라는 것이다. 데이터를 사용할 때 추가 요금은 발생하지 않지만, 정해진 용량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면 속도가 느려진다.

LTE 사용자들은 빠른 속도를 이용하기 위해 기존의 3G보다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속도가 제한되면 LTE의 장점은 상당히 희석되는 것이다. 이것은 3G 때와 마찬가지 방식이지만 금액은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이번에도 ‘무제한 요금제’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왔다.

몇몇 서비스 때문에 블랙아웃이 올 것 같다더니 본인들은 콸콸콸

몇몇 서비스 때문에 블랙아웃이 올 것 같다더니 본인들은 콸콸콸

통신망이 감당할 수 없는 포화 상태라는 말은 어디 갔나

이통사들이 이제까지 현재 우리나라의 통신망 상태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왔는지 하나씩 되짚어 보자.

2012년 5월 15일 KT 회장은 코엑스에서 열린 제8회 국제방송통신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스마트폰 도입으로 데이터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 여기 대비한 통신망 투자를 하지 않으면 전력의 동시 정전사태인 블랙아웃과 같은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SK텔레콤 사장은 2012년 2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통신망의 포화 상태가 통신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익을 보는 모든 사업자들이 돈을 내야 한다.

조금 더 이전으로 가보자. 2012년 2월 10일 K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는데 그 이유는 다수 이용자를 보호하고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시 KT의 한 상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마트TV가 활성화하면 다른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게 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런 결정을 했다.

그리고 2011년 5월 8일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들의 사용 방식에 대해 ‘통신남용 모럴 해저드’라고 표현한 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방통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요금제를 SK텔레콤 측과 협의하고 있다 /이달 중 발표하는 통신요금 인하방안에 포함될 수 있을 것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2011년 10월 5일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LTE 요금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LTE 요금제는 소수 헤비유저(데이터를 과도하게 이용하는 사용자)가 통신망에 부담을 주는 현상을 피하고 다수 고객이 데이터 초과 사용 부담을 줄이면서 LTE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외에도 수익성 악화로 투자 여력이 없다는 건 또한, 이통사의 단골 레퍼토리(repertory)다. 하지만 이통3사가 벌어들이는 돈은 매년 순수익만 3조 원이 넘는다. 이것의 50% 정도는 배당을 한다. 심지어 독과점 시장인데도 마케팅비는 6조를 넘게 쓴다.

일시적 비용은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굿.

일시적 비용은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굿.
출처: 한겨레신문 – ‘이익 감소’ 이통3사 속으론 싱긋? (2012-08-03)

LTE, 꼼수의 향연

통신사들이 블랙아웃을 운운하고 데이터 사용량의 폭증을 걱정하며 무선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막았던 때가 바로 작년이다, LTE 서비스를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또 다시 이렇게 (사실은 제한이 있는) LTE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통신시장은 독과점 시장이다. 이통3사 통틀어 2012년 11월 말 LTE 가입자 수가 벌써 1천4백만 명을 넘어섰다. 즉, 스마트폰 이용자 ⅓ 이상이 LTE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LTE가 전국망으로 깔리기도 전부터 이통사들은 LTE 요금제로 가입자들을 받기 시작했었는데, 이 LTE 요금제는 3G보다 평균 20% 정도 비싸다.

LG전자는 작년 10월 31일, 넥서스4의 출시를 최종 포기했다. 넥서스4는 구글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레퍼런스 폰이지만 통신사들이 3G폰이라는 이유로 출시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넥서스4의 출시가 희망적이었을 때에도 3G폰은 이통사들이 거부, 판매가 어렵다는 제조사들의 주장이 있었다. 실제로 대리점에 가봐도 점원들이 권하는 건 모두 LTE폰 뿐이다.

3G 데이터 사용하지만 표시도 요금도 4G

또한, 최근에는 LTE의 부족한 커버리지를 감추기 위해 이통사가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LTE폰들은 LTE (4G)에 접속하지 못하는 경우 자동으로 3G로 접속을 하게 되는데, SK텔레콤의 경우 실제로 3G에 접속해 있더라도 4G라고 표시를 해서 마치 LTE 망을 사용하는 것처럼 표시하는 것을 기본 설정으로 두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3G 방식의 음성통화를 사용하면 화면에 3G로 표시가 되서 고객이 4G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에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 바뀌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실제 고객이 LTE (4G)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고 3G 데이터를 사용하는 순간에도 4G로 표시되고 데이터도 LTE 약정 데이터량이 빠져나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라이트 유저 두 번 울리는 이통사

이번 규정은 라이트 유저라면 더욱 분통이 터질만 하다. 이통사들이 LTE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기 위해 전에 주로 써먹었던 논리를 다시 떠올려보자. 그 논리는 이랬다. 무제한 요금제가 없어지는 게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이득이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부 ‘헤비 유저’들의 통신망 이용이 과다해 라이트 유저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데 이번 LTE 무제한 요금제는 이른바 ‘헤비 유저’에게만 도움이 되고 ‘라이트 유저’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과거 자신들이 했던 말과 모순인 셈이다.

라이트 유저가 무제한 요금제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헤비 유저처럼 망(network)에 부담을 줄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진 않지만, 데이터 사용량이 초과됐을까봐 마음 졸이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낮은 등급은 종량제, 높은 등급은 정액제 무제한으로 요금제를 나누는 것은 라이트 유저는 여전히 마음 졸이며 쓰고, 헤비 유저는 마음 놓고 쓰는 최악의 규정이라 할 수 있다.

통신망 붕괴를 이야기하던 통신사들의 치킨 게임

다시 (제한이 있는) 무제한 요금제 이야기로 돌아오자. 통신사들이 지난 2012년 12월 24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보조금 과다지급의 이유로 각 통신사에 과징금 및 영업정지를 내렸는데, 영업정지 기간 (해당 기간 동안 기기변경만 가능)은 다음과 같다.

  • LG유플러스: 2013년 1월 7일 ~ 2013년 1월 30일 (24일간)
  • SK텔레콤: 2013년 1월 31일 ~ 2월 21일 (22일간)
  • KT: 2013년 2013년 2월 22일 ~ 3월 13일 (20일간)

어제는 블랙아웃 걱정, 오늘은 무제한 서비스

KT와 SK텔레콤이 영업정지가 시작되기도 전에 LG유플러스를 따라서 LTE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가장 먼저 영업정지 기간을 맞이한 LG유플러스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약 10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LTE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3위인 KT가 바짝 따라오고 있다. 그래서 공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를 따라 부랴부랴 방통위의 신고나 인가도 받지 않은 채 심지어 영업일도 아닌 주말에 보도자료를 뿌려가며 무제한 요금제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등과 같은 몇몇 서비스들이 네트워크에 엄청난 부하를 주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수익성 악화로 망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다던 이통사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치킨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아 보이지 않는다. 몇몇 서비스 때문에 망의 과부하를 걱정하던 기간 통신업체들의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인가. 그들의 지난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까. 이통3사의 LTE 요금제는 ‘무제한’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게 제한적이다. 즉, ‘제한적인 무제한’이다. 이 형용 모순은 상황에 따라 표변하는 이통사의 ‘둔갑술’과 이제는 정체성 자체가 된 이율배반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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