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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댓글의 네 가지 유형: 드루킹 사건을 중심으로

드루킹 사건으로 정치판이 온통 시끄럽습니다. 정치적인 의견을 담은 댓글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1유형: 열성형 

우선, 열혈 지지자 그룹 또는 정치 덕후(?)들이 댓글 작업에 나서는 것. 선진 정치 문화에 하등 도움 될 것은 없습니다만, 사실 여기에는 어떠한 법적, 도덕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댓글의 수위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이 적용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게 ‘댓글 작업’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죄는 아니죠.

제2유형: 조직형 

그런 열혈 지지자(들)의 댓글이 조직 수준으로 발전하면 문제가 되죠. 우리 법이 동호회의 선거운동을 금하는 만큼 선거법 위반 소지가 커지겠지요. 다만 여기에서도 문제는, 댓글을 달아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표현하는 것이 정말 선거운동의 범주에 포함되냐는 것입니다. 사조직의 선거운동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 기준이 너무 엄격하면, 자생적인 정치 조직 자체를 봉쇄해버릴 우려가 있잖아요.

사실 현행 선거법은 개인의 지지운동까지 옥죌 정도로 너무 엄격하게 구성됐고, 이 때문에 오히려 밑바닥 정치, 풀뿌리 정치를 제도적으로 억압하는 게 사실이고요. 물론 조직적으로 댓글 작업을 하는 게 우리 정치 문화에 좋을 건 없다고 보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수준이 아니라 죄로 여기고 처벌하는 건 역으로 자생적인 정치 문화의 싹을 밟아버릴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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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유형: 기술형(도구형)

조직의 모양새에 가령 ‘매크로’와 같은 기술, 다수의 ‘대포폰’과 도구가 더해진 유형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정치 문화에 해를 끼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여론 조작’의 혐의를 강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증거와 범죄 의도(고의)가 밝혀진다면 이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죄를 물을 필요가 있죠. 그냥 방치하면 건전한 공론장이 망가지니까요.

제4유형: 결탁형

그리고 마지막으로 살펴볼 유형은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댓글 조직이 특정 정치인, 정치 세력과 ‘결탁’되었을 때죠. 이게 결국 드루킹 사건의 핵심 쟁점이죠.

드루킹의 조직과 김경수는 ‘결탁’ 되었는가. 사실 드루킹이 김경수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다량 보냈다는 것 자체는 결탁의 증거가 되지 못해요. 그건 누구나 보낼 수 있는 거고, 특히 요즘 같은 메신저 중심의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누구나 의원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죠. 의원이 그 메시지를 ‘진지하게’ 읽느냐가 문제일 뿐. 지지의 문자도 보낼 수 있고, 반대쪽에선 정치인들이 ‘문자 테러’라고 이르는 반대 문자 세례도 있을 수 있는데, 이걸 ‘결탁’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논란은 드루킹의 ‘나쁜 의도'(범죄의 고의)에 김경수가 얼마나 발을 담그고 있었는가 하는 거겠죠. 이건 앞으로 수사를 통해 더 밝혀져야 할 바인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특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게 사실이고요. 경찰 측의 ‘메시지 거의 안 읽었다’는 발표가 100% 신뢰할 만한 게 아닐지라도, 그렇다고 ‘결탁’이라 할 정도의 관계가 드러난 것도 없죠. 그러다보니 경선대회에서 영부인과 잠시 만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면서, 이게 정권 실세와 연관되어있다는 방증이란 억측에 가까운 추론들이 나오고 있고요.

드루킹 사건, 어떻게 볼 것인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드루킹 사건에 관해 “민주당에서 사조직을 동원해 여론조작을 한 것”이라고 단정하면서, “고문보다 더 지독한 수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죠.

국정원 댓글 공작은 그 주체가 명백한 국가기관이었습니다.  그냥 국가기관도 안보와 기밀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이었죠. 그런데 그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을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도 않은 드루킹 사건과 ‘도긴개긴’으로 퉁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국정원 댓글이 개인적 일탈?

국정원 댓글 사건(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그야말로 명백한 ‘국기문란’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건 책임자는 이를 “개인 일탈”로 몰아갔었죠. (현재 밝혀진 사실로 비춰서) 드루킹 사건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같은 수준으로 논해도 되는 사건인가요?

물론 ‘드루킹’은 아직 충분히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 정말 여권 실세, 정권 실세와 연관관계가 드러날 여지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2유형과 제3유형에 걸쳐 있죠. 제4유형(‘결탁형’)의 차원이냐 아니냐가 앞으로 밝혀져야 할 사안인데, 이 과정에서 언론이 아직 드러난 사실 없이 침소봉대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몬스터 종이신문

epSos.de, CC BY

여기에, 늘 생각했던 문제긴 한데 다시 실감하게 되는 게 TV의 문제입니다. 전문 뉴스 채널이나, TV조선 같은 선동성과 편향성이 강한 곳이 특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온종일 정치 시사 얘기를 하는데, 사안을 깊이 있게 다루거나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게 아니죠.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똑같이 계속 반복, 반복합니다. 아침에 얘기하고, 점심에 얘기하고, 저녁에 얘기하고 패널 초대해서 얘기하고 하루 종일 똑같은 얘길 하고 있어요. 독재의 어원이 ‘혼자 말하기’입니다. 그 방법론은 ‘동어반복’이죠. 지난 군사독재 시절 조선일보의 처세와 정체성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합니다.

물론 중대한 정치 사건, 예를 들어 최순실 사태라거나 MB 비리라거나 하는 것들은 얘깃거리가 워낙 많기도 하고, 그 중요성이 워낙 크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건도 자신의 정치적 당파와 이해관계에 따라 온종일 반복 보도함으로써 ‘부풀리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TV조선

드루킹이란 인물은 분명 정치 문화에 해가 되는 인물입니다. 반성하고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 분명히 있죠. 하지만 지금 현재 벌어지는 언론의 보도 경쟁이 우리 정치문화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발전하는 데 정말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할 음식도 없고 군불 때줄 손님도 없는데 그냥 연기만 피우고 있는 꼴 같습니다. 물론 훗날 정말 드루킹이 여권 실세와 선이 닿아있다는 게 드러날 수도 있고, 그럼 선지자 노릇을 할 수도 있겠지만요.

다만, 그런 선지자 놀음, 점쟁이 놀음은 언론의 본령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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