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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 폭로자가 명예훼손을 만났을 때

“이제 법적인 조언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오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 건 사람은 A 씨(의도적으로 익명 처리한다). A 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이 비정규직으로 다녔던 한 언론사에서 겪은 성추행 사건을 가해자의 실명을 들어 폭로했다. 현재 해당 언론사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B 씨에 관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A 씨와는 지난 몇 주 동안 틈틈이 대화하면서 함께 해법을 모색 중이다.

A 씨가 전한 경찰 전화 내용을 참고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B 씨는 폭로자 A 씨에게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명예훼손, 그리고 A 씨가 자신(B) 외에도 언급했던 언론사 동료 직원들을 ‘대신해’ 명예훼손으로 고소 및 고발을 진행 중이다. A 씨에게 전화를 한 경찰서는 ‘북'(가칭) 경찰서. A 씨는 자신의 생활권인 ‘남'(가칭) 경찰서로 관할을 이전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조사 받을 경찰서는 자신의 생활권으로 요청:  

만약 조사를 위해 방문해야 하는 경찰서가 자신의 생활권에서 너무 멀다면, 자신의 생활권에 있는 경찰서로 사건을 옮겨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가령, 나는 동대문에 사는데 강원도 원주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러 와달라고 하면, 경찰에 동대문경찰서에서 조사받을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다.

나는 예전에 사학비리를 비판했던 글로 인해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던 기억을 떠올려 A 씨에게 우선 조언했다. 당연히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면 아무리 그런 일을 각오했더라고 하더라도 마음이 위축되고,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 자신 ‘경험자’로 말하면, 귀찮고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일이지만, 직접 겪고보면 염려했던 것 만큼 두려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다면,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당당하고 담대하게. 그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다만, 좀 더 정확하고, 전문적인 조언을 전하기 위해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손 변호사에게 사정을 전하고, 미투 폭로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된 상황에서 대응법에 관해 물었다. 손지원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이 어려운 이유’라는 오픈넷 성명서를 초안하면서, 미투 폭로자에게 재갈을 물리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그 목소리가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를 비판한 바 있다.

 

침묵 표현의 자유

미투 폭로자에게 재갈을 물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출처: dreamwhile, CC BY NC ND)

이하 A 씨 사례를 통해 본 미투 폭로자의 경찰 조사 대응법이다. 미투 사례는 천차만별이고, 이에 따라 대응법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행위의 본질상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띠기 마련이다.

우리 형법은 진실, 허위를 불문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모두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형법 제307조), 말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혹은 진실이라고 믿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형법 제310조).

이에 비추어 폭로자가 명예훼손죄 수사를 받으면서 강조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이 글에서는 성추행 고소나 성폭력 신고 등 폭로자의 피해에 관한 형사적 구제에 관해선 다루지 않고, 지목된 가해자(측)가 폭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고발한 상황에 집중한다.)

미투 폭로자의 ‘명예훼손’ 대응 요령 

1. 사실 확정: 폭로자가 말한 것이 사실(진실)이라는 점

이 사례에서 A는 B가 자신을 주요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고 폭로(주장)했다. 반면 B는 ‘장판’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신체 접촉이 생겼다고 항변(주장)한다.

적어도 폭로자가 말한대로의 신체 접촉이나 성희롱성 발언 등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 가해자가 이를 인정한다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가해자가 부정하는 경우에는 주변인들의 증언이나 CCTV 화면 등의 물증이 필요해질 것이다.

문제는 성폭력적 상황은 보통 피해자와 가해자 일대일의 은밀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당시 성폭력 피해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폭로자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끝까지 다투어야 한다.

2. 폭로의 공익적 측면 

 

미투는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경험을 고발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운동이다. 그간 남성중심사회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되어 ‘용인’되어 왔던 일상화된 성희롱, 성추행을 포함한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 공유하고, 가해당사자에 대한 사회적 단죄나 조직적 징계, 법적 엄벌을 요구함으로써, 그러한 행위가 다시는 용인되어서는 안 될 폭력임을 사회와 가해당사자에게 자각시키는 공익적 목적을 가지는 폭로다.

이러한 미투의 사회적 의미 때문에 미투 폭로는 대부분 공익성을 인정받아 무혐의, 무죄로 종결될 것이고, 법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그래야 한다. 따라서 명예훼손 수사를 받는 폭로자들은 자신의 폭로가 가해자에 대한 개인적 비방의 목적이 아니라, 이러한 공익적 목적과 사회적 의미가 있음을 수사기관에 명확히, 당당히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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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가해자와의 관계 

특히 이 사례에서 A의 신분은 비정규직 직원이었고, B는 언론사 간부였다. 비정규직 직원과 조직 간부와 같이 성폭력 당사자의 사회적 위계관계가 명확하고, 가해자가 어느 정도 공적 지위에 있는 자라면 무리없이 ‘폭로의 공익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명예훼손 사건에서 비판 대상자의 사회적 책임을 부각함으로써 자신의 ‘폭로 행위'(비판행위)가 단순히 어떤 특정 개인의 사회적 명예를 훼손하고, 그 평가를 저해하려는 개인적인 복수 감정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그 비판 대상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 계약상 의무(간부직원으로서 관리 감독상 의무)를 공적인 차원에서 지적하기 위한 것임을 폭로자(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가 조사기관(경찰서)에서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3. 만에 하나 기소되더라도

이런 큰 맥락 속에서 판단하면, 대부분 사안은 ‘무혐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정말 정말 잘못 일이 풀리더라도(?) 약식기소되어 벌금형(일률적이진 않겠지만 50만 원 정도)이다. 그 이상으로 사건이 더 크게 문제될 가능성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너무 ‘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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