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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으로 맞춰지기 시작한 5G의 조각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그리고 저녁마다 야외에서 열리는 시상식에는 드론이 날아올랐다. 이 드론쇼는 올림픽 개막식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고 며칠 동안 뉴스와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항상 올라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올림픽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 왔다. 하지만 근래 올림픽이 방송이나 통신, 그리고 컴퓨팅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스포츠 축제를 기술 이벤트로 이끌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후원도 비용만큼이나 기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애초 평창 동계올림픽에 쏠린 기술적인 이슈는 5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이 5세대 이동통신의 시범 서비스 무대로 정해지면서 그 동안 통신과 관련된 많은 기업들이 차세대 통신 기술에 매달려 왔다. 어떻게 보면 근래에 열렸던 여러 통신 기술 관련 행사들의 분위기 뒤에 ‘5G는 동계 올림픽에서 보여주겠다’는 메시지가 숨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축제만큼이나, 그 뒤의 기술들도 그 어느 이벤트보다 큰 성과를 냈다.

일상으로 들어오는 네트워크 기술

통신에 대한 관심은 의외의 곳에서 먼저 터졌다. 2월 9일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1,218대의 드론이 활강하는 스노우보드 선수의 이미지와 올림픽 오륜기를 만들어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이 드론 군집 비행은 인텔이 개발하고 진행했다. 인텔은 이미 2년 넘게 드론쇼를 해 왔고, 그 숫자를 대폭 늘리면서 올림픽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이 드론에 관심이 쏠리면서 1,200여대의 기기를 컴퓨터 한 대로 제어한다는 것이 세상에 확실히 알려졌다. 그리고 어떻게 컴퓨터 한 대가 1,200대의 드론과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인텔 드론쇼는 5G 기반은 아니었지만, 네트워크 기술이 기기에 작용하는 효과를 전달하는 데에는 큰 역할을 했다.

아쉽지만, 그리고 SBS는 “CG아닌 5G 평창 하늘에 수놓은 1218개의 드론 오륜기”라고 개막식 영상 클립 제목을 달기도 할 정도였지만, 이 드론은 5G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LTE도 아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2.4GHz대의 무선랜 신호가 이용됐다. 인텔은 보통 드론쇼에 전파 간섭을 이유로 LTE를 비롯한 셀룰러 통신망을 이용하는데, 오히려 1,200대를 무선랜으로 연결했다.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것과 프로토콜이 다른 기술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쓰고, 이 때문에 혼선이 많은 2.4GHz대의 무선랜 사용 주파수를 이용해 사고 없이 정확히 짜여진 대로 드론을 제어한다는 것은 통신 기술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큰 놀라움을 샀다. ‘연결’ 그 자체가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드론이 가장 주목받긴 했지만, 개막식에서 실제 5G 통신이 활용된 바 있다. ‘평화의 비둘기’로 불리는 이 쇼는 공연자들이 들고 있는 기구에서 빛이 나오면서 비둘기 형상과 애니메이션이 비춰졌다. 하지만 기존 매스게임들이 각각의 공연자들에게 미리 준비된 순서대로 카드나 구조물을 들어 전체 이미지를 만들어내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동선만 따라서 움직이면 컴퓨터 화면의 ‘픽셀’처럼 해당 지점에서 표현해야 하는 색이 나온다. 실시간으로 많은 기기들을 동시에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5G 네트워크가 쓰였다. 그 동안 통신 업계가 준비해 온 5G의 시범 서비스가 처음 선보인 셈이다.

올림픽 파트너사인 KT와, 5G SIG로 5G 관련 기술 컨소시엄을 이룬 삼성전자, 노키아, 인텔, 퀄컴 등의 기업들은 그 동안 준비해 온 5G 기술을 쏟아내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진부역 주변에 무료 무선랜이 설치됐는데, 그 뒤의 네트워크는 유선이 아니라 5G 네트워크로 처리했다. 또한, 주요 경기장에는 5G 네트워크 환경을 설치해 앞서의 ‘평화의 비둘기’ 등 쇼를 하거나, 막대한 데이터가 오가는 중계 시스템에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네트워크 환경이 준비되면서 가상현실 기반의 경기 중계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경기장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는 ‘타임슬라이스(Time Slice)’나 VR기기로 경기장 곳곳의 원하는 자리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옴니뷰(OmniView)’ 등 새로운 형태의 중계 시스템이 올림픽에 데뷔했다.

모든 중계는 몇 초 안의 시차 안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또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 정보들이 지연 없이 컴퓨터로 모이고 다시 그 결과물이 전송되어야 하기 때문에 빠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환경에서도 통신이 원활해야 하는 기본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 적어도 그 부분에서는 5G와 LTE, 무선랜 등 모든 환경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찬사인 것이 네트워크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과 시범 서비스, 5G 표준화의 시발점

이제 막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5G의 가장 큰 성과는 ‘표준화’를 꼽을 수 있다. 새로운 통신 기술이 준비되고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전 세계 통신사들이 각자의 국가에서 원활하게 통신할 수 있는 환경과 필요한 기능들을 조율하는 기술 표준이다.

5G도 마찬가지다. 이 기술이 처음 제안되던 시기에 상당수의 이동통신사는 LTE 도입도 만만치 않은 환경이었다. LTE는 최근에서야 통신 표준 규격이 자리잡았고, 애초에 생각했던 LTE 통신의 기술 목표가 네트워크에서 구현되기 시작했다.

동계올림픽을 코 앞에 두고서야 통신 기술 표준을 정하는 3GPP는 5G의 표준 규격을 정했다. 첫 규격의 이름은 5G-NSA로 정해졌다. ‘3GPP 릴리즈15’에 바탕을 두고 주파수 대역과 기본적인 통신 환경이 정해진 것이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용한 3.5GHz를 비롯해 일본이 쓰기로 한 4.5GHz의 주파수 대역이 표준으로 들어갔다.

노키아의 5G 안테나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3GPP의 첫 표준안이 제시됐다. 관련 안테나 기술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필드테스트를 진행 해 왔다. 사진은 노키아의 5G 안테나.

결과적으로 동계올림픽의 시범 서비스는 KT를 중심으로 세계의 5G 기술을 모으는 역할을 했고, 중심에 서 있던 KT를 비롯해 국내 통신 업계의 필요 사항들이 5G 표준에 포함되는 계기가 됐다. 다음 과제는 본격적인 상용화를 선언한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으로 모이지만, 표준을 비롯해 실질적인 운영 경험을 가지게 된 국내 통신 시장이 유리한 위치에 먼저 올라서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동통신의 새로운 해석, ‘통신 인프라’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다는데 스마트폰은 어디에 있나?’라고 궁금해할 수도 있다. 아직 5G를 이용하는 스마트폰 기기는 없다. 그 동안 5G를 가장 괴롭혀 왔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WCDMA로 부르는 3세대 이동통신의 목표는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쓰는 것 그 자체에 있었고, 4세대 이동통신인 LTE는 늘어나는 스마트폰 이용자와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 확장에 있었다. 그리고 그 통신 대역폭이 유선 인터넷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면서 사실상 통신 이용자 입장에서는 네트워크에 대한 불만과 기대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더 빠른 인터넷이 필요하다’는 수요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이동통신사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연 시간 없는 실시간 통신, 더 많은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 저전력 네트워크 등은 지금까지 통신 시장의 숙제였고, 5G로 그 답을 내보겠다는 목표를 잡기는 했는데, 그 네트워크가 어디에 쓰이고,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판단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과 개념이 다른 새 네트워크가 여러 산업과 맞붙으면서 고정관념도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차량을 비롯해 진정한 사물인터넷의 출발점은 초저지연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올림픽은 네트워크 활용에 좋은 케이스가 됐다. 드론과 ‘평화의 비둘기’는 네트워크의 초저지연, 그리고 수많은 기기의 실시간 연결성을 알기 쉽게 보여주었다.

대용량 통신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은 통신 업계에 가장 골칫거리인 시설물이다. 항상 사람이 모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벤트가 열리면 그 어느 곳보다 많은 이용자가 쏠리고 데이터 이용량도 급격하게 늘어난다. 진부역과 주요 경기장에 활용된 5G 통신은 브로드밴드의 역할을 무선 네트워크가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휴대전화에서 시작한 이동통신은 이제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를 위한 기술을 넘어서 수십년 간 통신을 맡아온 케이블 기반의 유선 통신을 무선으로 전환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5G의 진짜 의미는 이동통신보다도 통신 환경의 진화에 있다. 올림픽을 무대로 한 5G 시범 서비스는 그 동안 끊이지 않았던 통신 기술의 효용성을 증명하는 첫 단추의 역할을 한 셈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5세대 이동통신의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5세대 이동통신의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키사 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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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최호섭
초대 필자, 디지털 컬럼니스트

(現) 프리랜서 디지털 컬럼니스트 / (現) 더 기어 객원기자 / (現) 리디북스 [샤오미] 저자 / (前) 블로터 기자

작성 기사 수 : 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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