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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개막식에 관한 우리나라 바깥의 반응이 궁금해서 가디언 기사 댓글을 찾아봤다.

유럽(대륙 유럽)과 미국이 세계 평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특히 트럼프 집권 후 남·북한과 세계 평화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온도 차는 아주 크다. 친미 성향의 영국에서 그나마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가디언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보통 미국 중심의 사고와 반응에 익숙하지만, 가디언 평창올림픽 개막식 관련 기사 댓글은 유럽 정서를 잘 담고 있다. 물론 가디언의 모든 독자가 영국인은 아니고, 다양한 나라의 영어권 독자도 많겠지만 말이다. 읽다가 웃겨서 쓰러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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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평창올림픽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관한 가디언 기사에는 댓글 153개(글쓴 시점을 기준)가 달렸는데, 댓글에서 가디언 독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건 다음 세 가지다.

  1. 남북한 단일팀 입장
  2.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3. 웃통 벗고 나온 통가 선수

하나씩 살펴보자.

1. 남북 단일팀 입장

  • 단일팀 입장할 때 마음이 울컥했다.
  • 남북 단일팀이 한반도기(a pan-peninsular banner)를 들고 입장한다고 세계 평화가 오지는 않겠지만,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목구멍에 무언가 치미는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희망의 봄이 마음에 새겨졌다.
  • 남북 단일팀 입장할 때 펜스는 고장 난 사이보그처럼 일어나지도 않더라.
  • 펜스의 행동은 부자연스러웠다. 정말 무례하고 유치한 짓이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에 왔으면 성인처럼 행동해야 하고, 주최국과 선수들에 예의를 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가디언 기사 중에서 '한반도 기' 부분
가디언 기사 중에서 ‘한반도기’ 부분

2. 펜스 미국 부통령

  • 왜 펜스는 시종일관 쓰레기를 씹는 표정인 걸까?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는 미국의 지역 전략에 어긋나니까. 앞으로도 두 나라가 평화를 향해 나가려는 시도를 계속 방해할 것이다. 지켜볼 일이다.
  • 올림픽 정신에 따라 한국의 통일을 포용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트럼프의 꼭두각시 펜스는 옹졸하고 유치한 태도로 올림픽 만찬에도 불참했다. 미국은 고집 세고, 성격 급한 나라로 보이고, 북한은 오히려 협력적인 태도로 올림픽을 통해 국제적 외교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은 아주 신났을 거다.
  • 이번 올림픽은 어떤 종전 노력보다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올림픽이 되었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을 적으로 남겨둬야 하니 신날 일이 없겠지만.
  • 남한과 북한의 화해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려고 펜스는 외교 만찬에도 안 갔다던데, 그럴 거면 아예 올림픽에 참석하지 말지 선수는 왜 보내?
  • 랄프 로렌에서 이미 선수복을 제작 완료했거든! 완전 큰 장갑이랑.
  • 펜스 얼굴 나오기 전까지는 정말 좋았다. 그놈은 정말 ‘토를 부르는 인간’(The man is vomit inducing.) [footnote]세상에 영어에도 이런 표현이 있군요. ㅎㅎ[/footnote]이다. 뭔가 수상쩍은 데가 있다.
  • 남북이 미국의 이익은 생각지도 않고 평화 무드를 만들어가니 열 받을만하지. 
  • 아마 펜스는 웃통 벗은 통가 선수와 버뮤다 반바지에 충격받아서 그랬을 것.
  • 미국의 납세자로서 펜스는 거기까지 가서 외교 만찬도 안 가고, 다른 나라 대표와 말도 안 할거면서 왜 세금을 써가며 거기에 보낸 거냐?
  • 사실 그 인간이 있어봐야 다른 사람들 다 불편했을 텐데 만찬장에 안 간 게 오히려 다행이다. 선수들하고 저녁 먹었다던데 선수들만 불쌍하게 됐지.
펜스 미국 부통령을 "토를 부르는 인간"이라고 비난한 가디언의 한 독자. 이 댓글은 많은 호응(122명이 일종의 '좋아요' - 화살표 숫자 표시)를 받았다. 남북한의 평화 무드가 미국의 이익에 반해서 그랬을 거라는 그 아래 댓글도 마찬가지.
펜스 미국 부통령을 “토를 부르는 인간”이라고 비난한 가디언의 한 독자. 이 댓글은 큰 호응(122명 ‘좋아요’, 화살표 표시 왼쪽 숫자)를 받았다. 남북한 평화 무드가 미국 이익에 반해서 그랬을 거라는 그 아래 댓글에도 가디언 독자들은 마찬가지로 동감을 표했다(115명 ‘좋아요’)

3. 통가 선수

  •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쓴 통가 선수는 2년 전에도 봤다.
  • 통가 선수 보는데 침 질질.
  • 운도 좋은 놈. 통가 선수 화면에 나올 때마다 전 세계 수백만 여성이 동시에 ‘심쿵’할 듯. 매주 몇 번이나 청혼을 받을지 궁금하다.
  • 통가 선수에 대한 기사가 재밌긴 하지만, 메달 수상자들과 기록을 달성한 선수들보다 더 언론의 관심을 받는다면 애석한 일일 것.
  • 통가 선수가 너무 멋있어서 ‘이매진’의 악몽도 잊었다.

4. 기타 의견

  • 이번 경기장이 개막식용이라 올림픽 후에는 없앤다고 하던데 너무 큰 낭비 아닌가? 이 지구에는 자원이 유한한데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것 같다.
  • 앞으로 모든 경기에 한글 순서 방식으로 입장했으면 좋겠다. 그럼 네덜란드 입장을 기다리느라 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지 않은가?
  • 호랑이는 예술이었다. 다른 동물도 정말 멋졌다.
  • 개회식을 다시 봤는데 ‘이매진’은 정말 비극이다. 이런 걸 두 번이나 듣다니 나의 귀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긴 원곡자의 나라니까…).
  • 소프라노는 정말 좋았다. 옷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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