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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가짜뉴스 확산의 문제는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도 중대한 이슈로 떠올랐다. 전통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셜미디어의 이용이 대중화되면서 언론이 아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페이스북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 서비스 중 하나로 하루 방문자수가 8백만이 넘는다. 미디어 이용 조사 기관인 메디아메트리에 따르면 15~20% 가량의 프랑스인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요한 정보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이슬람 무장 세력의 테러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청년 실업률의 상승이나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이 악화되면서 음모론이나 이슬람 혐오 발언, 반이민적 목소리들이 온라인에서 끊이지 않고 생성되고 있었다. 여기에 극우사이트들이 온라인에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프랑스어권 웹에서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2017년 프랑스 대선은 전통 미디어들에게 중요한 실험대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둘러싼 수많은 가짜뉴스에 언론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온라인 가짜뉴스에 맞서 싸우고 동시에 민주적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에 수많은 언론사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의 파트너(언론사와 테크기업들)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의 파트너

크로스체크란?

‘크로스체크’는 프랑스 대선을 둘러싼 가짜뉴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협업 저널리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33개의 언론사를 비롯, 대학, 비영리기구, IT 분야의 기업 등 총 37개의 파트너가 함께했다. 크로스체크를 런칭한 퍼스트드래프트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온라인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킹이 저널리스트들의 협업을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또한 이를 통해 미디어와 독자 사이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크로스체크의 운영 기간은 2017년 2월 27일부터 5월 5일까지였으며, 33개 언론사(이중 10개는 지역신문)에 소속된 100명 이상의 저널리스트들이 SNS에서 떠도는 루머와 주장들, 조작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검증했다. 대선과 관련된 왜곡되거나 조작된 정보가 팩트체킹의 주 대상이었으며 SNS 상의 정보뿐 아니라 언론사의 기사도 포함되었다.

저널리스트들이 이러한 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통된 경우, 관련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고 그 결과에 대한 요약문을 크로스체크 사이트에 발행했다. 또한 자신들의 소속 언론사 사이트와 SNS 계정에 관련 기사를 배포했는데, 이로 인해 크로스체크에서 검증된 기사들이 보다 광범위한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 대선 후보 마크롱이 자신의 정당인 앙 마르슈의 운영자금에 손을 댔다?
  • 르피가로가 멜랑숑에 대한 지지율을 조작했다?
  • 아랍어 수업이 초등학교에서 의무화될 것이다?
  • 파리의 한 등대가 이민자들을 위한 주거지로 대체될 것이다?
  • 장 뤽 멜랑숑이 1991년 국민전선을 찬양하는 기고문을 썼다?
  • 프랑스의 몇몇 시장들이 마크롱에게 투표할 것을 권고하는 편지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위에 예시한 것들을 포함해 프랑스 대선 기간 동안 크로스체크에서 팩트체킹한 주제들은 총 67개였다. 검증된 정보들은 “vrai(진짜)”, “faux(가짜)”, “preuves insuffisantes(근거 불충분)” 등으로 분류되어, “trompeur(허위정보)”, “fabrique(조작정보)” 등 정보의 타입을 묘사하는 아이콘과 함께 기사의 형태로 크로스체크 사이트에 실렸다. 또한 관련 정보의 팩트체킹에 참여한 언론사의 로고도 한쪽에 같이 실렸다.

크로스체크 사이트에 실린 모습
크로스체크 사이트 첫 화면

이러한 크로스체크 프로젝트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지난 9월 15일 르몽드의 팩트체커, 아드리앙 세네카를 만났다. 방송기자연합회가 마련한 ‘프랑스 팩트체크 과정’의 일환이었다. 우리는 그에게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와 르몽드의 팩트체킹 서비스인 데코되르에 관한 질문했는데 여기에서는 크로스체크에 관한 인터뷰만을 싣는다.

  • 2017년 9월 15일, 프랑스 파리 
  • 인터뷰이: 앙드리앙 세네카 (르몽드의 팩트첵커) 
크로스체크에 관해 설명하는 아드리앙 세네카
크로스체크에 관해 설명하는 아드리앙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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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인가?

데코되르는 이미 정치기사 관련 팩트체킹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대선에서 보다 효과적인 팩트체킹을 위해 참여했다. 르몽드는 거대 언론이고, 그 안에 꽤 많은 저널리스트로 이루어진 팩트체킹팀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우리와 같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소수 언론사만이 팩트체킹팀을 보유하고 있다.

크로스체크는 많은 언론사들이 함께 협업함으로써 이러한 팀들이 함께 모여 더 많은 주제에 대한 팩트체킹하고, 팩트체킹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아울러 흥미로웠던 것은 수많은 언론사들이 팩트체킹에 참여함으로써 소수의 언론매체였더라면 보지 못했을 부분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팩트체킹이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 협업이라는 것이 검증대상을 함께 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검증 과정에서 서로 협업하는 것인가?

팩트체킹의 순서는 먼저, 가짜뉴스를 발견하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것을 보았는지, 그렇다면 어디에서 유통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주로 프로젝트 에디터로 참여한 저널리즘 스쿨의 학생들이 광범위하게 유통된 가짜뉴스를 찾아내기 위해 인터넷, 특히 SNS를 감시했다. 또한 기술적 도구들을 이용하기도 했다.

뉴스윕(NewsWhip; 소셜미디어 데이터 추적 전문기업)과 크라우드탱글(CrowdTangle;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플랫폼)이 신속하게 저널리스트들이 상당한 관심을 끈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러한 툴은 오보나 허위정보의 양을 측정할 수 있고, 루머의 가시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팩트체킹의 대상으로 어떤 정보를 다룰 것인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NewsWhip

또한, 구글트렌드를 통해 인터넷 이용자들이 관련 정보를 검색했는지 확인함으로써 루머의 확산을 감시할 수 있었다. 아울러 독자들이 가짜뉴스로 의심이 가는 정보를 발견한 경우 크로스체크 사이트에 이에 대해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 다음 단계는 이 정보를 해독하는 것, 즉 정보를 확인해서 진위 여부를 가리는 단계다. 여기에서 보통 저널리스트들의 협업이 일어난다. 물론 협업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때로는 자체적으로 검증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보통 더 많은 시간이 든다. 우리는 이 단계에서 슬랙(Slack)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통해 확인 작업을 함께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사한 기사,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를 같이 싣고 검증한 기사를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서로 다른 편집정책을 갖고 있는 여러 언론사들이 함께 검증을 한 방식은 정보와 의견을 구별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했다. 즉,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검증된 기사임을 독자들이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 크로스체크는 실제로 효과적이었나?

데코되르는 이러한 프로젝트가 없었어도 여기에서 다룬 사안들을 검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트체킹은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소수의 언론사들만이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다. 그러나 크로스체크를 통해 독자들이 어떤 특정 기사에 대해 좀 더 쉽게 거짓인지 가짜인지 여부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르몽드만이 거짓이라고 하지 않고 다른 언론사들도 거짓이라고 할 경우에는 그것을 거짓이라고 인정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금 크로스체크의 효과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라 쉽게 단정하기는 없지만, 그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적어도 협업을 함으로써 검증에 대한 신빙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팩트체킹의 대상, 누가 하자고 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각 언론사가 알아서 하나?

각 언론사가 독립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족할만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사안인가의 여부다. 또한, 공통적인 관심사인지, 시의성이 있는지의 여부 역시 중요하다.

크로스체크 사이트의 기사는 통신사인 AFP가 요약을 해서 대표 집필을 했다. 그리고 각 언론사들은 맥락을 보다 자세하게 전달한다거나 인포그래픽을 이용해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사화했다. 크로스체크는 최소 두 개 이상의 언론사에서 협업을 통해 팩트체킹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협업한다는 것이 언론사들이 경쟁을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다른 언론사를 위해서 일을 할 수는 없지 않나. 각 언론사들은 모두 자사의 기사가 다른 언론사의 기사들보다 더 흥미롭기를 원하고, 더 잘 쓴 기사를 전달하고 더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기를 원한다.

반면, 우리 모두가 실체에 가까운 기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공통의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독일 역시 이러한 시도가 있었지만, 언론사 간의 경쟁이 너무 심해서 프랑스처럼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E의 목적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조직의
서로 경쟁관계인 언론사 간의 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 그러나 프랑스 역시 결국 구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게 아닌가?

프랑스 언론사들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구글 지원을 받지 않았다. 저널리즘 스쿨에 다니는 학생들로 구성된 10명의 연수생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이들의 임금을 구글이 지원했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그런 케이스가 아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단체인 퍼스트 드래프트는 구글의 지원을 받았다. 우리가 구글의 지원을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양한 언론사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만약 르몽드나 르피가로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면 경쟁 관계에 있는 언론사들을 참여시키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와 유사하다.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도 한 언론사가 아니라 ICIJ(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이 주도했고, 탐사보도를 위한 테크닉이나 데이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나. 이 경우 역시 ICIJ가 언론사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언론사가 아닌 제3의 단체가 주도를 하는 것이 언론사들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데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언론사에는 제3자인 구글이 협업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언론사에는 제3자인 구글이 협업의 구심점으로 역할했다.

지난 11월 발간된 크로스체크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는 저널리스트와 독자에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리스트들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팩트체킹에 필요한 새로운 능력을 획득할 수 있었으며, 경쟁사로 인식해 온 다른 언론사들에게 자신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투명한 협업 방식을 통해 좀 더 질 높은 저널리즘 콘텐츠의 생산이 가능했다고 보고 있었다.

아울러 독자들은 여러 언론사들의 협업을 통한 팩트체킹이 검증 결과에 대해 보다 더 신뢰할 수 있도록 했으며, 팩트체킹의 결과뿐 아니라 그 검증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 독자들 스스로 정보에 관해 팩트체킹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전국 일간지뿐 아니라 지역 언론사까지 프로젝트에 함께 한 것이 크로스체크의 팩트체킹이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독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로스체크 결과보고서’는 크로스체크와 유사한 시도가 영국과 독일에서도 있었지만, 이 나라들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반면, 프랑스에서는 언론사의 협업이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라고 기술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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