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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앱스토어를 처음 출시한지 내년이면 꼭 10년이 된다. 10년 전 아이폰의 첫 등장이 전 세계 사용자의 모바일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경지로 바꿔 놓은 것과 함께, 앱스토어는 모바일 생태계 혁신의 중심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그 궤를 함께 해 왔다.

500만 개의 앱이 만들어가는 생태계

2008년 500개의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시작한 앱스토어, 2017년 1월에는 220만 개가 넘는 앱을 유통시키고 있다. 한편 애플이 앱스토어를 출시한 후 석달 뒤 안드로이드 마켓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2012년 3월 구글플레이(Google Play)로 이름을 바꾸며 애플 앱스토어와 모바일 앱 생태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앱 숫자는 2017년 초 애플 앱스토어를 능가하는 270여만 개에 이른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2017년 6월까지 1,800억회, 구글 플레이의 경우 2016년까지 약 650억회이다.[footnote]출처: www.statista.com[/footnote] 2016년까지 누적 다운로드 수는 애플 앱스토어가 구글 플레이를 앞서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구글 플레이에서의 다운로드 수가 애플 앱스토어를 누르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누적 다운로드 수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아래 도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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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은 얼마나 많은 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앱 통계 전문 리서치 업체인 App Annie에 의하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월 평균 30개의 앱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는 전체 앱의 약 삼분의 일에서 반 정도 수준이다. 물론 국가별로 편차가 있는데, 사용량이 많은 주요 국가들의 월 사용 앱 숫자와 설치된 앱 숫자는 아래 도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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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스마트폰 보급률은 낮은 편이지만, 앱 사용은 다른 어느 나라 사용자들보다 적극적이란 것이 흥미롭다. 한편, 구글 플레이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중국이 설치된 앱 및 사용 앱 숫자에 있어서 최상위에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미 자국 로컬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구글 플레이가 들어와도 큰 영향력을 미치기 힘들 것 이라는 예측이 타당성을 갖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일반 사용자들은 새로운 앱을 얼마나 자주 다운로드 받을까? 설치된 앱 및 사용 숫자 선두권에 있는 미국의 경우 디지털 미디어 소비 시간의 50%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사용자의 51%는 한 달에 단 한 번도 앱을 다운로드 받지 않는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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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앱을 다운로드 받는 사용자 비율이 낮다는 것은 향후 앱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모바일 앱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점점 더 작아진다고 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정체에 이어 뒤 따라 올 수 있는 충분히 예견될 만한 상황이다. 앱 마케팅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며, 이에 비례하여 스마트폰 사용자의 피로도와 혼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마트폰 사용자는 다양한 이유로 이미 설치했던 앱을 삭제한다. 그럴 듯한 마케팅 메시지에 현혹되어 설치하였다가, 처음 앱 실행 후 사용자 등록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사용자 등록의 고지를 넘은 후에도 기대했던 가치를 짧은 시간 안에 찾지 못할 경우 바로 삭제해 버리기도 한다. 물론 호기심으로 몇 번 사용하다 잊혀있던 앱이 뒤늦게 사용자에게 발견되어 삭제되기도 한다.

앱스토어에서 업데이트 알림이 뜨는 경우, 언제 설치했는지도 모르는 생소한 앱이 눈에 뜨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사용자들은 저장 공간 확보를 위해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서, 그리고 잡동사니 앱으로 지저분한 스마트폰을 정리하려고 앱들을 삭제한다.

앱 다운로드를 꺼리는 사용자들

모바일 앱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앱스토어[footnote]여기서의 앱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가 아니라 구글 플레이를 포함한 일반적인 앱 유통 플랫폼을 말한다.[/footnote]에서 상위에 랭크되어 가능한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노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메시징 및 SNS 서비스가 매우 두터운 사용자 층을 가지게 되면서 앱스토어에서의 노출보다 SNS서비스에서의 노출이 앱 마케팅을 위한 더 유리한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SNS 타임라인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마케팅 컨텐츠가 노출되고, 여기에 더해 친구들의 “좋아요”가 표시되면, 사용자의 해당 광고에 대한 관여도(engagement)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호기심에, 혹은 광고에서 주장하는 가치에 끌려 클릭을 하면 바로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사용자는 곧 바로 첫 번째 갈등과 마주치게 된다.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할 것인가 말 것인가? 관심을 가지고 링크를 클릭하여 앱스토어까지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앱을 설치하지는 않는다. 왜 머뭇거릴까? 그것은 과거 앱 설치 경험을 통해 머리에 박힌 안 좋은 기억이 다운로드 하는 순간 플래시 터지듯 갑자기 떠오르기 때문이다. 설치, 사용자 등록, 그리고 기대했던 가치를 찾지 못하여 앱 여기저기를 헤매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한 트라우마를 누구나 가지고 있다.

모바일 앱 스마트폰 휴대폰 핸드폰 어플리케이션

따라서, 스마트하고 꽤 효율이 높은 마케팅 채널을 통해 사용자에게 노출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한 방에 사용자의 가슴을 울리지 못하면 바로 외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거의 바로 삭제해 버린다. 또한 한 번 삭제된 앱을 다시 설치하는 사용자는 별로 없다. 아무리 탄탄한 기술과 서비스 운영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혁신적인 기능을 통한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성장 잠재력인 높은 앱일수록 이 벽을 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사용자들 관점에서, 한 번 사용 후 전혀 필요하지 않은 앱들도 있다. 일회성 이벤트로 사용하는, 혹은 어쩔 수 없이 한번 들어가는 쇼핑앱, 출장이나 여행 시 현지에서 딱 한 번 사용하는 앱들이다. 이런 앱들은 대개 한 번 설치하여 사용한 후 바로 삭제 해 버린다.

앱 다운로드의 대안 – 구글 인스턴트 앱(instant apps)

만일 모바일 SNS에 노출되는 앱 링크를 클릭할 경우 앱스토에서 다운로드하고 설치하는 과정을 거치는 대신 바로 앱이 실행될 수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HTML기반의 웹앱(web-app)으로 구현된다면, 별도의 설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앱이 실행될 수 있다. 정확하게는 웹브라우저에서 해당 앱이 구동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모바일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서, 다양한 플랫폼 지원이 앱 개발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앱을 개발할 때, 최소한 안드로이드와 iOS용 두 버전을 개발하지 않고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조차 이런 부담으로 인해 안드로이드용 페이스북은 HTML5 기반으로 추진을 하였으나, 결국 사용성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안드로이드 고유(native) 앱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도 있다. 사용성 문제만 없다면 HTML5 기반 앱의 강점도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웹서비스를 최소 비용으로 모바일로 이전할 수 있는 강점이 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브라우저를 통해 별도의 설치 없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잇점이 있다. 즉, 앱 다운로드 부담 없이 해당 앱(서비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프로그레시브 웹앱(progressive web app) 관련 기술을 활용, 앱스토에서 다운로드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바로 링크를 통해 앱을 실행하면서 마치 사용자에게는 앱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것과 같은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도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한편, 구글은 인스턴트앱(instant apps) 기능을 안드로이드 6.0(Marshmallow)부터 제공, 앱 전체를 다운로드 받을 필요 없이 앱을 구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웹앱과 다른 것은, 고유 앱(native app)이 실행되는 것이며, 단지 필요한 코드부분만 다운로드 되어 바로 실행된다는 것이다. 웹앱처럼 링크를 통해 앱의 특정 기능만을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인스턴트앱도 물론 구글플레이를 통해 지원된다.

안드로이드 인스턴트 앱

기술적으로 좀 더 부연설명을 하면, 일반 안드로이드 앱처럼 한 개의 APK가 아닌 기본 APK(해당 앱의 진입부)와 각 기능에 해당하는 추가 APK로 전체 한 앱이 구성된다. 만일 사용자가 인스턴트 앱의 특정 기능에 해당하는 링크를 클릭하게 되면 이 앱의 기본APK와 링크가 지정하는 기능에 해당하는 APK만 바로 다운로드 되어 설치과정 없이 해당 기능이 실행되는 것이다.

다운로드 및 설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 앱 사용과는 확연히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만일, SNS 채널 등을 통해 앱 마케팅을 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해당 앱에서 가장 핵심 가치로 제공하는 기능을 복잡한 설치 절차 없이 바로 사용자에게 내세울 수 있다. 즉, 초기 설치의 번거로움 및 망설임 없이 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앱 마케팅 관점에서 큰 장애물을 건너뛰어 사용자의 관여(engagement)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물론, 해당 앱이 제공하는 기능이 사용자에게 어필을 하여야 그 다음 단계 관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사이즈가 매우 큰 게임의 경우 한 번 체험하도록 유도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은데, 인스턴트 앱으로 제공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앱의 경우 사용자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자주 사용하는 부분만 필요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앱이 차지하는 공간도 줄일 수 있다. 단점은,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알림, 푸시 기능들은 인스턴트 앱만을 통해 사용할 수 없다. 알림, 푸시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앱을 설치해 놓아야 한다. 물론, 네트워크가 단절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구글 인스턴트 앱 현황 및 전망

인스턴트 앱 사용이 가능한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2017년 8월 현재 약 500만대에 달한다.[footnote] 비즈니스 인사이더, “Google’s Instant Apps hit a new milestone”, Aug. 2017 [/footnote]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안드로이드 단말이 출시되고, 또 기존 안드로이드 단말 사용자들의 운영체제 업그레이드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앱 개발자 입장에서는 인스턴트 앱을 적용한 새로운 플랫폼이 하나 더 늘어남으로써 개발 비용 증가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 개발자 공식 채널에서는 기존 안드로이드 앱 개발 대비 별도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리드타임과 이에 따르는 최소한의 비용증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접하는 앱 생태계에서의 편리한 경험, 그리고 이로 인한 보다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앱 마케팅 방식은 앱 개발자로 하여금 인스턴트 앱이 가져다 줄 기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할 것이다. 아마도, 좀 더 많은 단말기가 퍼질 때까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들기며 ROI[footnote]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수익률[/footnote]를 따져 볼지도 모르겠다.

iOS에서의 유사한 기능 제공 여부도 구글 인스턴트 앱 지원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는가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 밖에 앞서 잠시 언급한 프로그레시브 웹앱의 향후 추이 역시 구글 인스턴트 앱 확대의 시각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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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 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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