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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불법파견 사건(1심): 파견이냐 도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기사 길라잡이

  1. IMF 이후 파견법이 도입됐다. 그 전까지는 근로자파견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2. 파견법은 2년 이상 파견노동자(= 비정규직)를 정규직 채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3. 그래서 1) 기업은 정규직 채용 회피, 불법파견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파견이 아니라 도급이야!’ 라고 주장하고, 2) 노동자는 반대 이유로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야! 라고 주장한다.
  4. 결국, 기업과 노동자가 다투는 ‘파견소송’에서는 파견 관계를 인정할 것인지 쟁점이다. (편집자)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지난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1. 곧바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었다. 탑승객이 공항에 들어서면서부터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 마주치는 공항 직원(청소, 시설관리, 특수경비원, 보안검색직, 수화물시설 운영, 탑승교 직원 등)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비중이 2016년 10월 기준으로 84.2%에 달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약속은 상당한 사회적 기대를 받고 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인천공항, 하지만 '비정규직의 천국'이라는 오명은 현재진행형이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인천공항, 하지만 ‘비정규직의 천국’이라는 오명은 현재진행형이다.

약 6개월여가 지난 현재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범위 및 방법론상의 문제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에는 제주에서 뜻밖의 불법파견소송 승소 소식이 들려왔다. 협력업체 소속으로서 제주국제공항에 근무하였던 폭발물 처리요원(소위 ‘EOD’요원)이 한국공항공사와 근로자 파견관계가 인정되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공항공사에게 고용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위 ‘파견법’과 ‘파견소송’의 배경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제주공항 불법파견‘ 사건

  • 제주지방법원 2017. 10. 26. 선고 2016가합12607 판결.
  • 재판장 서현석, 판사 김봉준 서영우.

파견법의 도입 배경

‘파견’, 즉 ‘근로자파견’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아니하고 필요할 때 공급받아 사용하는 한 형태이다. 근로자파견이 자유로이 허용되면 누군가는 근로자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인력 관리만 하면서 영리를 취할 우려가 있으므로 종래부터 근로기준법 및 직업안정법은 노동조합을 제외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IMF 사태 이후 1998. 2. 9. 노사정합의의 한 내용으로 근로자파견제도의 도입이 합의되면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도입된다. 파견법은 파견의 사유, 파견의 기간, 파견사업의 허가에 관한 사항을 정하면서, 원칙적으로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한 전문지식ㆍ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로 제한했다.

그리고 파견 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그 다음날부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이른바 ‘고용의제’조항을 규정하였다(제6조 제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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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소송의 간략한 역사

만약 ‘불법’ 근로자파견관계에서 근로기간이 2년이 넘었다면 파견법의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되어야 하는가? 대법원은 고용간주조항이 적법한 근로자파견에만 적용된다고 축소해석된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불법파견 근로자도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되어 사용사업주의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foonote]그 유명한 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두22320 판결.[/footnote]

이후 파견법 해당 조항이 ‘고용의무’조항으로 개정되었어도 ‘고용의제’가 ‘고용의무’로 바뀌었을 뿐 사용사업주가 불법파견으로 판단된 근로자를 고용하여야 한다는 법원 태도는 유지되었고, 결국 2012년 파견법 개정으로 근로기간 2년이 지나지 않아도 불법파견 근로자를 즉시 고용할 의무가 입법되었다.

결국, 파견법에 따라 근로자 입장에서는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인정받아야 사용사업주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 파견 대상업무가 아닌 업종에서 내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는 점.
  • 또는 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나 2년을 초과했다는 점

그렇다면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는 기준은 어느 것이 있을까? 기념비적이면서도 안타까운 2015년 2월 26일, 대법원은 세 건의 파견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한다. 대법원은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하면서 아래 기준들로 근로관계의 실질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1. 제3자의 상당한 지휘ㆍ명령
  2. 제3자의 사업 편입
  3. 원고용주의 독자적 권한 여부
  4. 계약의 한정성·업무의 구별성·전문성·기술성
  5. 원고용주의 독립 등

대법원의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KTX 여승무원들은 파견관계가 아니지만,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남해화학 비정규직들은 각각의 회사와 파견관계에 있다고 인정했다. 위 대법원의 근로자파견 판단 기준은 이후 수많은 파견소송의 기준으로서 기능해 오고 있다.

KTX 승무원

대법원의 기준에 의하면 KTX 여승무원은 (불법)파견 노동자가 아니다.

파견이냐? 도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파견과 도급은 다음과 같이 구별하면 된다.

  • 나를 고용한 사장과 사용하는 사장이 다른데,
  • 나를 사용하는 사장이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면 → 파견이고,
  • 나를 사용하는 사장이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지 않으면 → 도급이다.

사내하청은 말 그대로 회사 안에 있는 하청이라는 의미다. 용역, 위탁, 하청계약은 모두 도급계약이다. 이때 나를 사용하는 사장은 원청(현대차, 기아차 등), 나를 고용한 사장은 하청(OO인력)으로 이해하면 쉽다.

불법파견이란, 가령, 제조업체 사장이 자신이 고용하지 않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해당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다. 왜냐하면,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서 파견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의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다.

  1. 현대자동차는 제조업체고,
  2. 파견법에서는 제조업체의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서 파견 형태의 고용을 금지하는데,
  3. 현대차 공장 안에서 현대차가 자신이 고용하지 않은 노동자를 사용하면서 업무를 지시했으니
  4. 불법이다.

* 이상의 설명은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2. 파견법 – 노동의 뿌리까지 비정규직으로’(최재혁, 슬로우뉴스, 2015. 12. 4)에서 인용.

‘제주공항’ 판결의 요지

이번 제주공항 불법파견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가 비록 형식적으로는 한국공항공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와 배경으로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음을 인정하였다.

  1. 우선 제주공항의 폭발물 처리요원은 정규직 2명, 비정규직 3명인데
  2. 정규직 직원들은 비정규직으로부터 업무 보고ㆍ결재를 받고
  3. 같은 공간에 근무하면서
  4. 제주공항공사가 제공한 장비를 사용하고 교육·훈련을 받았다.
  5. 또한 폭발물 처리 업무가 사용사업주인 제주공항공사의 사업에 계속적으로 꼭 필요한 업무는 점도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 요소로 보았다.

제주공항

한편 과거 대법원은 인천공항공사 소속 특수경비원들이 제기한 파견소송에서 공항공사의 지휘·명령은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원들에 대한 당연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2012다79439 판결).

이 때문에 이번 제주공항 판결에서도 폭발물 처리요원이 특수경비원이라는 공항공사의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폭발물 처리업무가 특수경비원이 수행하는 항공보안검색업무와는 근거규정을 달리하고, 자격요건이 특수경비원 또는 보안검색요원과도 다르므로 특수경비원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제주공항’ 판결의 의미와 한계 

이번 제주공항 판결은 양대 공항공사에 근무하는 수많은 비정규직은 물론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의 당위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여 줌은 물론, 파견법의 취지를 살펴 사용사업주의 필수 업무 수행 여부를 근로자파견의 한 지표로 해석하였고, 생산관련업무가 아닌 안전서비스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도 불법 근로자파견 관계의 대상이 된다는 선례로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경비원에 관한 대법원 판결 때문에 보안검색직군 근로자가 파견근로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사실 공항 비정규직 대다수를 차지하는 직군은 보안검색직이다. 이번 판결은 보안검색직 근로자가 파견소송을 제기할 경우 여전히 특수경비원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자기 힘으로 불법파견 여부를 입증할 증거를 모으고 장기간 버티는 것도 전형적인 파견소송의 어려움인데, 이번 제주공항 판결에도 그러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원고는 2015. 12. 29.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도되었는데, 판결은 약 22개월 후인 2017년 10월에 선고되었다.

'언젠가는'은 대개 영원히 오지 않을 시간을 의미한다.

노동자는 판결이 있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한다.

과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2천 명이 집단으로 제기한 파견소송은 약 4년 만에 1심 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다. 파견소송은 근로자가 파견관계를 입증할 각 지표별 다량의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보통인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을 장기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또한, 파견소송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통상 근로자가 관련 판례를 어느 정도 이해하였음을 토대로 각종 증거를 수집하여야 하는데, 문서ㆍ사진의 유출은 내부 보안규정에 대부분 위배될 수밖에 없으므로 원고인 근로자가 징계 등의 불이익을 우려할 수 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제주공항 판결의 원고는 2017년 1월 20일, 설 연휴를 앞두고 신규 도급업체로부터 고용승계를 거부한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 이유는 ‘법적 소송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되서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2008년부터 성실히 일해온 일터에서 내쳐질 때 원고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럼에도 원고가 얻어낸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판결은 더욱 귀할 수밖에 없다.

파견대상업종 위반, 파견기간 위반 등 파견법 위반은 엄연한 형사처벌 대상이고, 정부는 불법파견된 근로자가 있는지 확인하여 시정명령 및 기소를 함으로써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파견근로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정부가 파견법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는 우선 공공기관 및 국가기관에서 비정규직 전환에 대해 얼마나 적극성을 보이는지, 나아가서는 이번 제주공항 소송에서 어떤 내용으로 항소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기획 연재 ‘광장에 나온 판결’ 중 하나로, 필자는 최종연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입니다.


  1.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2일 취임 뒤 첫 외부 일정으로 ‘비정규직의 천국’ 인천공항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참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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