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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를 죽여야 하는가

최근 한 유명 식당의 50대 주인이 개에 물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사인은 패혈증. 이 황망한 죽음은 해당 개의 견주가 유명 연예인 최시원 씨의 가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더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사람을 문 개는 죽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나는 이 여론에 반대했고, 그 의견을 소셜미디어에 남기기도 했다.

그 개를 죽여야 하는가 

개를 죽여야 한다는 여론에 내가 반대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피해자의 사인이 ‘패혈증’이기 때문이었다. ‘패혈증’이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 죽음이 결코 치명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사소한 상처에서 발생한 황망한 비극일 가능성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패혈증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개방된 상처나 화상 등이 있다면 그 정도가 중하고 경하고에 관계 없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확률이 높진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즉, 이번 사건에서도 일반적으로 그 문제의 개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공격성을 드러낸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이고, 공개된 엘리베이터 CCTV로 보더라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참조: ‘녹농균’ 검출에 관한 한겨레 기사).

사람을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동물이 있고, 이를 통제 관리할 방법이 없다면 그 동물을 죽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를 판단하기 어려웠으므로, ‘개를 죽여야 한다’는 여론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개가, 죽여야만 할 정도로 심각한 공격성을 드러내왔는지에 관해서,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알 수가 없었으니까’.

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사람의 책임 하에 있는 반려견이 사람을 물었다면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사건이 발생하면 그 개를 ‘사실상’ 관리한 사람(통상 견주)에게 그 책임이 있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나아가 이를 공공 장소에서 관리한다는 것은 사회적·도의적 책임은 물론이고, 그 개가 혹여 저지를 수도 있는 잘못에 관한 법적 책임도 기꺼이 감수한다는 의미다. 이때 그 법적 책임은 개와 함께 있는 사람(점유자 혹은 관리자)에게 부여된다. 개에게 사람의 규범을 이해하길 기대할 순 없으니까.

목줄을 하고 입마개를 씌우고, 만일 맹견이라면 공동주택에서 키우지 않고 격리된 공간에서 관리하는 등의 ‘마땅한’ 규칙을 지킴으로써 개는 무리없이 인간 공동체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런 규칙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혹 발생할 수 있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는 즉시 필요한 처치를 제공하고 그 손해를 금전 등의 방법으로 배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규칙이 될 수 있겠다.

사람이 오가는 곳(특히 그곳이 실외라면)에서 개에게 목줄을 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 개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해가 되는 행동이다. 아무리 큰 개라도 입마개를 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시피하다. 물림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보상은커녕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도 적잖다. 반려동물 문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리 사회 안에서 관리하기 위한 ‘규칙’은 도대체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마땅한 규칙을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사람의 것이 되어야 한다. 명백한 과실이 있었다면 형사 처벌에 이르러야 하고, 위험한 결과가 뻔히 예상됨에도 방기했다면 살인죄까지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규칙을 개에게 지키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니 그 개를 책임지는 사람이 더 엄히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공공장소라면 개에게 목줄을 채우고,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는지가 그 책임 여부 판단에서 중요하다.

공공장소라면 개에게 목줄을 채우고,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는지가 그 책임 여부 판단에서 중요하다.

개가 사람을 물었을 때의 법률 관계(규정과 판례)

1.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주체는 ‘점유자’ (혹은 보관자)

그 개가 자신의 소유인지 아닌지와 상관 없이 그 개를 ‘사실상’ 점유하고 있는 자가 책임 주체가 된다. 즉, 주인이 따로 있는 개를 잠시 보관하고 있던 중에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갔는데, 그 개가 사람을 물었다면, 그 책임의 주체는 견주(개 소유자)가 아니라 그 개와 함께 산책을 한 사람(점유자)이다. 하지만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그 책임에서 면책된다.

민법 제759조(동물의 점유자의 책임)

①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점유자에 가름하여 동물을 보관한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2. 여기서 “상당한 주의”는 어느 정도의 주의의무를 말하는 걸까.

공공장소에서는 목줄로 묶어 개를 보호관리해야 한다는 게 판례의 일관된 지적이다.

  1. “목줄을 묶어 돌출행동하지 않도록 보호관리할 의무”: “애완견의 점유자로서 이 사건 사고 장소인 주차장과 같이 많은 차량이 다니는 공공장소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올 때 목줄을 묶어 애완견이 진행하는 차량 앞을 지나는 등의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보호관리할 의무가 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7. 21. 선고 2010가단414531 판결문 중에서)
  2. “목죽을 묶어 애완견이 타인을 공격하거나 짖음으로써 놀라지 않게 할 주의의무”: 2008년의 판결 중에는 “애완견의 ○○아파트의 복도와 같은 공공장소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올 때에는 목줄을 묶어 애완견이 타인을 공격하거나 갑자기 타인에게 다가가거나 짖음으로써 타인으로 하여금 놀라지 않게 할 주의의무가 있다”면서 공공주택의 복도에서 애완견이 짖으며 달려드는 데 놀라 도망가다가 넘어져 상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애완견을 목줄 없이 복도에 내놓은 애완견 점유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다(부산지방법원 2008. 4. 16. 선고 2007가단82390 판결).

3. 형사적으로는 과실치상(사)이 주로 문제되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참고: 한겨레).

사람의 책임: 개는 반려인가, 재산인가 

사람과 동등하게 개를 취급하란 얘긴 아니다. 다만 책임이 있는 곳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다. 생명을 박탈하는 건 어떻게든 피해야 할 선택지라는 것도. 이것은 그냥 당연한 얘기들이 아닌가.

내 어머니께서 당한 일이다. 옆집에서는 통제되지 않는 비글을 마당에 풀어놓고 키웠다. 어느날 그 집을 찾은 어머니께서 비글에게 물리는 사고가 일어났지만, 그 주인은 적절한 처치를 주선하기는커녕 병원비조차 대지 않았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사람을 문 개는 죽여도 할 말이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 개가 무슨 죄냐”고 나에게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리 말한 이유는, 최소한의 책임마저도 지지 않고 이 위험천만한 사고를 방관했던 그 개주인에게 어떻게든 책임을 묻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토록 아끼는 개를 그로부터 빼앗는 것이 나름의 응보가 되리라 여겼던 것이다.

되돌아보건데, 결국 난 그 개를 반려가 아니라 재산으로밖에 보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 개를 독자적인 생명체가 아니라 주인에게 딸린 물건으로 여긴 것이다. 암만 한낱 미물이라도, 그 개의 생명은 그 개의 것이다. 그 주인의 것이 아니라. 본론과는 별 상관 없는 어머니와 비글의 이야기 그 결말은, 그 비글을 넓은 개장 안에 가둬두는 것으로 끝이 났다. 병원비는 못 받았지만.

미국 일부 주에서는 개 관리 소홀에 의한 사망 사고가 일어나면 개 주인에 관한 처벌과 별개로 개에게 안락사를 선고하기도 한다(참조: 한겨레). 안락사해야 할 상황이라면 안락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별개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사람의 책임은 그와 완전히 별개로 묻는 게 맞다. 사람의 책임을 덜기 위해 개를 죽이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하지 못하는 동물이라고 해도, 한 생명을 죽이는 것이 사람의 책임을 덜기 위한 방법이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 애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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