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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와 자발적 외로움

2017년 10월 초에는 추석과 임시공휴일, 대체 휴일, 한글날까지 더해 최장 열흘의 긴 연휴를 보냈다. 열흘이라는 휴가 기간은 직장인에게는 현실에서 탈피해 뭔가 재미있는 일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만한 시간이다. 그간 보지 못했던 책이나 영화는 뭐가 있나 보고, 여행지를 찾아보며 지인들과 약속을 잡아볼까 생각도 하고, 이도 아니면 잠이나 실컷 잘까 하며 휴식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으리라.

그런데 이러한 계획을 모두 무산시킬 도구가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지난 연휴도 모든 휴가 활동을 ‘스마트폰 보기’로 대신한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휴가를 그런 식으로 보내왔는가. 이제 긴 연휴를 만족스럽게 보내려면 정말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휴가를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디지털 디톡스에 관해 다뤘다. 필자 역시도 몇 년 만의 긴 연휴를 알차게 보내는 방법에 뭐가 있을까를 고심했는데, 그 와중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단어가 디지털 디톡스였다. 진정한 의미에서 휴가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디지털 디톡스 없이는 그 수많은 휴가 소비 방법들이 큰 의의를 갖기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긴 연휴를 앞둔 지금 시점에 디지털 디톡스의 개념과 의미를 다뤄보고 많은 이들이 이에 동참해 보는 게 어떨까 싶어 원고를 기획했다.

양가감정(兩價感情), 함께이면서도 홀로이고 싶은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digital)이라는 단어에 ‘독을 해소하다’라는 뜻의 디톡스(detox)가 더해져 만들어진 말이다. 현대인이 너무 많은 시간을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고 있으니 체내에서 독소나 노폐물을 제거하듯이 각종 전자기기 사용을 멈추고 지친 심신을 바로 잡아보자는 뜻에서 그 개념이 만들어졌다. 스마트폰의 과몰입과 과의존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회 운동의 성격도 보이는 개념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의 지난해 수치들을 보면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9명인 91.8%가 하루에 1회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고, 이들은 1주일에 평균 14시간 17분을 스마트폰 보는데 소비하고 있다. 하루 2시간이라는 수치는 얼핏 보면 그리 많은 시간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짬짬이 짧게 시간을 내 이용하므로, 직장인의 예를 들면 하루의 일상적인 업무 외 대부분의 자투리 시간에는 거의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맞다. 디지털 디톡스 운동이 일어날 만한 상황인 것도 맞다.

이러한 스마트폰에 대한 과몰입과 과의존은 정보 공유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누군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를 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7.8%로 지난해보다 1.6%p 늘어났는데, 재미있는 것은 고위험군은 1인 가구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오프라인에서 소통할 대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1인 가구의 경우 스마트폰에 과의존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잠재적인 위험군의 비율은 3인 이상 가구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인이 홀로 독수공방하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확률도 높지만, 3인 이상으로 가족이 구성된 경우에도 그 구성원들이 각자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홀로이거나, 아니면 그룹이 지어질 수 있는 정도로 가족 수가 구성될 경우에도 누군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가 스마트폰 의존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가구원수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현황 (단위: %), 출처: 2016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미래창조과학부ㆍ한국정보화진흥원, 2016)

가구원수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현황 (단위: %), 출처: 2016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미래창조과학부ㆍ한국정보화진흥원, 2016)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콘텐츠를 보면, 메신저가 94.%로 가장 높았고, 서비스로는 카카오톡이 가장 많이 즐기는 메신저 서비스로 나타났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마저도 커뮤니케이션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다음으로 게임 콘텐츠가 81.3%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 채팅 기반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류의 게임인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MMORPlG)’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메신저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타인과 온라인에서 연결되고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다는 이 점 때문에 이러한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게임 콘텐츠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하는 욕구에 의해 이용된다.

이처럼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누군가와 연결되고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하는 욕구는 충만하지만 이에 대한 실천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뤄진다. 그것도 혼자서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말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혼자 사는 사람대로 메신저와 게임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이 많은 가정의 구성원들은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또 각자가 독립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지낸다.

가족들과 식사할 때는 스마트폰의 게임을 통해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친구들과 만나서는 메신저로 가족들과 커뮤니케이션한다. 누군가와 대면하고 있으면서도 궁금한 것을 찾아보려고 스스럼없이 스마트폰을 꺼내고, 누군가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기까지 한다. 누군가와 함께 대화하거나 게임 활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 공간이 오프라인인 것은 싫다. 홀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연결되고 소통하고 싶다. 이것이 오늘의 디지털 디톡스 개념을 등장시킨 스마트폰 이용의 세태다.

연결과 소통 욕구, ‘정보 비만’ 초래 

뭐든 적당하면 문제는 없다. 이러한 스마트폰을 통한 연결과 소통의 욕구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데이터와 만나 정보 비만을 일으켜 실제 오프라인 생활에 지장을 주니 문제가 된다.

전 세계 모바일 데이터 통신량 예측 (단위: 월 평균 엑사바이트(exabyte)), 출처: 시스코시스템즈, 2017

전 세계 모바일 데이터 통신량 예측 (단위: 월 평균 엑사바이트(exabyte)), 출처: 시스코시스템즈, 2017

그래프를 보면 전 세계 모바일 데이터 통신량이 2021년 49엑사바이트(exabyte)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엑사바이트는 기가바이트(gigabyte)에 ‘0’이 9개 더 붙는 정도의 수치이니 49엑사바이트는 490억 기가바이트 정도로 어림짐작 할 수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임에 분명하다. 이렇게 증가한 모바일 데이터는 모두 이용자들이 소비하는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 중에는 쓸모 있는 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데이터도 있을 것이다. 몸에 좋은 영양분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이 일어날 수 있고 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질병을 얻을 수 있듯이 과도하게 증가한 모바일 데이터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정신적 비만과 질병을 야기하게 된다.

과도한 데이터 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는 그간 여러 개념을 통해 소개되었다. 1984년 심리학자 브로드(Brod)의 책에서 소개된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란 새로운 기술의 사용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정신적 장애를 일컫는다. 이는 크게 컴퓨터(테크노) 불안형과 컴퓨터 의존형으로 분류되는데, 최근 우리 주위에서 대량의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지면서는 컴퓨터 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겪는 불안 증세보다는 과도한 의존형 증세가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컴퓨터에 활용되는 새로운 기술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형성되는 것이 의존형 스트레스에 대한 본래 개념인데, 이러한 정신적 장애는 이제 일반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 그 자체가 문제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제는 그 기술로 생산되고 활용되는 데이터들로 인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테크노스트레스라는 용어를 데이터스트레스로 바꿔 써도 될 만큼.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의 폐해를 다룬 책 [테크노스트레스] (1984, 왼쪽)와 [데이터 스모그] (1997, 오른쪽) https://www.amazon.com/Technostress-Human-Cost-Computer-Revolution/dp/0201112116 https://www.amazon.com/Data-Smog-Surviving-Information-Revised/dp/0062515519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의 폐해를 다룬 책 [테크노 스트레스] (1984)[데이터 스모그] (1997)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데이터)의 무차별적 생산에 대한 폐해는 1997년 데이비드 솅크(David Shenk)가 출간한 [데이터 스모그] (data smog)에서 개념화된 바 있다. 데이터 스모그는 인터넷에 퍼진 정보가 이용자들에게 공해(스모그)처럼 작용할 수 있는 현상을 설명한 개념이다. 솅크는 공기와 같이 무수히 많은 정보 중에는 쓰레기 같은 정보도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정보를 일상적으로 마셔대는 이용자들이 그것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그의 책에서는 ‘이용자 스스로 여과장치나 편집자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개선 방법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개선 방법들은 모두 이용자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개선 의지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앞서 필자는 연결되고 소통되고자 하는 욕구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정보들과 만나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는데, 솅크의 주장을 빌리자면 이 욕구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개선의 의지를 갖고 제어하려는 이용자들의 노력이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연결과 소통의 욕구가 결국 데이터 스모그와 만나서 정보 비만을 낳고 개인적ㆍ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더 이상 이용자 개인에게 테크노스트레스를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도 집단화된 전염병 형태로 발전되어 이를 조롱이라도 하듯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스몸비(Smombie: 길에서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좀비로 비유한 용어)’라고까지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A_Peach, "Caution! Smombie!", CC BY https://flic.kr/p/DAR8SC

A_Peach, “Caution! Smombie!”, CC BY

자각과 자성으로 법제도 논의도 시작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이용자 스스로 디지털 디톡스 운동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이용 중독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전개되었다. 기념일을 정하고 애플리케이션 같은 장치를 만들어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자제를 유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해외에서는 미국에서 2002년 설립된 ‘리부트(Reboot)’나 캐나다에서 1989년 문화운동의 개념으로 탄생한 ‘애드버스터(Adbuster)’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디지털 없는 국경일’을 지정한다든지, 혹은 디지털 디톡스 주간(Digital Detox Week)을 만들어 디지털 기기의 이용 자제 운동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아예 디지털 디톡스를 홈페이지 이름으로 내걸고 활동하는 기관들이 오프라인 중심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 여기에 이용자들이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이들이 내거는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과의 진심어린 소통으로 수렴된다. 사람들과의 진심 어린 연결을 토대로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게 해 우리 삶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 이외에 정말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이용자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이들 기관이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스마트폰에서 해방되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디지털 디톡스 운동을 벌이는 기관들이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홍보문구를 살펴보면 이러한 기관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잘 반영되어 있다. ‘재연결을 위해 단절하라(disconnect to reconnect)’든지, ‘우리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디지털 환경을 만듭니다(We make beautiful digital things for people to use and love)’ 같은 문구는 디지털 디톡스 운동이라고 해서 무조건 스마트폰을 부정하거나 그 이용을 무한정 억제하는 형태로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풍긴다. 스마트폰 이용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재 상황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는 분위기가 홍보 문구들에 잘 녹아 있는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 운동을 벌이는 기관들의 홈페이지 홍보 문구 (출처 : digitaldetox.org(위), digital-detox.co.uk(아래))

디지털 디톡스 운동을 벌이는 기관들의 홈페이지 홍보 문구 (출처: digitaldetox.org(위), digital-detox.co.uk(아래))

번성하는 기업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거의 죽을 만큼 일에 매달린 경험이 있다는 레비 펠릭스(Levi Felix)는 ‘digitaldetox.org’의 설립자겸 CEO로 매년 성인 대상의 여름 캠프를 기획하고 있다. 이 캠프의 목적도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바쁜 일상에서 탈피하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게 하며 자연과의 친화적인 활동을 유도해 결국 ‘사람들을 진심으로 연결’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캠프는 참가자들이 각자 소지한 스마트폰을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물놀이, 음악 공연, 캠프파이어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어린 시절에 경험해봤을 만한 캠핑 놀이와 별반 다른 게 없지만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오프라인에서의 친교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digitaldetox.org’에서 개최한 캠프 ‘Camp Grounded’의 소개 영상 (재인용 출처: 허핑턴포스트) http://www.huffingtonpost.com/entry/camp-grounded-digital-detox_us_57a9ee6fe4b0b770b1a458c5

‘digitaldetox.org’에서 개최한 캠프 ‘Camp Grounded’의 소개 영상 (재인용 출처: 허핑턴포스트)

이렇게 기관 차원에서 전개되는 활동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디지털 디톡스 방법들도 최근에는 많은 해외의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6월 1일 텔레그라프(The Telegraph)의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는 9가지 방법(9 ways to start (and stick to) a digital detox)’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다양한 전문가의 입을 빌려 디지털 디톡스 실행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방법들에는 1) 디지털 기기에 대한 목록을 만들고 인생을 즐기는데 도움을 주는 기기와 아닌 기기 구분하기 2) 디지털 기기 하루 최대 이용시간 설정하기 3)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불가능한 목표 설정하지 않기 4) 한 번에 하나의 습관 바꾸기 5) 충분한 수면 취하기 6)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 기울이기 7) 함께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할 친구 찾기 8) 디지털 기기를 집에 두고 외출하기 9)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있는 것을 지인들에게 알리기 등이 있다.

최근 헬스라인 미디어(Healthline Media)에서 소개한 디지털 디톡스 방법도 비슷하다(6월 9일 자). 여기서는 1) 스마트폰을 보이지 않는 곳에 놔두기 2) 스마트폰 알림 기능 끄기 3) 통근 시간 이외에 이용하지 않기 4) 스마트폰 알람 기능 사용하지 않기 5) 스마트폰 없는 기술 프리존(tech-free zones) 만들기 6) 한낮에 스마트폰 두고 떠나기 7)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동안 자기 자신에게 보상하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초에 나온 포브스(Forbes)의 ‘디지털 디톡스 30일 도전 방법’은 더욱 구체적이다(1월 4일 자). 디지털 디톡스 행동을 30일 동안 차근차근 누적시켜나가는 형태로 조금씩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장치를 손에 쥐거나 주머니에 두지 말라고 하고, 아침에 일어나거나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시간에는 절대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10분을 보내라는 식의 방법은 아주 직관적이고 새롭게 다가온다.

이렇게 여러 영역에서 전개된 디지털 디톡스에 관한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은 이제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디톡스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실행되기 어렵다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일명 ‘카카오톡 금지법’이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 금지법은 퇴근 후 단체 채팅방, 메신저,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취지로 근로기준법 일부를 개정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8월 4일 자로 국회에 제출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2개의 신설 조항이 있다. 사생활 자유의 침해 금지(제6조의2)와 업무종료 시각 이후 전자적 전송매체 등을 이용한 업무 지시에 대한 특례(제56조의2)가 그것이다. 전자는 스마트폰을 통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업무가 지시되고 수행되면 이를 연장 근로로 판단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는 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카톡 금지법

아직까지 카카오톡 금지법은 구체적인 벌칙 조항이 없다는 점, 법률의 실효성이 갖춰지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환경 등에 대해 논란이 많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과한 스마트폰의 이용이 사회적 병리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과 이를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추후에는 근로 환경에서 제기될 수 있는 스마트폰 사용 문제 이외에도 논의를 확장해야 하는 측면은 있지만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한 만큼 이제 디지털 디톡스가 실행될 만한 견고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랄 수 있게 됐다.

자발적 외로움 실천해야 디지털 디톡스 가능

디지털 디톡스 운동은 이용자들이 서로 단절되고 정보 얻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생겨난 운동이 아니다. 만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서로에 대해 알기를 거부하고 사회에 대해 무관심해지며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둔감해졌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더 큰 사회적 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과의존하게 된 것도 결국에는 끊임없이 연결되고 소통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너무 과한 욕구가 정보와 사회관계망의 비만을 불러와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다.

영양실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영양의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영양실조는 음식물로 몸속에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에너지 소비가 많을 때 생기기 때문이다.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그 반대다. 불필요한 영양소로 비대해진 지방 조직을 줄여야 한다. 정보와 사회관계망에 대한 비만 역시 정보와 사회관계망에 대한 섭취를 줄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점차적으로 섭취를 줄여나가면 독소의 배출량도 늘어날 것이고 이 원리로 디톡스가 실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디지털 디톡스는 결국 알고자 하는 욕구와 이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들에 대한 과한 욕심을 버리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온라인에서 생산되는 정보에 대해 조금 둔감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망에서 조금 멀어진다고 생각될 때 디지털 디톡스의 메커니즘도 작동된다. 온라인상에서 조금 더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는 듯하고 조금 더 외로워지는 듯하게 느껴져야 디지털 디톡스가 더욱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실제로 외롭고 모자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조금은 정보가 팽창된 사회에서 예민해진 마음을 느슨하게 놓아주고 외로워져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현재 스마트폰으로 인한 정보와 관계에 대한 상황이 영양실조가 아니라 비만적 상황이라 다행이라고 본다. 재차 말하지만 온라인에서조차 세상 돌아가는 일과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해져 야기되는 상황이란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기 때문이다. 아직 희망적이다. 다음 연휴에 디지털 디톡스의 한걸음을 떼어보자.

참고문헌

  •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2017. 8. 4). 이용호의원 대표발의
  • 미래창조과학부ㆍ한국인터넷진흥원(2016). 2016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
  • 미래창조과학부ㆍ한국정보화진흥원(2016). 2016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 Brod(1984). Technostress: The Human Cost of the Computer Revolution. Addison-Wesley.
  • Cisco Systems(2017. 2. 7). Cisco Visual Networking Index: Global Mobile Data Traffic Forecast Update, 2016-2021.
  • Digital-detox.co.uk
  • Digitaldetox.org
  • Forbes(2017. 1. 4). Try The 30-Day Digital Detox Challenge.
  • Healthline(2017. 6. 9). Step Away from the Smartphone: How to Do a Digital Detox.
  • Shenk, David(1998). Data Smog: Surviving the Information Glut(Revised and Updated Edition). arperOne.
  • The Telegraph(2016. 6. 1). 9 ways to start (and stick to) a digital detox.

키사 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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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최홍규
초대 필자, EBS 연구위원

(現) EBS 미래전략팀 연구위원 / (前) 한국인터넷진흥원 선임연구원 / 언론학 박사 / 저서: [콘텐츠 큐레이션], [빅데이터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연구] (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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