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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보다 여름 징역이 더 큰 고통인 이유

부제:
구치소 과밀 수용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묻다

 

한 나라의 인권 수준은 재소자의 인권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구금이라는 상황 자체에서 재소자들은 인권침해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한 조건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재소자, 수형자의 인권과 상충할 우려가 있는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수형자의 1인당 수용 면적이 지나치게 협소하여 인권 침해가 문제되는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 행위에 대하여 최근 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광장에 나온 판결: 

  • 부산고등법원 2014나50975판결
  • 재판장: 윤강열, 판사: 박성준, 엄성환. 

법원, 구치소 과밀수용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다

부산고등법원은 2017년 8월 31일, OO구치소에 수용됐던 원고들이 과밀 수용 등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부산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해 12월 29일 구치소의 과밀수용행위가 수용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결정(헌법재판소 2016.12.29자 2013헌마142 전원재판부 결정)을 내린 이후의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원고들이 수용되었던 기간 수용거실의 수용자 1인당 공간은 각각 1.23㎡~3.81㎡, 1.44㎡~2.16㎡이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신장의 키를 가진 사람이 팔을 마음껏 펴기도 어렵고, 어느 쪽으로 발을 뻗더라도 발을 다 뻗지 못하고, 다른 수용자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하여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할 정도로 매우 협소한 공간이었다.

부산구치소 '수용거실'의 모습 (출처: 교정본부). 원고는 도면상 면적이 8.64 제곱미터인 중소거실에 3~5명의 다른 수용자들과 같이 수용되었다.

부산구치소 ‘수용거실’의 모습 (출처: 교정본부). 원고는 도면상 면적이 8.64 제곱미터인 부산구치소 ‘중소거실’에 3~5명의 다른 수용자들과 같이 수용되었다.

1심은 원고들이 2㎡도 되지 않는 1인당 공간에 수용된 것이 일응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일정 부분 침해당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면서도, 교정시설 입장에서 임의로 수용자 수를 제한할 수 없고, 단기간에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며, 정부의 경제규모와 예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국가의 과밀 수용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에 2심인 부산고등법원은 이러한 사회, 경제적 사정들만으로는 기본 생활영위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한 거실에서 인격체로서의 기본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박탈당하는 수용자들의 고통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국가는 수용 인원 증가에 대응하는 교정시설 신축 등 과밀수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장기 대책의 수립과 함께, 우선 임시조치로서 교정시설 내 사무실, 창고, 작업공간 등 다른 공간을 수용거실로 리모델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수용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비롯되는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준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부산법원 청사 전경 (출처: 부산고등법원) http://bsgodung.scourt.go.kr/main/new/Main.work

부산고등법원은 ‘구치소’의 고통을 방치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사진 청사 전경 (출처: 부산고등법원)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는 현재진행형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최근 10년 동안 증감을 반복하던 교정시설 수용률이, 2013년 104.9%로 수용률을 초과하기 시작하여 2014년 108.0%, 2015년 115.6%, 2016년 8월 기준 122.8%로 점점 증가하고 있어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1

2016년 형사정책연구원은 과밀수용이 초래하는 문제점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교정시설의 수용인원의 수준과 그 추이는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범죄 동향이나 사회의 치안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데, 과밀수용은 범죄발생의 악순환 심화,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왜곡을 초래함으로써 국가 전반적인 형사정책과 형사사법체계가 총체적인 위기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용자의 기본적 인권 침해, 분류수용 및 개별처우 등의 곤란에 따른 사회복귀처우의 곤란, 교정시설 관리운영의 지장에 따른 교정사고 발생의 증가, 권리구제 관련 청원 및 소송의 급증, 직원의 근무 여건 악화를 든다.

고통 기다림 슬픔 출구 손 성희롱 피해자 절규

헌법재판소는 과밀수용행위 위헌확인사건에서 보충의견으로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면적을 상당한 기간 이내에 확보하여야 한다고 밝히면서,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중략) 여름 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후에도 과밀수용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법원에서도 국가의 과밀수용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시작하였다.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과 노력이 시급하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기획·연재하는 ‘광장에 나온 판결’의 일부로, 필자는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입니다.


  1. 안성훈,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현상과 그 대책에 관한 연구], 형사정책연구원, 20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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