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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최근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북핵과 관련해 1)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완성했고, 2) 지난 ’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통해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증명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제 북한은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고,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반격’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화와 제재라는 당근과 채찍으로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북핵 문제, 그 해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이 글과 소재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비판, 기고를 환영합니다. (편집자)[/box]

ICBM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네 가지다.

  1. 군사적 비대칭과 불균형을 수용하며 ‘굴욕’을 감수하는 것이다.
  2. 현재처럼 핵우산을 작동하는 것이다.
  3.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경우다.
  4.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경우다.

이 중에서 군사적 비대칭과 불균형을 수용하는 ‘굴욕’ 전략은 선택지에서 제외한다.

  1. 군사적 비대칭과 불균형을 수용하며 ‘굴욕’을 감수하는 것이다.
  2. 현재처럼 핵우산을 작동하는 것이다.
  3.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경우다.
  4.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경우다.

자체 핵무기 개발은 NPT(핵확산방지조약) 체제의 탈퇴를 의미하기에 국제적인 경제 제재를 감내해야 한다. 북한은 자급자족 경제체제이고, 독재국가이다. 국민이 굶어 죽든 말든 미국과 ‘한판 뜨기’ 위해서 핵무기 개발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체제다.

반면, 한국은 ‘대외무역 비중이 매우 높은, 시장경제체제’다. 경제에서 미국 및 중국의 국제 교역 비중이 매우 높다. 정치적으로는 여야 간 힘의 균형이 팽팽한 ‘다당제 민주주의’ 체제다. NPT 탈퇴와 국제적인 경제제재를 감내하는 자체적인 핵무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핵확산방지조약 국가별 조약 인준 상황
핵확산방지조약 국가별 조약 인준 상황

‘경우의 수’ 결국 두 가지 

그럼, 남는 ‘경우의 수’는 결국 두 가지이다. 핵우산과 전술핵 재배치다.

  1. 군사적 비대칭과 불균형을 수용하며 ‘굴욕’을 감수하는 것이다.
  2. 현재처럼 핵우산을 작동하는 것이다.
  3.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경우다.
  4.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경우다.

핵우산과 전술핵 재배치에 관해서는 세 가지 견해가 있다.

1) 핵우산과 전술핵 재배치는 그 효과가 ‘사실상’ 동일하다.
2) 핵우산과 전술핵 재배치는 동일하지 않다.
3) 전술핵을 배치하되, 소유권은 미국이 갖지만, 통제권은 유럽의 나토처럼(혹은 그 이상으로) 한국의 통제권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핵우산과 전술핵이 동일한지 여부는 사실관계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술핵 재배치가 이뤄질 경우 편익·비용 역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전술핵을 배치할 경우 ‘한국의 통제권’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하여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람 중에도 NPT 탈퇴를 감수하고, 국제적인 경제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체 핵무장’을 주장해야 한다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핵우산 체제 유지냐 전술핵 재배치냐 

그럼, 논점의 핵심은 결국 현재와 같은 ‘핵우산 체제’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할 것인지로 귀결된다. 그리고 전술핵 재배치가 유의미한 방편이라면, 중국의 반발 가능성과 미국 트럼프의 소극적인 협력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한국의 정치와 외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난 8월 문화일보가 엠브레인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남한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은 약 63%였다. 그 사이 북한의 핵실험은 진도가 더 나갔다. 남한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은 곧 70%를 넘을 것이다.[footnote]참고로 9월 첫 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한 찬반이 각각 찬성 60%, 반대 35%로 나왔다(참조: 한겨레). 더불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0일 발표한 9월 정기조사도 참고할 만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뒤인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남녀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술핵 찬성이 68.2%, 사드 추가 배치 지시에 대해 잘했다는 평가가 79.7%였다(참조: 이데일리)[/footnote]

정치는 결국 여론을 수렴하고 여론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다. 다당제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 여론 70%가 찬성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하는 정치세력은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술핵 재배치가 ‘국익’을 위해 절대 수용하면 안 되는 옵션으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여권 다수가 ‘전술핵 재배치’를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로 봐야 한다.

모래 시계

북한의 ICBM 개발 이후, 국면은 바뀌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한반도 문제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ICBM을 개발하는 것은 ‘남한의 군사적 위협’ 때문이 아니다. 즉,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영역이 존재한다. ‘미국발 대화국면’이 열리지 않는다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왜? 남한과 북한의 군사적 대립-체제경쟁이 핵심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남한 주도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남한 주도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마치 북한에 돈 몇 푼 주고 구슬리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폐기할 것으로 소망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로망’임이 분명해졌다.

북핵 문제의 네 가지 층위 

그렇다면, 북핵 문제의 네 가지 차원의 층위를 인정하고, 그 위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5″]첫째,[/dropcap] 북핵 문제는 남쪽의 대응을 필요로 한다. 군사적 비대칭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핵우산과 전술핵 재배치 옵션, 여기에 ‘플러스알파’ 수준에서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5″]둘째,[/dropcap] 북핵-ICBM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미국 입장에서 선택가능한 수는 세 가지다. ①북한을 박살 내거나 ②무시하거나 ③협상하는 것이다. 남한과 일본을 인질로 삼고 있고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이 있는 북한을 박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으로 무시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결국, 협상하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국면은 북핵 및 ICBM 개발 이전의 ‘균형상태 A’에서 북핵 및 ICBM의 개발이 완료되는 ‘균형상태 B’로 이동하는 이행기의 막바지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협상은 ‘거래’를 의미한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서로 부르는 ‘가격’이 비슷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균형상태 A인지, 균형상태 B인지에 대한 판단이 다르면 서로 부르는 가격이 달라진다. 한쪽은 1,000만 원이 제값이라고 생각하고, 한쪽은 10만 원이 제값이라고 생각하면 거래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 거래(=협상)는 언제 성립되는가? ‘새로운 균형상태 B’로의 이행이 완료되었다고, 거래행위자 대다수가 공감하게 될 때 성립될 것이다. 그때가 언제인가? 실제로 ‘이행’이 거의 완료되는 시점이다. 바로 그때 ‘미국발 대화 국면’이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은 머지않아 다가올 이 시기를 잘 준비하는 것이다.

악수 협상 지도 세계 대화

[dropcap font=”arial” fontsize=”25″]셋째,[/dropcap] 북핵-ICBM이 작동하는 힘의 배후에는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이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북한을 치지 못한 핵심은 중국의 존재때문이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5″]넷째,[/dropcap] 북핵 문제는 한·미·일, 북·중·러를 포함한 ‘동북아 다자 안보’의 문제이기도 하다. 북핵은 필연적으로 남한의 핵무장론을 강화한다. 일본의 핵무장 여론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 주도의’ 동북아시아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 개발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다.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서로 대립하는 강국이면서 동시에 ‘북핵 문제-동북아 핵 도미노 가능성’을 해결하는 것에 인센티브를 가진 당사자 국가들이기도 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한국 정부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나중에’ 대화국면이 열린 이후에 할 수 있는 것을 분별해야 하고, ‘일국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과 ‘국제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것을 분별해야 한다.

박근혜는 시진핑에게 약간의 성의 표시를 하고, 자신이 중국의 전승절에 참석해주면 시진핑이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통치권자 개인의 ‘진심’과 ‘선의’에 의존하는 외교는 좋은 외교가 아니다. 국제관계는 냉정한 힘의 관계이고, 냉정한 이해관계다.

한국은 오히려,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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