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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탓하는 어른이 잊은 것: [스파이더맨 홈커밍] 프리뷰

이 글은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를 위한 프리뷰입니다. ‘스포일러’에 대한 불안을 고려해 줄거리 노출을 최소화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스포일러가 염려되는 독자는 이 글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마블코믹스 원작 캐릭터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 MCU)’라는 세계관으로 모였다. DC코믹스 원작 캐릭터들은 ‘DC 확장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 : DCEU)’라는 세계관으로 모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 Marvel comics, 재구성: galerodrick17)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 Marvel comics, 재구성: galerodrick17)

그러면서 MCU에서는 세계관 내 영웅들이 분열해 내전(Civil War)을 하는 ‘상상 속 세계’가 펼쳐지고, DCEU에서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결투를 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DC 확장 유니버스 (ⓒ DC Comics)

DC 확장 유니버스 (ⓒ DC Comics)

이런 장면들은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관 내의 시리즈는 줄거리가 연결되고 일부는 연작 형식으로 영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 지식 숙지가 중요해졌다. MCU의 세계관은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라 후속 출간되는 만화와 드라마 시리즈도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캐릭터들의 기본 배경도 세계관에서 달라진 경우가 많다.

MCU 속 스파이더맨의 변화 

스파이더맨은 세계관 속에서 여러모로 달라진 것이 많은 캐릭터 중 하나였다. 첫 등장은 ‘아이언맨2’에 아주 잠시 등장하는 ‘피터 파커’라는 꼬마였고, [앤트맨]에서는 잠시 설명으로만 암시된다.

본격적인 등장의 계기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였고,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뉴욕을 휘젓고 다니는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를 발굴해 자신의 진영에 합류시키는 것이었다.

여기서 형성된 이미지는 “선량하고 정의로우며 강력하지만, 15세 청소년답게 아직은 어리고 미숙하다”는 것이었다. 토니 스타크와는 기묘한 부자(父子) 관계 이미지가 형성된다.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최근 제작되는 마블 영화 속 MCU에서는 유사 '부자' 관계를 형성한다.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최근 제작되는 마블 영화 속 MCU에서는 유사 ‘부자’ 관계를 형성한다.

다만 MCU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왜 초월적인 능력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다. [시빌 워]의 쿠키 영상에서 손목을 긁는 장면이 나왔을 뿐이었다.

‘유전자 조작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얻었다’는 기존 줄거리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였다. 직접적인 묘사를 피한 이유는,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반복을 피하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중2병 탓하는 어른이 잊고 있는 것

토니 스타크와의 기묘한 부자 관계는 이미 [시빌 워]에서도 자세히 묘사됐던 적이 있다. 세계관 내의 스파이더맨은 불과 15세 소년이라서 그야말로 미숙할 수밖에 없다.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아직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피터 파커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토니 스타크는 일부러 피터를 매몰차게 대한다.

아직 배우고 꿈꿔야 할 것이 많은 소년을 ‘어른들의 주도권 다툼’에 끌어들이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날아오는 트럭을 막아내는 등 얻은 지 불과 6개월밖에 안 되는 괴력은 실로 대단했고, [시빌 워]에서의 등장도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미숙한 영웅이 다 크고 강력한 어른들 사이에서 치이고 받히면서 성장하는 매력이 주는 즐거움을 암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그래서 [스파이더맨 홈커밍](이하 [홈커밍])은 스파이더맨의 성장 과정 새롭게 그렸다. 토비 맥과이어·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과는 다소 다른 환경에서, 미세한 성격 차이가 존재하는 톰 홀랜드의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그려진 것이다.

[홈커밍]에서의 스파이더맨은 그동안 알려진 구도를 일부 흔들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소심함과 과묵함에서 벗어나 ‘어른의 주체성’을 갈망하는 모습은 [시빌 워]에서의 설정이 심화됐다. 예민한 사춘기 소년으로서는, 빨리 한 명 몫을 하면서 어른으로 인정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스파이더맨답게 그에 걸맞은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에 그런 갈망은 더욱 간절해졌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하지만 곳곳에서 드러나는 ’15세 소년’다운 미숙함은 토니 스타크가 ‘완전한 1명의 영웅’으로 스파이더맨을 인정하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다. 선량한 마음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소년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성장과 안전일 것이다.

그래서 토니 스타크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피터 파커를 통제하며, 피터 파커의 이런저런 애원과 부탁을 그저 소년의 호기로운 하소연 정도로 생각하며 무시한다.

그들이 원했는지와는 무관하게, ‘통제’라는 권력을 가진 아버지와 그 ‘통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아들의 구도가 완성된 것이다. 미숙한 소년은 중대한 상황에서 좌충우돌과 긴박한 위기를 끊임없이 맞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으며, 혈기를 굳이 억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울러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평소에는 소심하지만, 스파이더맨이 되면 쉴 새 없이 입담을 늘어놓는다’는 원작 캐릭터를 가장 잘 살린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톰 홀랜드가 양극단의 차이를 잘 조화시킨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어른의 눈으로 볼 때, 15세 소년이 어른의 통제를 거부하고 ‘어른의 세계’에 함부로 끼어든 ‘버르장머리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른은 소년의 그런 행동을 일컬어 일명 ‘중2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어른은 ‘자신도 소년 시절 그런 행동을 하면서 성장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리고 피터 파커의 가장 큰 강점은, 약자를 돕고 악당의 나쁜 짓을 물리치고자 하는 선량한 마음이다. 마냥 소년이라고 무시할 일은 아닐 것이다. [홈커밍]의 전반적 주제는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아요”다.

[홈커밍]은 그렇게 피터 파커의 ‘중2병’ 극복을 다루고 있었다. [홈커밍]은 피터 파커에게 “진실한 열정과 최선의 노력”이라는 가치와 “알면 알수록 입을 다물어야 하는 일이 있고, 혼자서 묵묵히 감당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취지로 어른의 고충을 가르치고 있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애처롭지만 아쉬운 ‘벌처’

[홈커밍]의 악당 ‘벌처'(마이클 키튼 분)는 평범하게 청소대행업으로 생계를 누리던 소시민이었다.

악당이라고 마냥 나쁘게만 보기에는 애처로운 이유는, 그의 사업이 토니 스타크가 지원하는 정부 배경 업체 ‘데미지 컨트롤’에 의해 가로막히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된 것이었다. ‘돈 없고 힘없으면 뭣도 안 된다’는 눈물겨운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 부와 권력을 누리기 위해 ‘나쁜 짓’을 했고, 그 과정에서 스파이더맨을 마주친다. 그리고 벌처와 스파이더맨은 의외의 인연으로 꼬이기까지 하는 등 전반적으로 스파이더맨의 인간적 성장을 위한 연결고리가 주로 제시된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에서 악당 ‘벌처’를 연기하는 마이클 키튼

벌처가 악당이 되는 과정은, 현재 대기업과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의해 중소기업·가맹점주와 노동자가 겪는 시련과 고난이 일상화된 대한민국에도 남다른 인상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토니 스타크가 정의의 영웅 [아이언맨]이면서 한편으로는 어마어마한 재벌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영웅적 행동을 그리는 영화이기 때문에, 벌처에 대해서는 ‘평범한 악당’ 이상의 시각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은 영화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왕 인연까지 꼬아놓았으니, 조금만 더 시선을 할애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때로는 공감이 가는 악역’의 가치는 때때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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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형준
초대필자. 기자

저는 '샤브샤브뉴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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