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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와 그 주변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신질환 당사자로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글은 제가 직접 경험한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1. 병원 가기

우선 첫 번째로 치료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럴 수 있다면, 약을 먹지 않고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증상에 따라서는 그런 방법이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병원에 방문하여 진단과 약을 처방받는 것입니다.

제 경우는 명상(특히 ‘관조’)을 통해 제 증상을 객관화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병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말로 운이 좋은 사례로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합니다. 제대로 판단할 가능성이 0에 수렴할 테니까요.

Contando-Estrelas-CC-BY-SA
Contando-Estrelas-CC-BY-SA

제 주위 많은 환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무슨 병이야? 내가 나약해서 그래.”

그렇게 치료 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판단’을 부추기는 것이 비정신질환자들의 정신과 진료와 정신질환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이었습니다. 병을 병으로 보지 않으면서 동시에 정신질환을 두려워하고 입에 담기 싫어하는 모습들을 흔히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질환자 스스로 정신과 문을 열 수 있는 용기는 쉽사리 나지 않는 법입니다. 물론 자기 자신이 병이 걸렸다고 인정하기도 싫고,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제 경험으로는 그런 소극적인 행동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생각입니다.

질환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증상은 악화하고, 사라져가던 증상이 되돌아오는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증상 발현의 빈도가 늘고, 병 발현 조건이 있을 때는 더 자주 그런 발현조건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저는 증상 발현이 너무 뚜렷한 형태라 저 자신이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도 그렇게 일찍 병원에 간 편은 아닙니다. 병원 약만으로 완전히 증상을 다스리지 못하죠. 반면에 제 주위 질환자 중 초기에 병원 진료를 시작한 이들을 보면, 일상생활을 큰 어려움 없이 해나갑니다.

병원의 문을 여는 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첫걸음입니다. 주변 지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병원의 문을 여는 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첫걸음입니다. 주변 지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병원에 방문하여 치료를 시작했다면, 병명이 나올 것입니다. 그 병명은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임을 명심하되 자신의 질환을 객관화하는 첫걸음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으로 병명을 검사하면 웬만한 유용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전문의의 조언은 필수죠.

질환자는 증상을 부정하려 들지 말고 자신이 힘든 것이 무엇들인지 생각해두었다가 가까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정신보건 센터를 방문하거나 전문 상담센터를 인터넷 혹은 SNS 지인의 추천을 받아 병원에서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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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02-3458-1000
  • 마음이 상담 전화: 1577-0199
  • 가까운 보건소의 정신건강 증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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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과 약 처방이 함께 이루어지는 병원에 간다면 더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환자 상태에 관한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동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후  

어떤 이유에서든 상대방이 정신적으로 힘들어 보이면 병원을 권하는 편이 좋습니다. 관심을 두고 관찰하면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 우울감이나 무력감
  • 과도한 신경질과 들뜸의 지속
  • 언어의 붕괴
  • 상황 인지 능력 미약 혹은 상실

사이코 정신질환 환상

무엇보다도 당사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우선 판단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육체적 질병 없이 늘 피곤하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교묘하게 왜곡된 기억을 가진 체 살아간다거나, 성격이 드세 보이는 걸로 착각하기 쉬운 배타성 장애 같은 것들은 그저 그 사람이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최근 몇 개월 이내에 급격한 체중 변화와 신체 변화를 느꼈다면 당장 해당하는 과에 검사를 받아보고 이상이 없다면 상담소나 정신과 병원을 방문하기를 추천합니다. 제 지인은 체중 변화와 피부의 건조화,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이 통증 때문인가 싶어 병원에 갔는데, 신체적으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의사의 진단에 주변 추천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크게 호전되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질환 치료가 늦을수록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치료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병원에 가는 일이 ‘평범한 일’임을 강조해주세요. 질환자에게 강제라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되고, 죄를 지었다 여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질환자 본인도 스스로 그것이 잘못이라 여기지 않아야 합니다. 사회의 인식이 잘못된 것이지 본인이 불량품인 것은 아닙니다.

로봇 외로움 정신병 사이코 격리 고통 슬픔

여전히 대다수 사람은 정신과 진료에 거부감을 품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금기적 분위기, 혐오 탓입니다. 하지만 그 잘못된 편견에 묶여 사람 생명을 버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2. 폐쇄병동과 개방병동 

대다수 질환자는 개방병동[footnote]개방병동: 우리가 흔히 입원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개방된’ 병동.[/footnote]만으로 충분하다 여겨집니다. 제가 입원했던 개방병동은 충분히 관찰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질환자의 공격성이 과도하지 않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 생각합니다.

과도한 공격성을 가진 질환자의 비중은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폐쇄병동[footnote]폐쇄병동: 면회도 어렵고, 질환자가 외부에 나가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며, 치료를 위해 일시적으로 사회의 모든 것과 단절하는 병동.[/footnote]이 반드시 필요한 인원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험성 있는 질환도 충분히 있다는 것은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런 때에는 강제 입원을 통해 극단적인 행동(가령 자살)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footnote]우리나라의 강제 입원(비자의입원) 비중은 74%로 아주 높은 편입니다. 참고로 그리스 58%, 핀란드 27%, 벨기에 16%, 폴란드 14%, 오스트리아 0%입니다. 출처: WHO(2015), Mental Health Atlas 2014. 재인용 출처: 서울시 정신보건 통계 [/footnote]

병원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나 기사들 때문에 정신과 진료 전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합니다. 이는 폐쇄병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공론화를 통해 개선되어야 합니다. 반면 폐쇄병동이 아닌 대부분 개방병동은 일반 진료과와 같은 장소이고, 그저 내과처럼 평범한 진료소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개방병동은 일반적인 진료과이고, 의료진은 전문적인 지식으로 질환의 개선 방법을 도와주는 전문가들입니다. 자유로운 치료는 권장되어야 합니다.

저는 약을 먹었을 때와 먹지 않았을 때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 주변 환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명히 약은 증상을 제어하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전문의의 판단은 믿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약 알약

그래서 강제입원이나 폐쇄병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집착하여 병을 방치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강제입원 제도나 폐쇄병동에 관한 불합리한 점들을 고치고,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치료 거부 이유로 이들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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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대학병원과 연세 세브란스 등이 개방병동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 연세 세브란스: 1599-1004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159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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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응급실과 SNS 친구들  

가장 위험한 것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자의 질환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입니다. 질환자 본인도 자신의 질환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주변인들도 질환자의 증세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병원으로 이끄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응급실 

자살 시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자살예방센터에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당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달려가세요. 자살 위험이 느껴진다며 진정제와 약을 처방받으시면 그 고비를 넘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주변인과 본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예약을 놓쳐 응급실에서 약이 떨어짐을 이야기하고 다니던 병원의 약을 받고 안정되었던 적이 있으며, 증상발현으로 119에 실려가 안정제와 당직 정신과 선생님의 처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사히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응급실의 존재였습니다.

응급실 응급차 병원 환자 응급

SNS를 한번 활용해 보세요 

병원과 상담소의 선택은 지인을 통한 경험적으로 겪은 이의 추천을 받는 것이 좋지만, 주변 지인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 SNS 친구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양하고 적합한 상담소와 병원을 찾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상담소와 병원을 추천받았다면, 집단 상담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우울증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질환에도 집단 상담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SNS 페이스북

소셜네트워크는 오프라인에서 이야기 하지 못했던 무수한 이야기들이 오가기 쉽고, 그만큼 그 질환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 쉽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경험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죠.

제 SNS 지인들은 저에게 상담사가 좋은 상담센터, 병원 등을 일러주었고, 미술 치료하는 분들을 알려주었습니다.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기에 신뢰할 만 했고, 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말 

힘들어하는 당사자 앞에서 이런 말만은 피해 주세요.

‘너만힘드냐, 나도 힘들다.’ 

‘네가 배가 불러서 그래,’

‘나한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

‘그런 건 병도 아니야.’

‘마음이 나약해서 그래’ 

병원을 피하게 되고, 저처럼 자신이 불량품이라 여겨 한도 끝도 없이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 가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선택지는, 쉬는 것뿐입니다. 세상을 쉬는 것.

순간순간의 판단이 병을 낫게도 하고, 더 나빠지게도 하며, 목숨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질환자와 질환자 주변 모두 병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신체의 질환과 같이 대하기를 바랍니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찾듯, 정신질환이 있으면 당연히 정신과 병동을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병원 의료 건강 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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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발현자 응급 대처법 

증상 발현 중 증상에 따라 기도가 막히거나 혀를 깨물 수 있고, 어딘가에 부딪혀 다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제압해 주는 것이 좋지만, 성인 장정들 여럿도 힘들어할 만큼 강인한 힘을 뿜어내게 되므로 1) 다칠만한 물건을 치우고, 혀를 깨물거나 기도가 막히지 않게 주의해주십시오.

손가락을 입안으로 넣어도 좋지만, 절단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2) 양 볼을 강하게 누르는 것으로 대체하기를 추천합니다. 저도 손가락을 자를 뻔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있는 힘껏 물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3) 호흡을 가다듬으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하나둘 숫자를 세며 천천히 심호흡하게 하면, 지인의 경우 저는 고분고분 그 지시를 따랐던 기억이 납니다.

증상발현은 심하면 심 쇼크가 오는 증상도 올 수 있으므로 환자 본인과 주변인이 잘 숙지하려면 전문의와의 상담이 꼭 필요하니 상담센터, 병원, 그 어디든 최대한 빨리 방문하시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자신의 병과 증상을 객관화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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