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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볼만합니까? 
A. 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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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info” head=”시간 없는 독자를 위한 짧은 요약“]

  • 미래 망함.
  • 망한 미래 살리려고 미래에서 과거(작중 시점 현재)로 시간여행함.
  • 시간여행 방법: 과거 사람 몸에 미래 사람 정신을 OS처럼 설치해버림. 구 버전은 포맷됨.
  • 5명이 팀을 이뤄 열심히 미래를 바꾸려고 과거를 바꾸는 과정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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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많은 독자를 위한 긴 리뷰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고, 먼 미래는 인류가 살기 척박한 환경으로 변했습니다. 먼 미래의 인류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 이 소행성 충돌을 막는 해법을 택합니다.

이렇게 미래에서 과거로 온 사람들은 자신들을 ‘여행자(traveler)’라고 부릅니다.

미래의 시점으로 봤을 때는 ‘과거’, 드라마의 시점으로는 ‘현재’에서 모든 사건이 일어납니다. 미래의 모습은 여행자의 회상 장면에서만 간간이 등장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는 묘사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미래 기준으로 ‘과거’이자 작중 시점의 ‘현재’는 ‘과거’로만 표기하겠습니다.

소행성의 충돌을 막기 위해 총 5명의 인물이 과거로 ‘여행’옵니다. 이들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은 독특합니다.

travelers title

시간여행자들의 시간여행 방법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류는 거의 모든 기록을 디지털화합니다. 그리고 미래에서도 이 모든 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되죠. 미래 인류가 관심 있는 기록은 바로 개개인의 사망정보였습니다.

미래 인류는 한 인간의 정신을 다른 시공간에 있는 완전히 다른 인간에게 덮어 씌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합니다. 마치 컴퓨터의 OS를 덧씌우듯 말이죠. 그래서 미래 인류는 훈련된 요원들의 정신을 과거 인간에게 전송합니다. 정확히 사망 시각을 알고 있는 과거의 인간들에게, 죽는 그 시점에 바로 덧씌워 버립니다. 어떻게 죽는지를 알고 있기에 미래에서 온 정신은 과거 인간의 몸을 빼앗는 즉시 죽음으로부터 탈출하고 숙주의 삶을 계속해서 살아갑니다.

시간여행을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1) 숙주로 삼을 인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송을 정확하게 하고, 전송이 완료되면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2) 숙주의 죽음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투병생활을 오래 해 신체 장기가 모두 망가지고 합병증으로 죽는 경우라면 전송을 해도 그 죽음을 벗어날 수 없겠죠. 그래서 숙주들의 사망원인은 사건사고가 일반적입니다.

팀 구성

과거로 온 5명의 소규모 팀은 미래 인류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인적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 리더: 미래의 절대자 ‘디렉터’로부터 지령을 받고, 팀을 이끌며,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을 내립니다. 숙주는 현직 FBI 요원입니다.
  • 의사: 팀 구성원의 건강을 책임집니다. 미래의 의료기술을 습득하고 있긴 하지만,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는 모두 과거 기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한계는 있습니다.
  • 전술가: 팀의 전투를 담당합니다. 각종 무기를 잘 다루며, 이를 보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소규모 전투가 일어날 때는 효율적인 전술을 짜, 승리로 이끄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 엔지니어: 미래의 기술지식을 터득하고 있기에 과거 기계만으로도 오버 테크놀로지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소행성 충돌을 막기 위한 장비를 만드는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 역사가: 자신이 떨어지게 되는 과거의 시점부터, 자신이 살고 있던 미래의 시점까지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암기한 상태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합니다. 역사가는 모든 복권, 경마의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팀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으며, 앞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행동 계획을 세우는 데도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합니다.

characters travelers

미래 인류의 실수

하지만 미래의 절대자 ‘디렉터’는 큰 실수를 저지릅니다. 과거의 기록들이 거짓인 경우가 있었던 것이죠.

의사의 숙주는 도서관 사서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지체장애자였습니다. 사회복지사와 함께 한 활동 중에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그려보는 일환으로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었고, 그것이 미래에는 마치 이 사람이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죠. 그래서 이 의사는 뇌에 과부하가 걸려 종종 실신을 하고, 자가진단 후 시한부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또 다른 실수도 있습니다. 역사가의 숙주는 미래에서 단 한 번의 헤로인 복용을 하고, 그때의 과다 복용이 사인으로 기록에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부모가 조작을 해, 사망 기록 자체가 잘못되어 있었던 거죠. 본래는 심각한 수준의 약물중독자였습니다. 과거로 온 역사가는 금단현상에 괴로워하며, 매일같이 헤로인 복용을 하지 않으면 삶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됩니다.

숙주의 삶

이렇게 각 인물들의 건강상의 문제와 더불어, 숙주의 삶 자체도 갈등의 요인이 됩니다. 여행자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미래를 살려라’ 외에도 ‘숙주의 삶을 살아나가라’도 있습니다.

과거 기술 수준으로는 절대로 시간여행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만약 발설했다면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거나, 여행자들이 정신이상자로 취급되어 감금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겠죠. 그래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숙주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미래를 살리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숙주의 삶에 얽혀 있던 사람들은 여행자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전술가의 숙주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는데, 전송 이후부터는 뛰어난 무술 솜씨를 보여줬거든요. 무엇보다 지체장애자였던 사람이 갑자기 엄청난 의료지식을 뽐내며,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게 되면 그를 돌보던 사회복지사가 놀랄 수밖에요.

이렇게 과거로 파견된 여행자들은 숙주의 삶과, 임무수행이 충돌하며 겪는 갈등을 극복하려고 고군분투합니다. 과연 미래가 멸망하는 걸 이들이 멈출 수 있을지 여부와 함께,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면 각자 어떤 갈등을 겪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시간여행물로의 평가 – 타임 패러독스

시간여행물 작품에는 항상 ‘타임 패러독스’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내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다고 상상해보죠. 그곳에서 한 일 때문에 미래는 반드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그 일 때문에 내 선조가 태어나지 않게 된다면? 그럼 미래의 내 존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되죠. 그럼 내가 과거로 온다는 사실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되고, 그럼 내가 과거에서 한 일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럼 결국 내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행위 자체가 아예 발생하지 않게 되고 전부 리셋이 되는 건지.

이런 역설을 일컬어 타임 패러독스라 부릅니다.

이 작품에는 이런 타임 패러독스를 막기 위해 노력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

시간여행은 오직 일방향 통신만 가능합니다. 미래에서 과거로 정신을 보내는 행위만 가능하고, 그 역은 불가능합니다.

과거로 온 여행자들이 한 행동 때문에 미래가 바뀌고, 아예 자신의 존재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게 되면, 미래를 바꾼 행동 자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니, 이 지점에서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시간여행물이 주는 재미

과거로 온 여행자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미래에 영향을 미칩니다. 즉,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는 거죠.

그렇기에 역사가가 기억하는 인류의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가는 기억하는 대로 경마에 돈을 걸지만, 틀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 여행자들이 계속해서 미래를 바꾸기 때문에, 오늘 미래에서 과거로 온 여행자들이 기억하는 미래의 모습과, 내일 미래에서 과거로 온 여행자들이 기억하는 미래의 모습이 다릅니다.

미래의 절대자 ‘디렉터’는 바뀐 미래만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고 미래에만 존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디렉터는 과거부터 미래까지 모든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아니, 미래의 모든 존재는 과거의 역사를 알 수 있죠.

그래서 과거로 온 여행자들이 디렉터의 명령을 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기록에 남아 미래로 전해지기 때문이죠. 어떤 여행자들은 명령을 어기고 독자적인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디렉터는 다른 여행자를 과거로 보내서 이를 손쉽게 막습니다.

미래의 절대자 디렉터

작중에선 끊임없이 미래에 존재하는 어떤 절대자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그 절대자의 이름은 ‘디렉터’. 여행자들은 절대자의 명령만 수행하며, 그들에게는 반드시 따라야 할 신적인 존재로 묘사됩니다.

디렉터는 과거로 간 여행자들에게 2가지 방법으로 명령을 보냅니다.

1) 다른 여행자들 통한 전달

전송을 아직 하지 않은 미래에 존재하는 개인에게 명령을 하달하고, 과거로의 전송이 끝나게 되면 이 여행자가 다른 여행자들에게 명령을 전파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 많은 위험부담이 있고, 전송 자체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서 명령 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아래 기술할 2번 방법을 택합니다.

2) 어린아이를 통한 전달

갑자기 어린아이가 등장인물에게 어른의 말투로 말을 건넵니다. ‘넌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한다.’라고요.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서, 자신이 방금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숙주를 통해 잠깐 메시지만 전달하는 방법은 오직 어린아이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유는 뇌가 아직 덜 성장했기 때문에 손상이 거의 없지만, 성인의 뇌를 사용해 이렇게 할 경우에는 바로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급할 땐 성인을 1회용으로 쓰고 버릴 때도 있지만, 너무 큰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디렉터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과연 미래에 존재하는 신적인 존재, 디렉터는 누구일까요? 인류가 종교를 통해 상상하던 그런 절대자일까요? 아니면 한 인간이 절대권력을 쟁취해 다른 모든 인간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존재일까요?

이들이 지키는 절대 규율

여행자들은 종종 자신이 지켜야 하는 규율을 암송하거나, 다른 여행자가 어길 시 이를 주지시켜줍니다. 그 규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미션이 최우선이다. (The mission comes first.)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맡은 임무를 최우선적으로 수행하라는 뜻입니다.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면, 주저 없이 죽이라는 말이죠. 거꾸로 아무리 악인 일지여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면 지켜야 하겠고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들은 과연 미션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야 할지 갈등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아무리 미래에서 온 인류일지 여도,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은 현재의 인류와 비슷하달까요.

2. 위장이 들통나게 할 일을 절대 하지 마라. (Never jeopardize your cover.)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여행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입니다. 만약 과거의 인류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고, 미래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조항을 만들어 놓은 건 아닐까 싶습니다.

3. 명령을 하달 받지 않았다면, 사람을 죽이거나 살리지 말아라. (Don’t take a life; don’t save a life, unless otherwise directed.)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명령은 지키는데 큰 어려움이 없겠죠. 하지만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간다면? 이 사람을 살리지 말아야 할까요? 여행자의 규범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특히, 역사에 죽는 것으로 기록된 사람이 내 눈앞에서 죽어간다면, 그 역사를 왜곡시키지 않기 위해 가만히 두어야 하는 거죠. 이 점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고민하고, 또 이 규정을 어기고 사람을 살리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4. 출산을 하지 마라. (Do not reproduce.)

여행자들이 숙주로 삼는 몸은 전부 전송이 진행되는 순간 죽을 몸이었습니다. 즉, 그 이후로 역사에 후손을 남기지 않았을 존재들이죠. 그래서 여행자들이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순간, 미래는 예상범위를 아득히 벗어나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 겁니다.

5. 명령이 없을 경우, 숙주의 삶을 살아나가라. (In the absence of direction, maintain your host’s life.) 

종종 디렉터의 명령이 내려오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곤 합니다. 여행자들은 혼란에 빠지죠. 내가 여기에 이러려고 왔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리더는 이 5번 규율을 읊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6. 팀 간, 혹은 딥웹을 통한 소통은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금지한다. (No inter-team/deep web communication except in extreme emergencies.) 

등장인물이 구성한 5인의 팀 외에도 다른 여행자 팀들이 있습니다. 간간이 서로 마주치지만, 명령이 없거나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서로 소통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가 만나게 되는 다른 팀의 리더는 소통을 거부하고 응급상황이 아니기에 도와줄 수 없다고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또, 이들은 딥웹이라는 수단을 통해 소통을 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도 존재하고 있는 기술인데요.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으로는 접속조차 불가능하지만, 분명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또 다른 인터넷 공간입니다.

이 딥웹은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여행자들은 무조건 한 번은 이 딥웹을 사용해 소통을 합니다. 바로 미래에서 과거로의 전송을 마치고 서로 팀 멤버를 찾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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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이 글을 읽고 시간여행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셨나요? 저는 다시 한번 보러 가야겠네요.

시간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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