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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같은 억압을 넘어서: 온라인 선거운동의 자유 [선거법 특집 4]

2017년 5월 9일,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정치적 자유를 제약하는 선거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개정요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거법 그 자체만의 문제일까요? 우리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선거법을 어떻게 해석, 판단해왔는지도 문제입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과연 국민들의 선거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결정을 내려왔을까요?

5회에 걸쳐 ‘선거와 정치적 자유’를 주제로 한 판결 비평으로 확인해봅니다.

  1. 18세 선거권
  2. 정책 지지반대운동
  3. 언론인, 사회복무요원의 선거권
  4. 온라인 선거운동의 자유 
  5.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 이 글의 필자는 조희정 님(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선거는 후보자와 정당, 다양한 지지자 그룹 그리고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다.

87년 민주화 이전의 동원선거와 금권선거 폐단을 극복하고, ‘돈은 묶고 입은 풀자’며 1994년 공직선거법가 제정됐지만, 현재까지도 진짜 돈을 묶고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가장 많은 개정안이 제기되는 법 중의 하나가 공직선거법인 것만 보아도 여전히 선거는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다.

선거법, 그 오래된 억압의 관성 

온라인 선거운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터넷 대중화 이후로 모바일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을 필두로 지능정보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시공간을 초월한 환경 속에서 20여 년 전의 법이 여전히 참여자들의 입을 막고 있다.

많은 법을 개정해 과거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환경이 되었지만, 인터넷에 글을 올리든, 문자를 보내든, 서로 토론을 하든, 주변 의견을 물어보는 의견조사를 하든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공직선거법에 위배되지 않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은 사실상 자유화했지만, 여전히 온라인 이용자 다수의 생각은 선거법이라는 억압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온라인 선거운동은 이 글에서 살펴볼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로 사실상 자유다. 하지만 여전히 허위사실유포나 후보자비방 등 다양한 규제책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은 오래된 습관처럼 온라인 이용자의 자유로운 생각을 억압한다.

외국의 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과 운동방식에 대한 세세한 규제보다는 선거비용을 강력히 규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상시적인 선거운동도 허용한다. 하지만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터넷 참여 강국이 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2011년 ‘대선 UCC’ 사건 – 기념비적인 판결 

특히 온라인 선거운동에서 가장 문제된 법 규정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이었다.

제93조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①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중에서)

이 조항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사건화한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2007년 대선 관련 UCC 규제(2007헌마1001)
  • 2007년 대선에서 특정 후보 반대글 게시 후 구속(2010헌바88)
  • 2010년 6·2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에 관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해 수사받음(2010헌마173)
  •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중앙선관위의 트위터 규제 발표에 이의 제기(2010헌마191)

이들 사례 가운데 대선 UCC 사건(2007헌마1001)은 사실상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인한 기념비적인 판결이다.

판결

이 결정이 있기 전까지 온라인 선거운동에 관해선 규제 일변도였다.

  • 2000년 16대 총선에서 최초의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단속
  • 2007년 17대선의 ‘UCC 관련 적용 규정 안내’ 발표 등

지속적으로 해당 조항의 개정 요구가 높아졌지만, 국회에서의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2009년에는 두 차례의 합헌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93조와 관련해선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트위터와 같은 SNS가 포함되는가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2009년 판결에선 그 범위를 포괄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2011년 결정에서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의 범위에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 방법’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적인 것이라고 판결(한정위헌)했다.

구체적으로는 헌재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의 일부를 살펴보자(가독성을 위해 문장을 나눴음).

인터넷은

  1.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이고,
  2. 이를 이용하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아니하거나
  3. 또는 적어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여
  4. 선거운동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치공간으로 평가받고 있고,
  5. 오히려 매체의 특성 자체가 ‘기회의균형성ㆍ투명성ㆍ저비용성의 제고’라는 공직선거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점,

(한편)

  1.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를 통한 비방 등을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률규정은 이미 도입되어 있고,
  2. 모두 이 사건 법률조항보다 법정형이 높으므로,

결국

  1. 허위사실, 비방 등이 포함되지 아니한 정치적 표현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점,
  2. 인터넷의 경우에는 정보를 접하는 수용자 또는 수신자가 그의사에 반하여 이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ㆍ적극적으로 이를 선택(클릭)한 경우에 정보를 수용하게 되며,
  3. 선거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관심과 열정의 표출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인터넷상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1.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 및 흑색선전을 통한 부당한 경쟁을 막고,
  2.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를 방지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 헌법재판소 2011. 12. 29. 자 2007헌마1001 결정【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중에서

참여와 대표

커뮤니케이션의 진화와 질적 변화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 결정문은 지금 봐도 합리적이고, 인상적이다. 이 결정에 따라 재판 중이던 피고인은 공소가 취소되고, 관련 조항과 관련해 유죄 확정된 경우엔 재심 청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 제58조(선거운동 정의, 단순의견 개진)
  • 제59조(선거운동기간 제한)
  • 제82조의 4(삭제조치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
  • 제82조의6(게시자 실명 인증)
  • 제82조 7(후보자 외 인터넷 광고 금지)
  • 제107조(서명운동 금지)
  • 제108조(온라인 여론조사 제한)
  • 제110조(후보자 등의 비방금지)
  • 제250조(허위사실 공표죄)
  • 제251조(비방죄 처벌)
  • 제254조(사전선거운동 금지) 등

위 조항들은 여전히 그 해석상 온라인 선거운동을 규제할 수 있는 규정들이다.

누구나 쉽고, 경제적으로 자신의 정견을 표출할 수 있는 온라인을 통한 정치 참여는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과 선거공영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효과적이고, 이상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이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은 국민을 향한 시혜가 아니라 선거 제도가 응당 표방해야 할 원칙이다.

다양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 확대를 통해 대표는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참여와 대표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와 대표는 서로 따로 나눠서는 안 되는 민주주의를 위한 친구이자 ‘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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