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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7일 이재용 재판이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세기의 재판’에 관한 제3차 공판준비절차가 지난 31일에 있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부장판사 김진동). 핵심 쟁점을 하나씩 정리해보자.

2017년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13980.html
2017년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우선, 피고인은 다음과 같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 회장
  •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겸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 (이하 이 글에서는 호칭 생략, 피고인 전체에 대한 호칭은 ‘삼성 측’으로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다음과 같다.

  • 뇌물공여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쳐 최순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항에 총 433억 원의 공여를 약속해 ▲미르재단에 124억 원 ▲K스포츠재단에 79억 원 ▲코레스포츠에 79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2,800만 원 등 약 298억 원을 제공한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두 얼굴의 삼성

“세기의 재판” 그만큼 쟁점이 복잡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재용 등의 뇌물공여 재판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기소된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 대해 ‘세기의 재판’으로 규정했다. 그만큼 쟁점이 매우 복잡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특징이 모두 모인 재판이기 때문이다.

삼성 측 핵심 관계자 5명이 기소된 혐의의 단초는 매우 간단하다.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이 혐의는, 유죄 인정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형법 제133조 뇌물공여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뇌물공여가 인정되면, 삼성 측 관계자들은 연쇄적으로 복잡해진다.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 298억 원의 출처: 회삿돈을 준 것이라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 특경가법 제3조에 따르면, 무기징역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2. 독일 소재 코레스포츠에 송금한 79억 원: 뇌물공여가 확정되면, 독일 소재 코레스포츠에 송금한 돈은 특경가법 제4조 재산해외도피죄에 해당한다. 무기징역형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3. 정유라의 말을 판 척하고 새 말 2필 사준 혐의: 삼성은 명마 비타나V 등 정유라 씨가 원래 가지고 있던 말을 파는 척하고, 허위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20억 원 이상 가는 명마 블라디미르 등 2필을 사줬다. 이 혐의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원 재판 판사 변호사 저울

뇌물공여죄보다 그 후폭풍이 더 무섭다. 삼성 측으로서는 뇌물공여라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방어해야 한다. 양재식 특검보가 주도하는 특검 측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변론을 맡은 삼성 측은 앞선 2회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격렬한 논쟁을 진행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3월 9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 및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의 독대 중 대화’가 공소장에 명시된 것을 두고, 공소장일본주의 논쟁을 벌였다. 아울러 “파견검사가 왜 공소 유지에 나서는 것이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2. 3월 23일: 삼성 측은 “안종범 수첩과 피고인들 간 교환한 이메일 내역을 전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들을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특검과 삼성 측의 공방은 제3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양측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삼성 측 “혐의 전면 부인” vs 특검 “의견서에 정치적 편향성 드러나”

삼성 측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는 입장이다.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가장 격렬하게 부인했다. 논거는 다음과 같다.

▲ 이재용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삼성의 사업과 관련해, 대가관계를 합의하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 정부의 불법적 특혜를 받아 경영문제를 해결할 생각도 없고, 시도도 없었다. 대통령으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돕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도 없다.

▲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과 금전지원 행위는 서로 무관하다. 양사의 합병은 2015년 7월 25일 대통령과의 독대 전인 7월 7일 이루어졌다. “서로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특검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 삼성 측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영재센터의 배후가 최순실인 줄 몰랐다. 코레스포츠에 대한 송금도 올림픽을 대비해 여러 선수를 지원하는 계획에 따른 지원이었고, 정유라만을 위한 지원은 아니었다. 최순실이 관여해 변질된 것 뿐이다.

▲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과 가족도 아니고, 생활을 같이 하지도 않았다. 수입과 지출이 같지도 않다. 피고인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 최순실은 공무원이 아니라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런데 특검은 승마 지원 행위에 대해 단순수뢰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검 측 박주성 파견검사는 “공모를 거쳐 역할 분담을 한 다수의 사람들도 단순수뢰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와 학설의 공통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최순실이 2017년 1월 25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던 중 소리를 치며 특검 수사를 규탄하는 모습.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17378.html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최순실이 2017년 1월 25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던 중 소리를 치며 특검 수사를 규탄하는 모습. (제공: 민중의소리)

양 특검보는 격앙된 듯 삼성 측에 “변호인들 중 특검보로 추천된 사실까지 있는 변호인이, 의견서에 특검에 대한 근거 없는 표현을 썼다”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 측은 의견서에 ‘색깔론’을 제기했다.

“특검을 사실상 임명했다고 볼 수 있는 야당이 사실상의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대기업에 적대적인 일부 언론과 재야단체의 시각이 관여돼 변질됐다.”

“일부 언론은 특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피의사실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보도했다.”

“특검은 공판이 열리기 전부터 재판부에 피고인들에 대한 예단을 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피고인들, 따로 변호인 선임하라” vs “명백한 변론권 침해”

특검 측은 “피고인들은 변호인을 각각 선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피고인들이 이재용을 정점으로 한 대기업 임원들이라는 사실을 민감하게 인식하게 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의 무죄 선고를 받아내기 위해 말을 맞출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박주성 파견검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변호인들의 주장에는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몰랐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통령과 최순실의 영향력을 뒤늦게 알게 돼 정유라의 승마 지원 관련된 것임을 확인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피고인 전원이 공통된 변호인들의 같은 변론을 받고 있어서 생긴 문제점 같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이해가 상충될 수도 있고, 어디까지 이재용에게 보고했는지 등 사실관계에 따라 이해관계와 처벌의 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공판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탐색하는 데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그러자 삼성 측은 “피고인들이 선택한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느냐”며, “명백한 변론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도 “국선 변호인이 선임된 것이라면 재판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지만, 사선 변호인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도 진술거부권을 포함한 방어권이 있다”며, “원하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기본적 흐름”이라고 정리했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2016 국감은 최순실 게이트를 숨기려는 쪽과 이를 밝히려는 쪽의 싸움으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특검의 공소유지는 검찰의 공소유지와 비교할 때, 다소 다른 편이다. 검찰은 비교적 차분하게 공판에 참여하는 편이다. 하지만 특검은 변호인들과의 격렬한 논쟁을 주저하지 않아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공판이 진행된다.

삼성 측이 같은 로펌에 모든 변론을 맡긴 대응에 대해서도 이견을 제기할 만큼 특검은 치열하게 공소유지에 임하고 있다.

김진동 부장판사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판사는 양측에 “양측은 선을 넘어서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그러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논쟁을 정리했다.

핵심 물증: 안종범 수첩·故 김영한 업무일지 등 

삼성 측은 특검에 안종범 수첩·피고인들의 이메일 내역 일체의 등사를 요구했다. 특검은 “사건과 무관한 내용도 많고 제3자들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고 난색을 표했다. 아울러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진행 중인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격렬한 논쟁의 대상으로 될 것으로 보이는 서류 증거는 다른 재판에서 진행한 증인신문 조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순실·안종범의 공판에서는 양 재단에 대한 출연을 다루고 있으며, 최순실·장시호·김종의 공판에서는 영재센터를 다루고 있다.

아울러 문형표·홍완선 공판에서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리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따라서 각 공판에서 생산한 법원 조서들은 이재용 등의 공판에서 자동으로 증거로서의 자격을 가진다. 이것만 해도 양이 매우 많을 것이다. 변호인 측은 증명력에 대한 탄핵을 시도할 것이다.

공판절차에서는 서류증거가 먼저 진행된 뒤, 증인신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류증거 조사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안종범의 공판에서는 검찰의 서류증거 요지 설명만 해도 3회의 기일을 소요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용이 방대한 이 공판에서도 만만치 않은 서류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과 공모해 대기업들에 거액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04812.html
최순실과 공모해 대기업들에 거액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양 특검보는 “향후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도 재판 중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늦어도 4월 20일 안에 기소될 예정이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나올 내용도 이 재판에서 취급될 가능성이 있다.

특검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재용 등은 뇌물을 준 사람이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뇌물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한 몸이나 다름없다.

첫 공판기일은 4월 7일로 예고됐다. 이재용 등은 2월 28일 기소됐다. 특검법에 따라 3개월 안에 제1심 선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정해진 시한은 5월 28일이다. 불꽃 튀는 2개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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