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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과 신화사 7론: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미 ’16년 8월에 천명되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을 작년(2016년) 10월에 이미 알았다고 합니다. 작년 10월에 알고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건 심각한 문제지만, 작년 10월에야 알았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표한 이후 중국은 이미 8월에 공개적으로 보복을 천명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신화사가 작년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7일 연속으로 발표한 한국의 사드 배치 반대 평론(‘신화사 7론’)입니다.

그리고 당시 중국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지적한 글이 있었습니다.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웹진 [중국관행] 2016년 9월호에 실린 안치영 교수(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의 글입니다.

작년 8월에 쓰인 안 교수의 글을 필자와 협의해 슬로우뉴스에 옮깁니다. 안 교수의 글은, 한국 정부의 거듭된 무능과 게으름 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문제의식을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상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한·중 관계를 수교 이후 최대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와 관련하여 누구는 우리의 입장을 중국에 설명하여 이해시키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모든 희생을 각오하고 결연히 맞서야 한다고 하고, 또 누구는 중국이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우리에게 보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모든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겠지만, 중국의 입장이나 태도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손자(孫子)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손자의 말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는 협애한 국수주의가 아닌 바에는 무슨 주장을 하든지 중국의 입장을 아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다.

9평(九評)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중국인 중에서 먹물을 조금이라도 먹었다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9평’이 있다. 사실 우리도 50대 이상이라면 들어보았을 ‘중·소 논쟁’과 관련된 것이다.

‘9평(九評)’은 1963년 9월 8일부터 1964년 9월 14일까지 인민일보(人民日報) 편집부와 홍기(紅旗) 잡지 편집부 명의로 소련공산당 중앙에 보낸 소련 공산당을 비판하는 아홉 통의 공개편지를 가리킨다. 명의와는 별개로 ‘9평’은 실제로는 당시 중국공산당의 일상 업무를 총괄하던 총서기 덩샤오핑의 주도하에 작성된 것이었다.

이후 문혁시기 덩샤오핑을 수정주의자로 숙청하면서도 덩샤오핑이 네 가지 공로가 있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서 마오쩌둥이 말한 네 가지 공로 중의 마지막인 “소련 수정주의자와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9평’의 작성을 가리킨다. ‘9평’은 중·소 갈등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이끌었으며 그것의 장기적 결과가 중·미 관계의 정상화였으니 그 중요성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신화사 7론(七論) 

50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후 신화사에서는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7일간 연속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하는 평론을 발표했다(이하 ‘신화사 7론’). 인민일보(人民日報)도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4차례에 걸쳐 ‘종성(鐘聲)’ 명의(인민일보가 대외 문제에 대해 평론할 때 사용하는 명칭)로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평론을 발표했다.1

이에 대하여 중국 학자들은 중국이 한 국가에 대하여 이렇게 연속으로 비판한 것은 ‘9평’ 이후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물론 신화사의 평론은 기자들 개인 명의로 발표된 것이라는 점에서 ‘9평’에는 비할 바가 아니며, 신화사는 정확히 한 달 전인 6월 29일부터 7월 8일까지 10차례에 걸쳐 남중국해에 대한 헤이그 재판소의 결정을 비판하는 평론을 발표하였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화사 기자가 개인 명의로 발표했지만, 신화사는 중앙선전부 부부장이 사장을 겸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주요한 비밀정보를 수집하여 공산당의 고급간부들에게 보고하는 당의 핵심기관이라는 점에서 신화사의 평론은 공산당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사드 반대를 공개 천명한 시진핑 

더구나 사드 문제에 대하여는 중국의 최고지도부가 의견을 표시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신화사 평론을 ‘9평’과 비교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은 최소한 세 차례에 걸쳐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1953년생, 임기: 2012년 11월 ~ )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1953년생, 임기: 2012년 11월 ~ )

2016년 3월 31일 워싱턴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반대를 천명한 것, 6월 2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동성명에서 북핵을 이유로 동북아지역을 미국의 전 지구적 미사일방어체계의 거점으로 만드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힌 것, 그리고 6월 29일 베이징을 방문한 황교안 총리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것이 그것이다.

중국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최고지도자가 의사를 표명한 사안에 대한 변경은 쉽지 않다. 중국의 규모에서 최고지도자가 이랬다저랬다 하면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지도자는 신중하게 의사를 표명하며 한번 표명한 의견은 누구에게나 이해될 수 있는 명백한 변경 사유가 없는 한 바꾸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랬다저랬다(出爾反爾)’ 했다는 것이 1980년에 이루어진 마오쩌둥에 대한 가장 엄중한 비판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랬다저랬다’ 하면 정치적 효능을 상실하게 되고 통치의 정당성이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포위 전략’으로 사드를 인식하는 중국 

사드에 대한 신화사 7론은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 남중국해에 대한 헤이그 재판소의 결정과 더불어 미국의 동아시아 재균형 정책인 중국에 대한 포위 전략의 일환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중국해 문제는 사드 문제를 상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욱 엄중하게 인식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한 신화사의 논평은 그 자체가 국제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지라도 중국의 정책에 대한 선언인 동시에 중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재구성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2015년 5월 미 해군 정찰기가 촬영한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출처: 로이터, 재인용 출처: VOA) http://www.voakorea.com/a/3000574.html

2015년 5월 미 해군 정찰기가 촬영한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출처: 로이터, 재인용 출처: VOA)

신화사 7론에서는 사드 배치는 한국이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총’임을 자임하는 것으로 한중간의 신뢰에 엄중한 손상을 가져올 것이며, 중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적 미사일 방어체제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다.

중국, 보복의 구체적 방향까지 암시 

그뿐만 아니라 보복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서도 암시하고 있는데, 록히드 마틴과 관련된 한국의 군수기업에 대하여 보복한다면 한국의 경제가 엄중한 혼란에 빠질 것이며 인문 교류와 관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또한,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하여 러시아와 협력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다시 말해서 사드 배치가 한반도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군사동맹체제의 구축의 일환이며 그에 대응하기 위하여 북방동맹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그리고 그것은 사드가 북핵을 방어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하여 분명하게 대응하겠다고 국내외에 선언했다. 그것은 사드 문제가 안보 문제이자 동시에 최고지도부의 체면(面子)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그것은 현실 이익에다가 최고지도자의 체면 문제가 더해짐에 따라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더욱 강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신화사 7론과 한국이 중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반한 여론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사회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중국 최고지도자의 체면을 세워주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대가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한다. 막연한 희망이나 기대감 또는 맹목적인 감정으로 대외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다행인 것은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G20 항저우 회의로 인하여 사드 문제가 상대적으로 소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짧은 휴지기일 뿐이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선택이 긴 미래를 규정할지도 모른다. G20 이후 사드 문제라는 휴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지혜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까?


  1. 종성(鐘聲): 중국어로 종(鐘)은 중(中)과 동음이어이며, 종성(鐘聲)은 중성(中聲) 즉, 중국의 소리(中國之聲)라는 의미로 인민일보가 대외 문제에 대해 평론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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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안치영
초대필자. 교수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겸 중국학술원 중국자료센터장.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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