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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뇌물공여’의 세 가지 쟁점

특검은 2월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하 ‘이재용’)·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 회장·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겸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기소했다. 이재용은 구속기소된 것이고, 4명은 불구속기소됐다.

이재용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죄를 중심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2017년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13980.html

2017년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최순실·장시호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 혐의의 핵심이다. 따라서 뇌물공여죄의 인정 유무에 따라 나머지 혐의들의 방향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죄의 취지는 매우 간단하다.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사람을 벌한다”는 의미의 혐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용의 혐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복잡해진다.

① 이재용이 얻은 대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개입이 있었는지 입증할 수 있는가.

② 최순실·장시호에게 뇌물을 줬다면, 제삼자 뇌물제공이다. 박 대통령과 최 씨 일가의 연결고리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

③ 검찰은, 대기업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에 대해 최순실·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뇌물 관련 혐의가 아닌 강요죄를 적용했다. 검찰과 특검 간 입장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의 정당성 유무와 제삼자 뇌물제공의 연결고리를 동시에 입증해야 한다. 쉽지 않다. 따라서 그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1.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의 정당성 유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월 1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위증죄가 적용돼 구속기소 됐다. 문형표는 특검 제1호 기소자였다.

2016년 2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하는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25771.html

2016년 2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하는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문제 됐던 이유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0.35였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다. 2014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제일모직의 자산은 9조 5,114억 원이었지만, 삼성물산의 자산은 25조 9,784억 원이었다. 삼성물산의 자산이 약 3배에 달했던 것이다.

반면, 총수 일가의 지분 소유 비율로 들어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재용 일가는 당시 제일모직의 42.74%를 지배하고 있었고, 삼성물산은 불과 1.37%를 지배했다.

삼성 제일모직 삼성물산

중요한 것은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 4.1%를 지배하고 있었고 ▲순환출자 고리 속에서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의 지분 7.2%를 지배하는 삼성생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제일모직에 큰 비중을 두며 합병을 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바였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한 반발 움직임은 컸다. 그런 가운데 중요해진 것은 ‘삼성물산의 지분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표하느냐’였다. 현재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조금 복잡했다.

  •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의결권 자문사: 합병 반대 권고.
  • 국민연금공단도 “의결권전문위원회에서 찬성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 피력.
  • 특검은 “문형표의 지시로, 전문위가 아닌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만 개최한 뒤 찬성 입장을 확정했다”며, 문형표를 구속기소.

국민연금공단

그렇다면, 문형표의 독단으로 “내부 투자위원회만 거쳐서 찬성 입장을 확정하라”고 지시한 것일까? 특검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특검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며, 문형표를 구속기소했다.

  • 2015년 6월 : 박 대통령 →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 문형표: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 문형표 →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 “국민연금공단에서 합병 찬성을 의결해야 한다”
  • 2015년 7월 8일 : 문형표 “합병 찬성 여부를 기금운영본부 내 투자위원회에서 의결하도록 하라”
  • 2015년 7월 10일 : 국민연금공단은 합병 찬성 의결 확정. 그 과정에서 합병 찬성에 따른 시너지 효과 수치 조작.

따라서 박 대통령은 문형표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명시됐다. 물증은 ‘안종범 수첩’이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2015년 6월 말 “합병 문제를 정부가 적극 도와주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담겨 있었다.

이재용의 뇌물공여 혐의 중 ‘대가성’ 부분은 문형표의 재판과도 맞물린다. ‘안종범 수첩’은 곳곳에서 피고인들의 방패를 뚫는 창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의결의 정당성 유무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는 이재용의 뇌물공여 혐의에 중요한 공방 요소다.

2. 박 대통령·최순실 간 연결고리 입증에 달린 ‘제3자 뇌물’

박 대통령·최순실 측은 “경제적 공동체”라는 말에 크게 반발한다. 박 대통령은 1월 25일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도 “어거지로 엮어도 너무 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순실은 1월 16일 헌법재판소 증인신문과 1월 25일 특검 출석 당시 “자백을 강요한다”고 성토하는 등 마찬가지로 부인하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범상치 않다는 것은 곳곳에서 물증과 진술이 담겨 있다. ‘안종범 수첩’은 이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물증으로 작용한다. 2월 27일 최순실·안종범 공판 중 공개된 ‘안종범 수첩’의 일부 내용 중 최순실 관련 사안은 아래와 같다.

‘안종범 수첩’ 중 최순실 관련 사안

▲ 2015년 2월: 박 대통령이 “차은택 등의 포레카 인수 사안을 챙기라”고 지시.

▲ 2015년 5월 26일: 박 대통령이 “(‘정유라 친구 부모’가 경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대우조선·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지시.

▲ 2015년 7월 15일: 박 대통령이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고, 문화·체육 재단에 출연할 것”이라고 통보.

▲ 2015년 7월 24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이 호의적으로 본) 대한항공 고 모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의 임기 연장”을 지시. “승마협회 관계자들을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 담당 사장의 직계로 교체할 것”을 지시.

▲ 2015년 7월 29일: 박 대통령이 “현대차가 문화·체육 재단에 각각 30억 원씩 출연할 것”이라고 통보.

▲ 2016년 1월 23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이 실소유주로 보이는) 더블루K의 조성민 대표를 GKL(코리아그랜드레저) 이기우 대표에게 소개시켜줄 것”을 지시.

▲ 2016년 2월 22일: 박 대통령이 “조 대표가 여자배드민턴 창단 계획서를 포스코에 제출할 것”이라고 통보.

▲ 2016년 3월 1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이 실소유주일 가능성 제기되며, 차은택이 실질적으로 관장한 광고기획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K스포츠재단 사업에 참여시킬 것”을 지시.

▲ 2016년 3월 6일: 박 대통령이 “누슬리를 체육 인재 육성을 위한 5대 거점 사업에 참여시킬 것”을 지시. (그로부터 이틀 뒤인 3월 8일 안종범·김종은 누슬리·더블루K의 업무협약식에 참석한다.)

최순실과 공모해 대기업들에 거액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04812.html

최순실과 공모해 대기업들에 거액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2월 27일 공개된 ‘안종범 수첩’만 해도 이 정도의 내용을 드러냈다. 삼성에 관한 내용도 제시돼 있다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 이중 주목해야 할 것은, 2015년 7월 내용이다. 2015년 7월의 박 대통령·삼성을 주목하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 도출된다.

2015년 7월, 박근혜와 삼성

▲ 2015년 7월 10일: 국민연금공단,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의결.

▲ 2015년 7월 15일: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고, 문화·체육 재단에 출연할 것”이라고 통보.

▲ 2015년 7월 20일: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 “이재용과의 안가 독대를 추진하라”고 지시.

▲ 2015년 7월 25일: 박 대통령·이재용 간 안가 독대.

▲ 2015년 10월 2일: 제일기획, 장시호가 주도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5억 5천만 원 지원. (1차 지원)

▲ 2015년 10월 26일: 삼성, 미르재단에 삼성전자·삼성화재해상보험·삼성생명·삼성물산 명의로 총 125억 원을 출연.

삼성은 이외에도 다양한 명분으로 최순실에게 돈을 줬다. 총액은 약 433억 원으로 평가된다.

  • 명마 비타나V 구입 등 최순실 소유의 독일 소재 법인 코레스포츠 지원: 총액 213억 원.
  •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 : 총액 204억 원(각각 125억 원·79억 원).
  • 영재센터 지원 : 2차에 걸쳐 총액 16억 2,800만 원.

이 과정에서도 법리 논쟁은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양 재단에 대해 “기업인들의 자발적 출연을 토대로 선의로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순실 측은 “미르재단은 차은택이 주도했으며, K스포츠재단은 고영태가 장악을 기도했다”며, “나는 양 재단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삼성 → 박 대통령 → 최순실·장시호 간 제3자 뇌물 관계 ▲ 최순실이 양 재단·영재센터 등의 실소유주인지에 대해 구체적 입증을 해야 특검의 공소사실이 완벽해진다.

참고로, 최순실·장시호는 영재센터를 놓고 서로를 향해 “당신이 실소유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2월 24일 공판에는 초등학생들이 재판을 방청하러 온 가운데에서도 책임을 떠밀며 이질(姨姪) 간 치열한 싸움을 이어갔다.

3. 검찰은 강요죄, 특검은 뇌물죄?

최순실·안종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다수의 전경련·대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은 한결같다. 그들은 모두 “양 재단에 대한 출연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한 일이며, 불이익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안종범은 겨냥해 “기업에 경제수석은 하늘과도 같다”는 증언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출연에 대해 강요죄를 적용했다. ‘영재센터’지원에 대해서도 장시호·김종·최순실에게는 각각 강요 혹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재용에 대한 특검의 뇌물공여 기소는 검찰의 법리 적용과 판이하다. 검찰은 대기업의 출연·후원을 “강요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특검은 최소한 삼성에 대해서는 ‘뇌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의결을 ‘대가’로 봤기 때문이다.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면 특별법을 적용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면 특별법을 적용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삼성과 박 대통령·최순실 등의 관계를 뇌물공여·수수 관계로 본다면, 다른 대기업들의 입장도 편해지지 않는다. 양 재단의 출연 후 이득을 본 정황이 발견된다면, 기소 여부를 떠나 여론의 의심과 질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금석은 이재용이 유죄로 인정될 것인지 여부이다.

이재용의 기소로 인해 현재의 최순실·안종범 재판의 혐의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검은 2월 28일 최순실에 대해 뇌물수수·제3자 뇌물수수·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재판부에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법원이 이를 허용하면, 공소장은 바뀔 수밖에 없다. 기존 공소장은 강요죄를 중심 혐의로 적시해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주된 혐의는 뇌물로 두되, 기존의 강요 등 혐의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행 중인 최순실·안종범 재판은 3월 말까지를 기점으로 매주 월요일·화요일 등 주 2일씩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추가 기소되면 재판 일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 가운데 이재용에 대한 뇌물공여 등 재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전체를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최순실이 2017년 1월 25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던 중 소리를 치며 특검 수사를 규탄하는 모습.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17378.html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 최순실이 2017년 1월 25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던 중 소리를 치며 특검 수사를 규탄하는 모습. (제공: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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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형준
초대필자. 기자

저는 '샤브샤브뉴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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