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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촛불집회에 힘을 실어준 법원의 결정: 박근혜 하야 행진 가처분 사건

슬로우뉴스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주요 판결들을 소재로 진행 중인 ‘광장에 나온 판결’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가 일부 전문가의 관심사에만 머무는 판결과 그 의미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11월 9일 서울광장에서 경복궁역 교차로로 향하는 4개의 행진 경로를 신고했습니다. 11월 10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이라며 사직로에서 율곡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행진 경로를 제한하였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11일 경찰 조건 통보의 집행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집회 당일인 11월 12일 오전 11시 심문기일을 거쳐 오후 1시 반경 서울행정법원은 경찰의 조건 통보 집행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이 알려지자 경찰은 차벽과 경찰병력을 후퇴시키며 사직로-율곡로 구간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사직로와 율곡로는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의 촛불 행렬로 빼곡하게 들어찼습니다. 긴박한 과정이었고 법원의 가처분 결정문은 길지 않지만, 이 결정이 갖는 의미는 매우 무겁고 또 중요합니다.

이장희 창원대학교 교수(헌법학)의 칼럼을 통해 박근혜 하야 정국에서 법원의 이 결정이 갖는 의미를 살펴봅니다.

2016년 11월 13일 새벽 경복궁역 사거리 모습

2016년 11월 13일 새벽 경복궁역 사거리 모습

박근혜 하야 행진 가처분 사건

쟁점: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의 행진 경로

  • 시민: 경복궁역 교차로로 향하는 4개의 행진 경로 신고.
  • 경찰: 사직로-율곡로 구간은 제한하겠다. (행진 경로 제한)
  • 시민: 경찰의 조건 통보 집행(행진 경로 제한)을 정지해달라.

결정: 

  • 사직로-율곡로 구간도 제한하지 마라. 

사건 번호와 담당 재판부:  

  • 서울행정법원 2016아12248 집행정지(재판장 김국현 판사 김유정 윤준석)
  • 서울행정법원 2016아12308 집행정지(재판장 김정숙 판사 남성우 김재현)

법원의 결정이 역사적인 촛불집회에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 11월 5일에 이어, 11월 12일에는 100만이 넘는 국민이 광화문 인근 도심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였다. 이를 두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비유하여 ‘2016년 11월 민주항쟁’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2016년 11월 12일 (사진 제공: 옥토)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2016년 11월 12일 (사진 제공: 옥토)

반쪽 집회 혹은 충돌 초래할 뻔한 12일 촛불집회 

이번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여러 법적 평가를 떠나서 사실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이 일로 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가 남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믿고 지지하던 사람들은 더욱 크게 놀라고 분노하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국민은 다친 마음을 스스로 달래기 위해, 현 상황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헌법 국가의 무너져 가는 기둥과 대들보를 손수 붙들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밝히며 길거리로 나왔다.

이것은 현 시국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결단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이 입은 상처가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이 사태의 해결 방법을 두고 우리 헌법상의 제도적 허점까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부실함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촛불집회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촛불집회가 하마터면 경찰의 금지통고로 좌절되거나 반쪽짜리 집회에 그칠 뻔했다. 특히 사직로와 율곡로는 청와대로부터 가까운 장소란 점에서 그간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경찰의 금지통고는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기도 하였다.

사직로에서 율곡로까지의 경로 (네이버 지도, '길찾기' 설정 후 캡처)

사직로에서 율곡로까지의 경로 (네이버 지도, ‘길찾기’ 설정 후 캡처)

경찰의 금지통고 및 조건 통보 처분에 대해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법원에 그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11월 5일 그리고 11월 12일 각각의 집회에 관한 경찰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 법원의 결정 덕분에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한 촛불집회는 평화적으로 또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또 이 기회에 경찰은 경찰답게 집회의 질서와 안전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법원이 ‘시민’ 손들어준 이유 

이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는 바로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근본요소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였다.

둘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에 대한 제한은 이러한 헌법의 민주주의와 기본권 보장의 취지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주도되는 집회가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집회라는 점을 법원은 지적했다.

“다수의 국민들이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 집시법을 엄격하게 해석할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 사건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 (판시 중에서)

또한, 집회의 자유가 금지될 경우(즉, 과도하게 제한될 경우) 결국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하였다.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2016년 11월 12일 13일 새벽 촬영

“또 다른 세상은 여전히 가능해요. 당신이 여기 있으니까요.”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2016년 11월 12일)

셋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기존의 여러 집회들이 평화적이었고 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적절한 질서유지방법을 마련하고 있는 이번 집회 역시 그러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고 하였다.

넷째, 현 상황에서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교통 소통상의 불편을 비교했을 때,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성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즉, 이 사건 집회로 인해 다소간의 교통 불편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이는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불편에 해당하고 또 교통을 위한 우회로가 없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11월 12일의 법원 결정에서 밝히고 있듯이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 사건 집회의 특수한 목적상, 사직로와 율곡로가 집회 및 행진의 장소로서 가지는 의미가 과거 다른 집회와 현저히 다르다”고 하면서, 사직로·율곡로의 행진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2016년 11월 12일 13일 새벽 촬영

주권자의 7대 요구. 1. 대통령 하야, 별도 특검수사 2. 새누리당 의원 전원 사퇴 3. 관련자 구속, 부당재산 몰수 4. 정경유착 재벌 기업 수사 5. 박근혜 정책 재검토 및 폐기 6.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7. 세월호 7시간 진실 밝혀라.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2016년 11월 12일)

요컨대, 이번 결정에서 법원은 국정농단사태로 분노하고 상처 입은 국민이 그 책임당사자인 대통령을 향하여 국민의 의사와 목소리를 전달하려 행동한 것이 바로 이 사건 집회와 행진이라고 이해했다고 보인다. 그리고 법원은 이 집회가 민주주의의 근본요소인 집회의 자유로 보장될 뿐 아니라, 법치국가의 비례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엄중한 시국에 단순히 교통 소통이라는 공익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만약 경찰이 집시법 제12조에 따른 주요 도로에서의 교통 소통을 이유로 이 사건 집회와 행진을 금지한다면 기본권의 과도한 제한일 뿐 아니라, 당장 국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법원 결정의 의미 

만약에 법원의 이 결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집시법 제12조에 따라 내려진 경찰의 금지처분은 계속 유효하게 집행되었을 것이고, 그 결과 불법집회라며 해산시키려는 경찰과 100만 국민이 대치하고 충돌하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국민은 다시 한 번 깊은 상처를 입고, 민주주의의 회복과 헌법의 수호를 위한 국민의 열망은 좌절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법원 결정의 의미를 찾는다면, 우선 역사적인 촛불집회에 합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집시법 제12조에 의해 금지되고 민주주의에 깊은 좌절을 맛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또한, 이번 법원의 결정은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의사전달을 위해 청와대와 가까운 율곡로·사직로에서 일정한 조건에서 집회와 행진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표현수단으로서의 집회가 최소한이나마 의미와 기능을 가지려면 “보일 수 있고, 들릴 수 있는 거리에서” 집회가 개최되어야 한다는 점이 여기에 내포되었다고 본다.

그 밖에 다양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를 꼭 강조해 본다면, 바로 법원의 이 결정 덕분에 더 많은 국민이 더 자유롭고 평화롭게 집회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초유의 국정농단사태를 목도하면서 대의제의 한계로 인해 무엇을 어쩌지 못해 그저 답답한 마음에 가슴만 치던 국민이 그나마 거리로 나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울분을 토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국민적 울분을 자유롭게 토해낼 수 있는 만큼 국가 공동체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발전될 수 있다. 물론 이 일을 마무리 짓고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국정농단의 책임자들에게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남겨진 문제 – 집시법 12조 

또 한편, 이 결정을 계기로 집시법 제12조에 대한 문제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시법 제12조는 경찰이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지만,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금지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다시금 해당 도로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으면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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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이미지 제공: 참여연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 (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①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

②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금지를 할 수 없다. 다만, 해당 도로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으면 제1항에 따른 금지를 할 수 있다.

집회와 교통소통이 서로 조화하고, 양립할 방안이 있는데도 경찰이 일방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집회 자체를 전면 금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국민으로서는 경찰이 금지를 통고할 때마다 매번 마음 졸이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통해 집회의 자유를 ‘회복’ 받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것은 집회의 자유가 원칙이고,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 제21조의 태도와 부합하지 않는다. 앞으로 집회의 자유와 교통 소통의 이익 간에 실질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집시법 제12조를 합리적으로 개정할 필요성이 대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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