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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플랫폼과 상거래의 변화

‘인터넷 쇼핑’이라는 말 자체가 새삼 낯설다. 인터넷은 쇼핑의 가장 중심이 되는 채널이자 플랫폼이기 때문에 굳이 앞에 ‘인터넷’이라는 단어는 불필요한 수식어처럼 느껴진다. 인터넷이 바꿔놓은 것은 쇼핑의 공간만이 아니다. 쇼핑하는 행위만큼이나 상거래의 환경을 바꿔 놓았고, 상품 파는 방법을 비틀어버렸다.

쇼핑이라고 하면 돈을 주고 뭔가를 구입하는 것 그 자체를 말한다. 하지만 인간이 물건을 팔고 사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이익을 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던 것처럼 상품을 파는 환경의 변화는 쉴 새 없이 변해 왔다. 이는 곧 시대를 반영했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끌어안았다.

쇼핑

인터넷은 그 어느 때보다 상거래 환경의 변화를 빠르게 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발전은 상품 판매 플랫폼의 변화와 직접 이어진다. 시장이 인터넷을 끌어안으면서 인터넷 쇼핑몰이 발전했고, 모바일에서 물건을 팔 수 있게 되면서 모바일 쇼핑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더 효과적으로 뭔가를 팔 방법이 없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판매자들이 각 환경에서 어떻게 최대한의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지난 20년간 인터넷 쇼핑몰 변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 쇼핑의 태동기 – 직접 보지 않는 쇼핑의 시대

온라인은 지금 같은 인터넷 발달 이전에도 상거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온라인’이어서 거래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사람이 모여들면 결국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고, 상거래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야기

PC통신은 온라인을 통한 중고거래와 공동구매 등 현재의 전자상거래 모델과 비슷한 그림을 갖고 있었다. 안전장치나 편리한 물류 시스템은 없었지만 PC통신 시절에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큰 말썽이 일어나진 않았다. 돌아보면 PC통신과 초기 인터넷은 곧 온라인이 하나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초고속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WWW) 기반의 홈페이지가 보급되면서 인터넷은 시장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제품을 직접 만져보지는 못하지만, 사진을 통해 제품을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초기 인터넷 쇼핑의 진화는 오프라인 상거래의 발전을 밟아갔다.

초기 인터넷 쇼핑의 진화는 오프라인 상거래의 발전을 밟아갔다.

초기 인터넷 쇼핑은 기존 재래시장의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데에 집중했다. 동네 상가에 개별 상점이 열리듯 인터넷 쇼핑몰이 하나씩 열렸다. 아마존은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쇼핑몰로 성장했지만, 그 역시 시작은 책을 파는 인터넷 서점이었다. 상점에 가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인터넷에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익숙했고,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나 택배 등 배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던 시기에 인터넷 쇼핑몰이 살아남는 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대신 ‘가격’이라는 경쟁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시와 판매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큼 제품값을 낮출 수 있게 된다. 애초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 경쟁력은 ‘기존과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을 상쇄하기 위한 경쟁수단이었던 셈이다.

2000년대 또 하나의 시장 – 규모의 경제 그리고 가격의 가치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인터넷 쇼핑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넘어,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됐다.

특히 인스턴트 패션 시장이 뜨면서 인터넷으로 옷이 판매되고, 정형화된 전자제품들 역시 품질 걱정 없이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게 일상이 되면서 이른바 인터넷 쇼핑몰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사업장으로 자리 잡았다. 대박이 터지는 경우도 많았다.

인터넷 쇼핑은 또다시 오프라인 쇼핑의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갔다. 바로 시장이나 백화점처럼 쇼핑몰을 모이는 공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다만 어떤 요소를 매개로 모이느냐의 차이가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장터를 만들어냈다. 바로 대형 인터넷 쇼핑몰과 가격 비교 서비스다.

인터넷을 통한 시장이 일어난 계기는 ‘가격의 권력화’에서 시작된다. (출처: Raphaël Labbé CC BY-SA)

인터넷을 통한 시장이 일어난 계기는 ‘가격의 권력화’에서 시작된다. (출처: Raphaël Labbé CC BY-SA)

대형 인터넷 쇼핑몰의 탄생은 애초부터 필연적이었다. 초기 인터넷 쇼핑의 흐름은 오프라인의 성장 과정을 압축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백화점처럼 대형 쇼핑 공간이 생기고 그 안에 기존 쇼핑몰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모델은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결국, 사람들이 쇼핑을 위해 들어오는 포털, 혹은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대형 인터넷 쇼핑몰들은 시장을 주도했다. 대표적인 주자가 이베이, 아마존이다.

판매자로서는 백화점처럼 입점 수수료를 일정 부분 내야 하지만 대형 쇼핑몰에는 사람이 모이고, 또 이를 위한 마케팅이 따라붙는 순환 고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 흐름은 경매, 소셜 커머스 등 여러 형태로 포장됐지만 결국 오프라인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형태로 정착되고 있다.

군소 인터넷 쇼핑몰을 모으는 또 다른 한 축은 가격 비교 서비스였다. ‘다나와’나 ‘에누리’ 형태의 서비스다. 대형 쇼핑몰이 판매자들이 직접 입점하고 그 브랜드와 시스템을 활용하는 형태라면 가격 비교 사이트는 가격만 제시한다.

소비자들은 상품에 대한 구매를 결정한 직후에 어느 쇼핑몰에서 살지를 고르는 단계에서 가격 비교 사이트를 활용한다. 쇼핑몰들은 서로 좋은 제품을 팔려고 경쟁하지만 가격 비교 서비스는 정해진 제품을 두고 가격만으로 경쟁한다는 가장 큰 차이다.

가격 비교

가격 비교는 본격적인 인터넷 쇼핑 시대의 차별점으로 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똑같은 제품을 파는 상인 수십 명을 한 자리에 놓고 가격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인터넷은 그 원초적인 경쟁을 자극하기에 적절한 환경이다.

애초부터 가격은 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특히 오프라인의 매장 유지나 물류, 인건비 등을 줄이고 품질이 고른 공산품을 대량 유통하는 것으로 가격 우위를 점해 왔던 게 온라인 쇼핑 시장이었다. 가격 비교는 ‘가격’ 자체를 정보로 보고, 그 가치를 극대화한 모델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쇼핑의 형태는 지금까지도 인터넷 상거래의 큰 그림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바로 ‘값으로 매기기 어려운 쇼핑 경험’이다.

상품을 파는 입장에서는 대형 쇼핑몰에 입점하든, 가격 비교 사이트에 가격을 제공하든 첫 번째도 ‘가격’이고, 두 번째도 ‘가격’이다. 누구나 똑같은 품질의 제품을 팔기 때문에 소비자는 100원이라도 싼 곳으로 쏠리게 된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인 상품 공급이 일어나기도 하고, 최종값을 원가 아래로 끌어내리는 마케팅도 일어난다. 특히 생산자가 원하는 형태의 서비스와 쇼핑 경험은 가격 아래 서서히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었다.

2010년대 모바일의 등장 – 공간의 경계 허문 경험의 시대

스마트폰은 또다시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꼽힌 게 바로 상거래다. 모바일은 기기의 제약으로 인해 플랫폼의 가치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쇼핑 환경과 플랫폼이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 역시 스마트폰 보급 초반에는 ‘어디에서나 쇼핑’이라는 대 전제만 강조됐다.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으니 쇼핑도 ‘컴퓨터 앞’이라는 물리적인 제한을 무너뜨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컴퓨팅 환경은 넓은 화면과 키보드를 갖춘 PC와 완전히 달랐다.

일단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서 한 번에 많은 상품을 보여줄 수 없다. 스마트폰 화면이 아무리 커져도 노트북만큼 커질 수는 없다. 검색도 키보드를 이용하는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검색하기 전에 취향과 관심사를 미리 분석하는 맞춤형 서비스들이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맞춤형 서비스가 가야 할 길은 멀다.

당장은 개개인의 취향까지 읽어내진 못하더라도 대중적인 관심을 끌 만한 제품을 딱 집어서 보여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많은 쇼핑몰을 보기보다 입맛에 맞는 전문몰을 선호한다. 결과적으로 모바일은 찾는 쇼핑에서 보여주는 쇼핑으로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온라인이 다시 오프라인을 끌어안는 것도 큼직한 추세다. 애드테크 기업인 크리테오(Criteo)는 최근 글로벌 전자상거래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국내 상위 25% 쇼핑몰이 온라인 매출의 70%를 모바일을 통해 달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하지만 그 창구가 단순히 모바일 인터넷 안에서 집중되는 게 아니라 더 다양하고 복잡한 접점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오히려 특정 기기에서만 쇼핑할 수 있다는 제약은 더 사라지지만 온라인에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오프라인 분석이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오프라인 시장의 종말을 걱정했지만, 쇼핑 경험은 애플스토어처럼 또 다른 형태의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의 종말을 걱정했지만, 쇼핑 경험은 애플스토어처럼 또 다른 형태의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쇼핑 플랫폼이 되기도 하지만, 비콘(beacon)이나 쿠키(cookie) 등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식별하고 소비 행태를 분석할 수 있는 매개의 역할도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의 결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오프라인의 체험 존,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경험들이 다시금 강조되는 이유다. 애플스토어의 오프라인 매출이 티파니를 넘어서는 이유도 결국 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양쪽의 경험을 흡수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게 된 직접적인 배경에는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와 플랫폼의 등장이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가격이 중심이 되는 기존 인터넷 상거래의 한계라는 또 다른 톱니가 맞물린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가격 자체가 정보가 되었고, 인터넷은 그 정보를 대중화시켰다.

오프라인에서도 ‘인터넷 최저가보다 싸다’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백화점의 가전 코너에서는 가격 비교 사이트와 직접 값을 비교해주기도 한다. 평준화된 가격은 이제 경쟁의 소재로서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아마존의 ‘대시 버튼’은 가격이 그 힘을 잃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디스플레이 하나 없는 버튼을 누르면 특정 제품이 자동으로 주문,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특정 세제나 우유처럼 소모재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쓰는 것만 쓴다는 전제와 아마존이 정해주는 값이면 더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 변화가 만난 결과물이다.

큰 시장, 가격 중심의 서비스로만 한정되던 상거래 서비스는 붙박이 PC 앞을 떠나면서 다각화되고 있다. 물리적인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온라인 쇼핑이 시작됐던 것처럼 물리적인 컴퓨터 환경을 무너뜨리면서 모바일의 특성을 끌어안는 장터가 다시금 쇼핑 환경을 바꾸고 있다.

컴퓨팅 디바이스가 주는 건 ‘경험’이고, ’서비스’다. 그 매개체는 화면 안에도 있고, 화면 밖에도 있다. 혹은 클라우드 안에 존재할 수도 있다.

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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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최호섭
초대 필자, 디지털 컬럼니스트

(現) 프리랜서 디지털 컬럼니스트 / (現) 더 기어 객원기자 / (現) 리디북스 [샤오미] 저자 / (前) 블로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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