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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트럼프 월드: 끝과 시작

미국 대도시 시민들이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야(Not My President)”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이라고 인정하지 않겠다는 시위를 벌이는 동영상을 보면서 이제 정말 낯선 신세계에 들어왔음을 실감했다.

“Not My President”는 그 자체로 낯선 말은 아니다. 오바마가 당선되었을 때 애팔래치아와 남부에서 종종 하던 말이고, 사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당선되었을 때도 남부에서는 비슷한 생각이었기 때문에 북부에서 분리되기로 결정했던 거다. 민주주의에서 100% 지지라는 게 불가능하다면 누군가에게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시위대가 낯선 이유는 마치 독재자의 등장에 저항하는 시민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오바마와 힐러리를 싫어했던 많은 이들도 오바마와 힐러리를 히틀러에 비유했다. 사실, 미국인들이 자기가 싫어하는 지도자를 히틀러에 비유한 역사는 길다. 분명히 해둘 것은, 트럼프는 독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적어도 아직은.

그럼 누구나 반대하는 지도자는 히틀러라고 부를 수 있는, 그냥 만인대 만인의 투쟁일 뿐일까?

도덕적이지 않은 다수의 약자 

그래서 결국 정치 논쟁의 끝은 도덕성 논쟁이다. 집단이 반으로 나뉘어 서로의 이익을 두고 싸울 때가 있다. 그때 상대방 일부가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내 편이 되도록 도덕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전략을 가장 잘 사용하던 쪽은 진보였다. 진보는 어느 사회나 기본적으로 약자 쪽에 가깝다. 강자가 보수가 되는 건 동물들이 배가 부르면 움직이기 싫어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그런 그들이 약자의 주장에 동조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도덕성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애팔래치아를 비롯해 미국의 낙후된 지역에 사는 약자가 장애인과 여성, 이민자 등 다른 약자를 내놓고 조롱하는 도덕적으로 심각한 결함을 지닌 지도자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경제적 약자와 도덕성을 분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강자들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 필요가 있을까?

러스트 벨트의 반란 (출처: Jschnalzer, CC BY  https://en.wikipedia.org/wiki/Rust_Belt#/media/File:Bethlehem_Steel.jpg)

몰락한 러스트 벨트의 반란 (출처: Jschnalzer, CC BY)

그럴 필요가 없음이 분명해진 것이 이번 선거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만의 힘으로 대통령을 뽑을 만큼 많은 수가 되었고, 사상적으로도 주류의 아이디어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자신들만의 미디어를 갖췄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덕적이지 않은 경제적 약자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이번 선거에서 경제적 요인은 중요하지 않았고, 결국 인종에 따른 선거였다는 분석도 많다.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점점 줄어가는 백인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앞으로 세상은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낙관해도 좋을까? 유럽을 휩쓸고 있는 극우파들의 득세를 보면서도 그건 이민자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인종 문제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고 넘어갈 만큼 이차원적인 문제일까? 나는 아직 모르겠고, 답을 찾고 싶다.

원더풀 트럼프 월드 

우연히 시작하게 된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는 원래 대선 결과와 함께 끝내기로 생각하던 기획이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젭 부시나 힐러리 클린턴 중에서 당선자가 나올 것이고, 그럼 여전히 지루하게 ‘어제와 같은’ 세상일 테니 굳이 연재를 계속할 필요도 없다고 봤다.

그런데 연재하는 동안 세상은 바뀌었고, 놀라운 신세계가 열렸다. 인류의 경험으로서는 새로운 세계가 아닐지 몰라도 2016년을 사는 우리 세대로서는 전혀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이다. 그래서 연재를 조금 더 계속해보기로 했다. 물론 대선은 끝났으니 ‘미국 대선 업데이트’라는 제목을 쓸 수는 없고, 새로운 타이틀이 필요하다. 별 고민 없이 이렇게 정했다:

‘원더풀 트럼프 월드’ 

이 글은 이른 새벽,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쓰고 있다. 몇 달 전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내가 트럼프의 나라로 돌아가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가능성을 무시한 게 아니라, 인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이 되었고, 나는 트럼프를 지도자로 뽑은 나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건 미국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전 세계인 누구나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이미 자신이 사는 곳에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It’s a wonderful Trump World.

Gage Skidmore, "Donald Trump", CC BY SA https://flic.kr/p/EquzPW

Gage Skidmore, “Donald Trump”, CC BY 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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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상현
초대필자.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운영자

미디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메디아티에서 콘텐트랩을 이끌고 있으며, 미국 정치뉴스에 관심을 갖고 짬짬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성 기사 수 : 4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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