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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좁쌀 샤오미, 좁쌀 같은 존재감으로 전락하나?

샤오미(小米)는 중국어로 작은 좁쌀이란 뜻인데 ‘작은 좁쌀이 산보다 거대하다’는 불교의 교리에서 유래했다. 2010년 6월 창업한 스타트업 샤오미는 창립 4년 만인 2014년 중국 1위, 세계 5위권의 스마트기기 제조사로 기적적인 성장을 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샤오미는 그야말로 작은 좁쌀 속에 거대한 생명력을 잉태하고 열매를 맺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샤오미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들이 호언장담했던 목표치에 비해 그야말로 좁쌀처럼 초라해지고 있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는 진정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샤오미의 460억 달러 기업가치, 그 거대한 기대감에 부합하는가?

‘460억 달러(약 55조 원)’. 중국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의 기업가치다. 2014년 말 샤오미는 투자자들로부터 11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받으면서 기업가치를 이같이 평가받았다. 이를 통해 당시 샤오미는 미국 우버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신생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50조 원 넘는 기업가치면 한국거래소에 상장한다고 가정하면 시가총액 30조 원대인 현대차, 한국전력을 모두 제치고 명실상부한 시가총액 2위의 거대한 기업이다. 샤오미는 그럼 50조 원대의 거대한 기업가치를 증명할 만한 기업인가?

분명 50조 원에는 중국 전체를 삼키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위협까지 고려된 기대감이 묻어있는 기업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대감은 점차 공포감으로 변화하고 있다. 샤오미가 중국 내수시장을 집어삼키기는커녕 중국 내수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둔화한 것을 넘어서 시장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에게 글로벌 시장은 더욱 큰 암초다. 애초 기술 로열티 이슈로 글로벌 시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던 샤오미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주춤하던 사이에 오포(OPPO), 비보(Vivo), 원플러스(OnePlus)와 같은 중국의 후발주자들은 인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샤오미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이 최근 샤오미에 대한 엄청난 우려로 변하고 있는 이유다.

이제 50조 원대 샤오미의 기업가치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질 때가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럼 대체 샤오미의 위기의 근원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중국 소비자는 세분되는데 샤오미는 단선적으로 대응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내세웠던 극강의 가성비, 즉 “초저가 + 적당한 품질”의 공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메이주(Meizu), 오포(oppo), 비보(vivo)는 샤오미보다 약간 비싼 가격대를 공략하면서 “적당한 가격 + 높은 품질”의 중간 영역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메이주, 오포, 비보

샤오미가 대활약하던 2년 전과 지금은 중국 스마트폰 소비자들의 수준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중국 절대다수의 인민에게 극도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데 샤오미가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이제 중국 인민은 더 이상 싸기만 하고 성능은 그럭저럭한 제품에 마음이 끌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화웨이를 바라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P9 모델의 경우 애플보다 먼저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고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마트 헬스케어 기능 탑재 등 모든 측면에서 애플과 삼성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영역을 위협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중국 언론을 동원한 애국주의 마케팅을 펼치면서 금색 찬란한 색상으로 중국산 최고 성능 스마트폰으로서의 자리매김을 명확히 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o9h1Tqs8Qs

화웨이 P9은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매년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화웨이의 실적은 올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P9의 돌진으로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높은 가격 + 최고의 품질” 카테고리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 품질과 가격

샤오미 팬덤의 근원이 되었던 것은 당시 중국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시장이 전환되던 시점에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스마트폰을 거머쥘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는 측면에서 대중적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샤오미에 대한 열렬한 대중적 지지가 가능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지금 샤오미의 팬덤은 시장의 고도화에 따른 세분화에 의해서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남녀로 연령별로 나뉘어가고 있다.

오포, 비보를 품은 뿌뿌까오의 돌진, 샤오미 떨고 있니?

이러한 시장 세분화에 가장 잘 대처한 기업이 있으니 뿌뿌까오(步步高, BBK Electronics)다. 뿌뿌까오는 “한발 한발 높이 가다”라는 뜻이다.

2000년대 중국에서 영어 배우는 학생들에게 필수품이 바로 뿌뿌까오 전자영어사전이었다. 지금 뿌뿌까오는 애플의 턱밑까지 쫓아온 명실상부 세계 3위 스마트폰 그룹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뿌뿌까오의 브랜드는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시장점유율 집계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한다.

왜일까? 뿌뿌까오는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를 지닌 자회사를 통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뿌뿌까오 산하에 세계 4위 오포, 5위 비보를 거느리고 있고, 동남아와 인도에서 선전하고 있는 신흥 스마트폰 브랜드 원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뿌뿌까오와 브랜드들

오포와 비보의 출하량만 합산해도 2016년 상반기에만 3천8백만 대에 달한다. 단일 브랜드로는 세계 3위를 기록한 화웨이(3천2백만 대)를 넉넉히 제칠만한 놀라운 실적이다. 게다가 오포는 전년 대비 130% 성장, 비보는 8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샤오미가 세상을 놀라게 한 지 2년 만에 세상을 다시 놀라게 한 중국 스마트폰 강자는 오포와 비보를 모두 품고 있는 뿌뿌까오인 것이다.

오포와 비보는 선명한 세분 시장을 각각 조준하고 있다. 셀카 전용 카메라를 출시할 정도로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는 오포는 20~30대 여성을 타겟하고 있고, 비보는 20~40대 남성을 타겟하고 있다. 특히, 음질에 있어서는 럭셔리폰 못지않은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반응했고,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내면서 성공을 증명했다. 이제 거대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하나의 브랜드로 뭉텅이로 대응하기보다는 세분된 시장에 적합한 다수의 브랜드를 통해 엣지를 명확히 하면서 시장을 쪼개 잠식해나가는 것이 적절한 전략인 것이다.

오포와 비보가 샤오미보다 잘한 것이 또 하나 있다면 전통적 오프라인 판매망을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샤오미는 온라인판매의 이점을 매우 잘 활용했다. 온라인 판매 집중으로 판관비와 재고 최소화를 통해 제조업체가 지닌 다양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구석구석 시장을 잠식해나가기 위해서 오프라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지방 농촌의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에는 매우 취약한 측면이 있다.

뿌뿌까오 계열 오포와 비보는 오프라인 매장을 고급스럽게 꾸미고 친절한 영업직원의 설명으로 오프라인 면대 면으로 브랜드 인지도의 향상을 만들어냈다. 결과 오포 비보의 브랜드가 샤오미보다 높게 포지셔닝하는데 기여했다.

샤오미 vs. 뿌뿌까오, 인도에서 격돌?

뿌뿌까오의 스마트폰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오포는 인도 시장에서도 공격적 확장 중이다. 최근 세일즈 포인트를 5천 개에서 3만 개로 6배 성장시키고, 인도 내 직영매장도 100여 개를 신규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오포의 인도 법인은 98% 인력이 인도인이며, 오포는 인도에 제조공장을 건설해서 아예 인도 스마트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메시지도 동시에 던진다. 오포의 인도 시장점유율은 2015년 0.7%에서 올해 상반기 6.7%로 수직 상승 중이다. 중국 내수 브랜드라는 한계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모습이다.

오포는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샤오미는 구글에서 휴고 바라를 영입한 이후 야심 차게 추진해온 글로벌 확장의 결과 인도에서 8%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인도 3위 스마트폰 업체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뿌뿌까오의 오포 비보에 추월당한 것처럼 인도에서도 추월당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확장에 기술력이 빠질 수 없다. 오포는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세계 4위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께 4.85mm로 오포 R5폰은 2015년 출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폰이었다. 또한, 자체적으로 개발한 초고속 충전 기술을 VOOC라고 명명하면서 2,500mAh 배터리를 15분 안에 충전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새로운 제품을 다수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포의 혁신 (출처: gabbypinho)
오포의 혁신 (출처: gabbypinho)

샤오미의 미래는 사물인터넷 + 스마트홈에서?

-38%. 전년 대비 샤오미의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수치다[footnote]2016년 2분기 기준[/footnote]. 스마트폰 출하량만 바라보면 샤오미는 성장세 둔화 정도가 아니라 명확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샤오미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샤오미는 애초에 스마트폰 하드웨어 판매 마진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던 기업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값싸게 많이 빠르게 중국인 손에 배포하고 자신의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2~3년간 샤오미가 세상에 내놓은 제품들을 살펴보면 신선하고 충격적일 정도다. 모두가 하나씩 가지고 있는 샤오미 충전기부터, 스마트홈의 기본제품인 스마트콘센트, 체중계, 공기청정기, 그리고 대표적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미밴드, 수백 가지 쌀의 상태에 따라 스마트하게 밥을 지어주는 밥솥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이 샤오미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나와 있다.

도대체 샤오미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폭넓은 영역에 스마트함을 불어넣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8xjVYWukrE

샤오미의 큰 그림은 결국 소프트한 사물인터넷 스마트홈의 거대한 생태계를 누구보다 빠짐없이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에서 샤오미를 능가할 업체는 없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샤오미에 가장 소중한 사업부문은 스마트폰 사업부가 아니라 온갖 종류의 사물인터넷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사업부다.

이미 전 세계 수억 대의 스마트폰에 깔린 미홈(MiHome) 앱이 샤오미 스마트폰보다 더욱 소중한 제품이다. 그리고 이 앱에 연결된 샤오미의 가성비 극강인 스마트홈 기기들일 것이다. 이제 샤오미의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 이미 모멘텀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장 내의 존재감은 깔끔하게 잊고 더욱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기를 통하여 스마트홈 생태계를 강화하고 길목차단 선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참고 자료

  1. MyDrivers.com, “迎接小米5S!小米5再次降价:性价比残暴”, 2016.9
  2. Deccan Herald, “OPPO gives thrust to offline strategy in India”, 2016.8
  3. The Wall Street Journal, “Tech Startups Face Dwindling Funding”, 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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