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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미디어를 전망한다

슬로우뉴스는 NCSOFT와 함께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초래한 변화를 점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미래 읽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청년 미디어

  1. 청년 미디어를 회고한다
  2. →  청년 미디어를 전망한다

영화 [밀정]에서 이병헌은 말했다.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패가 쌓여 그 실패를 딛고 올라서서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청년 미디어의 역사는 곧 실패의 역사다.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에서 시사성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새로움과 새 시대의 가치관을 모두 담은 미디어는 없다. 미국은 [VOX], [Refinery29], [ATTN], [MIC.COM]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한국일보], [조선일보], [시사IN], [중앙일보], [JTBC]뿐이다.

소위 ‘청년 미디어’라 불리는 [미스핏츠], [닷페이스], [알트], [청춘씨:발아], [고함20], [20’s Timeline] 모두 비슷한 색깔과 불안한 수익모델과 그걸 지켜보는 팀원이 있다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가진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제작환경 변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은, 단언컨대, 청년미디어에게 축복이었다. 스마트폰과 셀카봉만 있으면 우리는 어디서나 페이스북 라이브로 사건을 보도할 수 있다. 지상파 기자들보다 재밌고 그럴싸하게 스탠딩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었다.

페이스북에만 의존한 미디어가, 인스타에만 의존한 패션모델이 존재한다. 그들 자체가 걸어 다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춤을 유행시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웃긴 영상을 올리는 게 아니라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만들었다. 기술은 많은 걸 바꿔놓았다. 아니 근데 이렇게 기술이 준 혜택이 많은데, 왜 아직도 우리에겐 그럴싸한 청년 미디어가 없을까.

대체 왜 실패했을까 혹은 대체 왜 아직도 위기일까 복기해보자.

한국의 청년 미디어들

한국의 청년 미디어들

짝사랑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관찰해온 결과, 청년 미디어 운영진 대부분은 대학 학보사 출신이거나 언론사를 지망하며 아랑 카페를 들락날락한 경험이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제도권 언론사를 한 번쯤은 지망한 그런 페르소나를 가진다. 내가 지금 몸담은 [알트]의 콘텐츠팀원들 역시 그러하다. 나 역시 언론사를 지망해 저널리즘스쿨에 다녔고, 다른 친구들은 언론고시 스터디를 했다거나 학보사 편집장을 지냈다. 기존 언론사를 지양한다면서 정작 기존 언론사를 답습한 조직에 몸담았다거나 기존 언론사를 열렬히 사모했던 적이 있다. 재밌다.

사람들이 그러하니 비슷비슷한 콘텐츠가 이름만 다른 매체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제도권 언론사 조직을 지향하니 그들의 기사를 자주 보게 되고, 그 기사의 가치관을 체화한다. 자연스레 그들의 눈높이, 그들의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비슷한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다. 본인의 뿌리가 그러하니 관심사 대부분이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다. 푸는 방식은 당연히 글이다. 이들이 되고 싶은 건 새로운 청년 미디어의 손석희와 권석천 그리고 박은하다. 그들의 어투와 글을 보고 따라 한다. [소년 한겨레], [소년 조선일보], [소년 한국일보] 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아이콘, 손석희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아이콘, 손석희

앞서 말했듯이 뿌리와 이상향이 글쟁이니 맨날 생각하는 것도 글이고 콘텐츠다. 좋게 말하면 콘텐츠에만 미친 사람들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 콘텐츠로 어떻게 돈을 만들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낼지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 사람들의 필요를 알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그 콘텐츠 집단이 지속 가능성을 얻는 것은 명백히 다른 차원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0에서 1로 넘어가는 과정이면 그것으로 광고를 따오는 건 1에서 10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광고의 단가를 책정하고, 광고를 만들고 클라이언트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은 정말로 어렵고 복잡하다.

1에서 10으로 

콘텐츠 제작자로서 시작했으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경영자, 그러니까 스타트업 운영자로 진화해야 한다. 근데 그 진화에 필요한 능력이 수만 가지인데 콘텐츠 제작 능력은 그중 기초이자 기본일 뿐이다. 나머지 능력을 습득하는 데에 있어 많은 사람이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필요한 능력을 얻지 못한 상태로 시작하는 미디어는 당연히 성공할 수가 없다. 팀원들의 열정을 원료로 돌아가거나 후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소셜 미디어에 기반해 돌아가는 미디어가 태반이다 보니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에 무조건 충성할 수밖에 없다. 소셜 서비스가 사진을 원할 땐 카드뉴스를 만들었고, 영상을 원할 땐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왜 그러냐고? 쉽게 말해 측정 가능한 척도가 소셜지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이 매체가 판매 부수로, 방송사들이 시청률로 자신의 영향력을 증명한다면 소셜에 기반한 미디어는 소셜지수로 본인의 매체력을 증명해야 한다. 네이티브 애드든 뭐든 매체력이 없으면 어려운 승부다.

그런데 매체력에 있어선 소셜미디어가 원하는 대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먹히는, 소셜 미디어가 알고리즘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을 만들어야 소셜 지수가 잘 나온다. 그런데 사실 소셜 지수에서 유리한 영상 콘텐츠는 청년 미디어보다 다른 곳이 훨씬 잘하고, 잘하고 있다. 글과 정치, 사회, 경제 콘텐츠에 강점을 보이는 이들이 다른 승부를 하려니 영 결과가 좋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쉽지 않다.

페이스북에서는 페이스북의 법을 따르라. 이건 잔인한 현실이다.

페이스북에서는 페이스북의 법을 따르라. 이건 잔인한 현실이다.

게다가 제도권 미디어도 이 소셜미디어로 전쟁터를 옮기고 있다. 실효성 논란이 있지만,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라는 기사 제공 시스템을 마련했고, [JTBC]는 손석희 사장이 직접 홍보하는 콘텐츠를 만들며 기자들을 출연시킨다. [스브스뉴스]는 대학생 인턴을 통해 20대의 재미까지 낚았다. 페이스북이 우대하는 영상 콘텐츠도 퀄리티는 기존 언론사의 그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영상의 퀄리티는 결국, 돈의 승부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욕이 나온다. 솔직히 말해서 답이 없다.

광고와 콘텐츠 수주는 기본이다. 홈페이지에, 소셜 계정에 콘텐츠를 올리는 동시에 [1boon]이라든지, [스토리펀딩]이라든지 내보내거나 연재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입점해야 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광고 의뢰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네 가지 대안 

이런 가장 기본적인 모델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1. 구독모델 

그나마 나온 해결방안은 뻔하다. 첫째는 구독모델이다. [이코노미스트]와 [뉴욕 타임스]처럼 구독료 모델을 중심에 두는 형태다. 여기에 있어선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대개 청년 미디어의 콘텐츠는 돈을 주고 볼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글? 기존 언론사들은 ‘기레기’라 불릴지언정 기사의 질과 양에 있어선 압도적이다.

[조선일보]는 정파적이라고 비판받을지언정 사실관계를 모으는 데 있어 한국에서 가장 첨단을 달린다. 문화 섹션은 [조선일보]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찬사받는다. 영상? 모든 재미있는 영상이 무료로 풀려 있는 유튜브를 두고 왜 청년 미디어를 구독하겠는가.

2. 기성 유료 소비 형태로 형태 변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희망이 있다면 콘텐츠의 중심을 글과 영상이 아닌 웹툰 등 이미 유료로 소비되고 있는 형태로 돌리는 방안이다. 기본적으로 지불 의사가 형성된 콘텐츠의 형태로 경쟁한다면, 소비자의 지갑을 좀 더 열 가능성이 있다.

2009년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2016년 설문조사 결과는 '뉴스 정보'에 돈을 내겠다는 프랑스인이 훨씬 늘었다.

한편 프랑스에는 유료 뉴스 모델이 성장하고 있다. 2009년 설문조사(79%가 온라인 유료 정보에 돈 낼 생각이 없다)와 비교하면 2016년 설문조사 결과(70%가 유료 정보를 이용한 적 있다)는 ‘뉴스 정보’에 돈을 내겠다는 프랑스인이 훨씬 늘었음을 보여준다. (관련 기사)

3. 청년을 위한 씽크탱크 

또 다른 길은 청년미디어를 넘어 청년을 위한 씽크탱크가 되는 방안이다. 사람들이 [이코노미스트]를 보는 이유는 그 콘텐츠가 현상을 조망하는 기사인 동시에 미래를 설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식방송을 돈내고 보듯이, 청년의 지갑을 열기 위해선 그들 삶의 씽크탱크가 되어야 한다. 씽크탱크가 되어 수준 높은 콘텐츠를 기사식으로 팔거나 책으로 만들어 팔 수 있다.

4. 가치소비 

외부 업체의 광고 외주를 받거나 혹은 콘텐츠를 팔 수 없다면 우리 매체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직접 제품을 제작하는 수도 있다. 바로 목적 독자의 가치소비를 자극하는 것이다. 최종 소비자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는 건 이미 많다. 커머셜 영역에서 콘텐츠 소비와 쇼핑의 경계는 무너졌다. [29CM]과 [무신사]는 패션잡지인 동시에 패션브랜드가 되었다.

소비자의 가치소비 성향 역시 높아졌다. 소비자는 본인의 소비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도 얻고 싶어 한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에게 기부한다는 컨셉으로 가치소비를 자극했다. 아프리카에 신발 한 켤레를 보낸다는 컨셉으로 마케팅을 한 [탐스 슈즈] 역시, 그 마케팅 수법에 잔존하는 비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가치소비를 통해 성장했다.

탐스 쥬스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소비자의 '가치소비'를 통해 성장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탐스 쥬스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소비자의 ‘가치소비’를 통해 성장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저널커머스 혹은 ‘엑시트’ 

이 지점에서 일종의 저널커머스를 제시할 수 있다.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보고, 듣고 하는 차원에서 입고, 사용하는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품으로 승화시켜 소비까지 연결하는 일종의 선형적 모델이다.

어떤 희망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성세대가 콘텐츠 소비의 바로미터를 ‘브랜드’로 잡았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졌으나 특정 가치에 대한 충성도는 높아졌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페미니즘 도서 펀딩이 성공했으며 채식주의자 및 페미니스틀르 위한 굿즈의 펀딩도 성공한다. 가치소비 시장은 분명하다.

청년 미디어가 시도해 볼법한, 비즈니스 모델이 언론사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특히나 그 청년 미디어가 영향력을 가진 플레이어를 키우고자 한다면 그 본질은 오히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가까울 수 있다. 그 점에서 팬덤 비즈니스를 따라갈 수도 있다. 연예인처럼 자사 소속의 저널리스트 혹은 크리에이터를 키우는 방식이다.

‘천박’을 무기로 저널리즘의 위선적인 경건함을 전복한 ‘지켜보쇼’. 하지만 팬덤 형성에는 실패(ㅠ.ㅜ).

청년 미디어의 편집장이 책을 쓰고, 그 책으로 사인회를 하고, 방송에 나오고, 수만 명의 팬덤을 키워 그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기자인 동시에 유명인이 된 것처럼 청년 미디어에서 새로운 유명인을 만들면 된다. 그 유명인을 바탕으로 강연을 열고, 교육 시장에 뛰어든다.

본인을 스타트업으로 생각한다면 제도권 언론사에 자신을 판매해 ‘엑시트’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리버풀 출신인 영국 축구 선수 마이클 오웬이 한때 희대의 라이벌 클럽이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들어가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처럼, 제도권 미디어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술 스타트업이 [삼성]에 인수되는 것처럼,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면 [중앙일보]와 [JTBC] 혹은 [조선일보]에 인수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절대 지고 들어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존 언론사가 인수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청년 미디어가 해결했다는 일종의 방증일 것이다.

10에서 100으로 

이병헌의 말을 다시 곱씹어보자.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패가 쌓여 그 실패를 딛고 올라서서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지금 서 있는 위치와 방향을 인식해야 한다.

청년 미디어의 현재는 처참하다. 많은 언론사가 칭찬하고, 조명하던 어떤 청년 미디어도 지속 가능성을 마련하지 못했다. 앞서 내가 언급한 구독모델, 광고 외주, 팬덤 비즈니스 유형, 엑시트까지 무엇하나 만만치 않다. 콘텐츠 제작이 1이면 광고를 따오는 것은 1에서 10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스타트업으로서 성공하는 건 10에서 100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역으로 보자면, 콘텐츠는 시작인 동시에 시작일뿐이다. 다시 보자면 콘텐츠야말로 시작이다.

미디어의 기본은 메시지가 도달하는 목적 독자를 향한 고민이다. 그 독자(소비자)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 문제점을 꼬집어주고 대안을 줄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시작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시사성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새로움과 새 시대의 가치관을 담은 미디어가 없다고 밝혔다. 위의 네 가지 특성에서 청년미디어에게 알파이자 오메가는 새 시대의 가치관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독자'를 향해야 하고, 향할 수밖에 없다. 누가 독자의 눈을 가린 손수건을 풀 것인가.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독자’를 향해야 하고, 향할 수밖에 없다. 누가 독자의 눈을 가린 손수건을 풀 것인가. 아니 독자가 그 손수건을 스스로 풀도록 도울 것인가.

새 시대의 가치관을 통해 독자를 모으고, 그들에게 새로움과 시사성을 제시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독자를 모을 수 있다. 독자를 모아야 뭐라도 할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의 방향에 쓰고 싶은 글이 아닌, 담아야 하는 글이 아닌, 독자를 내세우는 것 그것이 청년 미디어로서 살아남는 유일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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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구현모
초대 필자. ALT 편집장

인생만사 새옹지마. 이것저것 하다보니깐 여기까지 오게 됨. 훌륭한 판단의 표본. → 인터뷰(2015. 4)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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