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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바 시장스시 스캔들’이 일본에서 압도적인 영향을 자랑하는 포털인 야후 재팬 메인 화면에 떡하니 걸렸다. 이 혐한 이슈는 지금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다.

한 스시집(‘시장스시 난바점’)의 한국인 차별 

이 사건을 잘 모르는 분을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시장스시’(市場ずし, 이치바즈시)의 오사카 난바점이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놓고 차별을 일삼았다고 한다.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인이 오면 초밥에 와사비를 지나치게 많이 넣어 와사비 테러를 한 다음에 손님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비웃었고, 심지어 한국인을 ‘춍’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춍'(チョン)은 [footnote] 에도 시대부터 쓰인 단어라고도 하고 조총련에서 따왔다고 하는 등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현재는 한국인의 멸칭[/footnote] 한국인에 대한 멸시적 의미를 담고 있는 비하 표현이다.

https://tabelog.com/osaka/A2701/A270202/27045429/dtlrvwlst/5667506/
한국인 관광객 차별로 논란의 중심에 선 ‘시장스시 난바점’ (출처: tablelog.com)

작년 2015년부터 네이버 최대 일본 여행 커뮤니티 ‘네일동’을 중심으로 간간이 이야기가 나오다 최근 1주일 사이 트위터를 타고 퍼졌다. 일본은 트위터 사용자가 세계 3위일 정도로 트위터를 많이 사용하는 데다 트위터 특성상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많아, 이 사건이 네일동에서 트위터로 옮겨지자 아주 빠르게 일본 내부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국인 지인으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한 일본 트위터 이용자는 시장스시 난바점에 전화해 와사비 테러가 사실이냐고 물어보자 가게 측은 “한국인은 매운 걸 좋아한다고 들어서요.”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매운 걸 좋아하냐고) 해당 한국인 관광객에게 물어봤나요?”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뿌리 깊은 일본 내 혐한… 언젠가 터졌을 사건 

공교롭게도 1주일 전에 ‘재특회’ 전직 회장이었던 사쿠라이 마코토가 혐한 언동으로 법원으로부터 배상 명령을 받았다. 재특회‘재일 한국인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으로 일본에서 한국인을 차별하는 대표적 극우 집단이다.

재일교포는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일본으로 강제징용을 당했거나 먹고살기 어려워 경남 지방을 중심으로 이주해온 경우가 많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가난한 이민자가 뿌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고, 얼핏 외모가 비슷하다지만 폐쇄적인 성격이 강한 일본은 결코 한국인이 정착하기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재일교포가 특별히 많이 사는 오사카 지역에서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혐오 발언(“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억제 조례안이 통과됐다. 나는 이 시장스시 스캔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터질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차별적 증오가 드러난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건 대놓고 먹는 거로 유치하게 장난을 쳤기에 들킨 하수급의 차별일 뿐이며 실제 갈등은 훨씬 더 깊고 심각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나 재일교포의 사회 활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일본인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시작된 장기 불황과 사회 불안은 노골적으로 외국인을 배척하고 증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특정 인종이나 민족의 개인 또는 집단을 멸시하고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마음이 재특회와 시장스시 스캔들의 모습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일본 시민 대다수의 상식은 건강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야후 재팬 메인에서 보이는 일본인의 반응이다.

  • 상대를 보고 맛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건 개인 경영의 가게라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괴롭힘 정도의 와사비 증량은 안돼. (kik***** | 2016/10/02 21:31)
  • 차별은 아니지만, 괴롭힘이었습니다? 이게 말이 돼? (mak****** | 2016/10/02 22:20)
  • 최근에 이 얘기를 자주 듣는데 실제로 종업원이 손님들 반응을 보고 모두 즐거워했다네… ‘일본이 여기까지 추락한 건가’라는 느낌? (jun***** | 2016/10/02 23:16)
  • 이거 결국 어느 쪽이 사실이야? 한국, 중국 손님에게 심한 짓거리한다는 얘기나 바가지 씌우기까지 한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어. 가게 측은 차별적인 게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제대로 조사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바가지 씌우기가 사실이라면 범죄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위계 영업방해죄, 신용훼손죄가 되는 거 아냐? (shi***** | 2016/10/02 23:27)
  • 차별이 아니라고 하는 건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이건 차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냐. (sba***** | 2016/10/02 22:29)

당장 한국 지인들로부터 ‘이런 분위기에 오사카에 가는 거 괜찮을까?’라는 문의가 오고 있는데,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오사카 중심가에서 어떤 무리가 ‘헤이트 스피치’를 하려고 할 때마다 꼭 그들을 저지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오사카 경찰은 헤이트 스피치를 하려는 무리를 막고 시민들을 보호했다. 일본 시민 대부분은 평화의 가치를 알고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4년간 매주 日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를 이끈 사쿠라이 노부히데 교수 (2016년 모습, ⓒ 사쿠라이 노부히데) 일본 내 뿌리 깊은 혐한 기류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혐한에 반대하는 상식적인 시민이 훨씬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2013년부터 한국에서 4년간 매주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위를 이끈 사쿠라이 노부히데 교수. 일본 내 뿌리 깊은 혐한 기류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혐한에 반대하고 이를 실천하는 일본 시민도 많다. (2016년 모습, ⓒ 사쿠라이 노부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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