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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여기저기에 ‘스마트’라는 단어가 붙었다. TV도 스마트, 에어컨도 스마트, 심지어 전기밥솥도 스마트해지겠다고 나섰다. 자동차와 도시도 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 분야는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동차와 도시가 인터넷을 통해 대화하게 되는 것으로 이동 수단은 또 다른 형태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동차와 IT 업계는 순식간에 찾아온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놀라고, 또 환호하고 있다. 먼 미래의 일처럼 생각했는데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눈앞에 이런 미래 기술들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아직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은 대부분 스스로 도로를 읽어 들이고 경로를 판단해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데에 있다. 차량만큼이나 공간, 즉 변화도 필요하고 이를 잇는 도로도 달라져야 한다.

자동차의 발달 방향은 결국, 자동차가 대화의 주체가 되는 데에 있다.
자동차의 발달 방향은 결국, 자동차가 대화의 주체가 되는 데에 있다.

결국 자동차의 미래는 도시와 연결된다. 미래 도시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적지 않은 자동차 관련 IT 기술들은 알게 모르게 도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시와 차량 운전자는 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화의 주체는 앞으로 운전자가 아니라 차량이 된다는 것이 자율주행 기술과 도시 공학이 접목되는 출발점이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작게는 주차 관제 시스템부터 생각해볼 수 있다. 주차장에 빈자리가 몇 개 있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주차할 위치를 알려주고, 차량이 주차장 어디에 세워져 있는지 찾아주는 서비스는 요즘 짓는 아파트에도 들어갈 정도다. 더 나아가 도시 전체의 주차장 시스템을 통합 관리해서 어느 주차장에 여유가 있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아우디의 자율 주차 시스템 개요. 사람이 타고 내리지 않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차량을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아우디의 자율 주차 시스템 개요. 사람이 타고 내리지 않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차량을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왕 주차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풀어보자. 2016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제품박람회(CES 2016)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시선을 끌었다. 아우디는 주차장 앞에 차량을 세우고 내리면 저절로 움직여서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발렛 주차를 하는 셈이다.

사람이 직접 타고 내리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같은 주차장 공간에 더 많은 차량을 세울 수 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스스로 주차하니 편리하다’는 것을 넘어, 주차장의 환경을 직접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버나 쏘카 같은 카셰어링 모델도 결국 자율주행 기술과 도시공학적 접근이 꽃피우기 좋은 사업이다. 세계 각 도시는 혼잡과 공해를 줄이기 위해 차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처럼 시내에서 운행할 수 있는 차량 수를 제한하거나 포르투갈 리스본처럼 외부 차량이 도심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례도 있다. 공해와 도로 혼잡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차량에 제한이 생기면 지하철이나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예약 기반의 카셰어링이 자리 잡는다면 각 차량의 명확한 경로 관리와 불필요한 도로 주행을 막을 수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이 따라붙는다면 이제까지의 택시나 자가운전 등의 이동 방법과 전혀 다른 형태로 운영된다. 이는 개인 재산에서 출발하는 차량 소유에 대한 개념이 도시에서 직접 관리하는 공공재로 자리 잡고 운영은 서비스 형태로 달라지는 흐름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연결의 주체, 운전자에서 차량으로

이미 우리는 자동차에 접목된 IT가 도로를 바꾸는 경험을 하고 있다. 바로 실시간 내비게이션이다. 애초 이 실시간 길 안내 기술은 이용자의 차 한 대를 가장 빠른, 그러니까 막히지 않는 도로로 안전하게 안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 기술이 대중화되고, 도로 위의 거의 모든 차량이 실시간 길 안내를 따르다 보니 차량이 특정 도로에 쏠리지 않고 분산되는 효과를 낸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기반으로 모든 도로 위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달리게 되면 그 분산 효과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경로에 대한 판단은 도시의 통제 센터가 맡고 각 차량은 내려받은 경로를 안전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다른 형태의 도로가 나오게 될 수도 있다. 결국, 특정 도로에서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금지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그저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니다.

눈여겨볼 것은 ‘무엇이 변하느냐’에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율주행과 도시 공학의 만남은 대화의 주체가 누구냐에 달려있다. 그동안은 도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내비게이션이라는 도구로 운전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제 직접적인 대화는 도시의 컨트롤 센터와 자동차 사이로 옮겨진다.

운전자의 역할을 완전히 덜어내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사람이 운전대를 놓는 순간은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뿐 아니라 도시 전체의 자율주행 환경이 만들어지는 때다. 이 때문에 실시간으로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5G 기술이 주목받는 것이다.

도시는 이 기본 기술들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보가 이야기하는 편대주행, 플래투닝(Platooning)도 지켜볼 만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이나 버스의 뒤를 자율주행으로 뒤따르는 것이다. 다른 차량을 이끌고 갈 트럭은 주행 정보와 현재 위치를 인터넷에 공유하고, 같은 시간에 그 도로를 달리는 이용자가 그 차량의 경로를 따르겠다고 예약하는 시스템이다.

여러 대의 차량이 안전하게 뒤를 따라가는 볼보의 플래투닝 기술이다. 자율주행과 차량 간 통신이 서비스로 만들어지는 사례다.
여러 대의 차량이 안전하게 뒤를 따라가는 볼보의 플래투닝 기술이다. 자율주행과 차량 간 통신이 서비스로 만들어지는 사례다.

예약한 차량을 도로에서 만나면 자동으로 그 뒤를 따라 주행한다. 기계가 판단하는 자율주행이 아니라 선두 차의 운전 정보를 그대로 뒤 차량에게 전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당장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러 대가 아주 가까이 따라붙어서 달리는 게 가능하다.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도로 서비스가 생기는 셈이다. 안전과 연료 효율성에 대한 부분도 함께 끌어안는 서비스인 셈이다.

자동차의 미래, 그리고 세상의 연결 고리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보험이나 법률적인 부분에도 손질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의 첫 번째 목적은 ‘안전’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차량의 자율주행 기술을 믿지 못하는 이유 역시 ‘안전’이다. 사람은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운전 습관이 달라지고,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운전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움직이게 된다.

컴퓨터는 고장 외에는 컨디션이라는 개념이 없다. 프로그램된 상황대로 정확히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 과속 등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비약적으로 줄어들게 마련이다. 차량 사고의 판단이 달라질 것이고, 보험 서비스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 역시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하는 과제다.

차량의 형태도 변화한다. 아우디는 애초부터 자율주행의 방향성을 도시 개발과 연관 짓고 도시 미래 구상(Urban Future Initiative)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전 세계 도시 공학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그중 가족용 자동차의 자리 구조가 변하는 것이 눈에 띈다. 모든 자리가 앞을 바라보는 차량 대신 앞자리가 뒤를 향해 온 가족이 서로 마주 보는 실내를 그린 것이다.

출처: 아우디 도시 미래 구상 홈페이지
출처: 아우디 도시 미래 구상 홈페이지

운전을 책임질 주체가 없으므로 굳이 앞을 봐야 할 이유도 없다. 그에 따라 문이나 창의 모양,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1백년을 이어 온 자동차의 역사가 뿌리부터 변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엔진의 힘, 연비, 디자인 등으로 승부해 온 자동차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됐다. 그리고 그 답은 이제 혼자 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IT와 도시 인프라의 관점에 함께 접근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2017년 예산을 짜면서 9개 R&D 분야를 꼽았다. 국가적으로 집중해야 할 핵심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인데, 그 안에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스마트 시티가 있다. 상세 운영 안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두 산업이 만나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시내를 달리는 모든 차량은 제어 센터의 통제를 받는다. 자율주행부터, 갑작스러운 사고를 피하는 통제권도 도시의 역할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실시간 통신 기술이 있다.
시내를 달리는 모든 차량은 제어 센터의 통제를 받는다. 자율주행부터, 갑작스러운 사고를 피하는 통제권도 도시의 역할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실시간 통신 기술이 있다.

미국 교통부는 매년 스마트시티 챌린지를 개최하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기술로 완성하고 도시에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스쿨버스가 학교에 안전하게 도착했는지 부모에게 알려주고, 화물차 여러 대를 가깝게 붙여 공기 저항을 줄이는 자율주행 기술 등이 고민되고 있다.

자동차의 미래가 완성되는 데에는 민간의 기술 발전도 매우 중요하지만 결국, 자율주행 차량들이 완전한 틀을 갖추려면 정부나 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차량이 달리는 도시는 새로운 모양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율주행을 비롯한 자동차 관련 IT 기술은 차량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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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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