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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6일 경향신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한국진출 국제비영리단체들은 왜 ‘거리회원모집’에 올인할까”는 해외지원금 0원, 다단계 방식의 길거리 모금, 이상한 결산보고서 등의 키워드를 통해 국제비영리단체 한국 지부의 일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필자는 이 기사 내용에 반박하는 글을 썼고, 기자는 재반박의 글을 썼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이 글들과 함께 오가는 논의를 통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혹은 NGO) 전체의 모금과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라며, 더욱 많은 토론의 장이 펼쳐지길 바랍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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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진출 국제비영리단체들은 왜 ‘거리회원모집’에 올인할까

아마 경향신문의 기사 “한국진출 국제비영리단체들은 왜 ‘거리회원모집’에 올인할까”는 시민단체들에 당분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입니다. 1년 9개월 전에도 겪었던 일입니다. 기존 후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고, 새로운 후원자를 만나기는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지 이 기사가 F2F 모금[footnote]대면 모금[/footnote]에 관한 잘못된 인식과 공개된 결산 서류의 미흡을 지적하는 것이었다면, 이것이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후원을 해지하거나 NGO를 불신하게 될 이유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이 기사에서 NGO와 시민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느끼는 것은 기사 자체가 제목과 부제, 전체적인 느낌만으로 ‘후원금을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정확하게 무엇이 어떻게, 왜 문제인지 짚어내지 않고, 모호하고 포괄적인 불안감을 조성하여 오히려 그 파괴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아래에서 기사가 풍기는 모호한 문제제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1. 대면 모금은 에이전시에 맡기면 안 되나?

실제로 길거리 모금은 아르바이트, 직원, 마케팅 회사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점차 에이전시에 외주를 주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영국 등지에서 대면 마케팅은 매우 큰 시장이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대면마케터(F2F marketer)라는 직업 역시 꽤 알려져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NGO 역시 광고, 마케팅, 회계, 법무, 프로그래밍, 디자인 등을 가내 수공업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회계를 자원봉사에 맡기면 안 되나?’, ‘프로그래밍은 자원봉사자가 못하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회계사 자격증 가진 자원봉사자를 모십니다’가 비현실적인 것처럼, 전문 마케터를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역시 비현실적이다.

자원봉사자나 직원보다 전문 마케터에게 대면 모금을 맡기는 추세는, NGO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보다 에이전시가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많은 성과를 올리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자원봉사자나 직원으로 길거리 모금을 진행할 수 있으려면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고, 그 교육과 관리를 단체 내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이미 수백 명의 직원을 가진 월드비전이나 세이브더칠드런은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제 막 시작한 작은 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결국, 에이전시를 통한 대면 모금을 비난한다면, 이것은 사실 거대 NGO들만이 수용할 수 있는 비난이고, 기사에서 지적하는 ‘신자유주의적 행태’라는 것을 오히려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2. 에이전시는 다단계식 마케팅을 하고 있나? 기사는 문제를 잘 짚어냈는가?

기사에서 ‘에이전시 의뢰’를 비판하는 주요 논거는 소위 ‘다단계식 마케팅’이다. 이런 선정적인 용어의 근거는 “직원은 아래에 팀원을 둘 수 있고, 이들이 특정 금액 이상의 후원금을 따내면 팀장도 추가 수당을 받는다”는 말 한마디이다.

이것이 다단계식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면, 삼성전자 마케팅1팀의 실적이 좋으면 마케팅1팀 팀장이 추가 수당을 받는지부터 조사해야 한다. 혹시 수당을 받는다면, 왜 대기업이 다단계식 마케팅까지 동원하느냐고 따져야 한다. 상식적으로 팀의 실적이 좋으면 팀장도 추가 수당을 받는 건 ‘성과급’이지 ‘다단계’가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정작 기사는 뒤로 가면서 애초에 에이전시를 이용한 F2F를 비난했던 근거인 ‘다단계식 마케팅’ (혹은 정용인 기자의 페이스북 글에 의하면 ‘거리모금에 대한 전도된 인식’)이라는 주제는 무너진다.

F2F에 종사하는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싣는데, 이들은 ‘외국계 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에 F2F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었다’는 한탄을 한다. 대체 이 이야기는 이 기사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가? 기사의 전반부 논조라면, 도움과나눔 대표와 임팩트워커스 대표 역시 ‘거리모금의 전도된 인식’과 ‘다단계식 마케팅’(성과급제)의 주체로서 비난받을 대상이다. 그런데 기사 후반부에 갑자기 이들은 외국계 회사의 마케팅에 공격당하는(?) 피해자로 변모한다.

도움과나눔에서 시행하는 F2F 현장에서는 “적어도 그 단체의 활동을 통해 바꾸려는 문제는 뭐냐,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얼마나 필요하며, 돈이 투입된다면 어떻게 투입되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또 그 성과는 어떻게 측정해 보여줘야 하나’가 차근차근 설명”되고, 애프코(Appco)에서 시행하는 F2F 현장에서는 단체의 활동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기자가 페이스북에서 밝히고 있는 공익적인 목적과 달리, 뒤로 갈수록 결국은 기존의 시민단체, 기존의 에이전시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데에 대한 이해갈등만이 진하게 느껴지고, 결국은 이것이 이 기사의 근간이지 않았나 의심하게 된다.

더 근본적으로, 만약 에이전시가 다단계식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거대 NGO들이 우월한 자본력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F2F에 뛰어들고 있다면 그 비난을 세계자연기금(WWF)이나 그린피스, 컨선월드와이드 등 신생 NGO들에게 하는 것이 정당한가?

정말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에서 돈을 빨아들인다고 주장하려면 한해 2~3,000억원씩 후원금을 모집하는 월드비전,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의 F2F에 대해 이야기해야지[footnote]이들 역시 에이전시를 사용한다.[/footnote], 왜 이제 막 한국에 발을 들인 소규모 NGO들만 골라서 이들이 마치 거대 자본인 것처럼 이야기하나? 심지어 이런 서술은 뒤에서 이야기하는 ‘돈은 실컷 쓰고 본부에 가져가는 돈은 얼마 안 된다’는 ‘폭로’와도 상충하는 말이다.

3. ‘국제 구호단체’는 ‘국외지원 0원’이면서 국제 구호를 하는 척 거짓말을 하는가?

부제로 “국제단체들 해외지원금 ‘0원’의 미스터리”라는 엄청나게 자극적인 문구를 달아놓고, 이의 근거는 겨우 설립 1주년을 맞고 있는 컨선월드와이드와 설립한 지 2년 된 옥스팜, 설립한 지 5년 된 그린피스를 들고 있다.

일단 컨선월드와이드는 이제 막 시작한 단체로, 직원들 월급 주고 사무실 유지할 돈도 못 만들고 있으며, 그마저도 본부로부터 돈을 받아 해결하고 있는 것이지, 국제 구호에 써야 할 돈을 어디 잘못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린피스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한데, 애초에 그린피스는 ‘국제 구호단체’가 아니다. 그린피스는 주로 말과 글[footnote]요즘은 이미지와 영상[/footnote]을 이용해 싸우는 곳이고, 환경에 관한 여론 조성과 홍보, 연구를 주업으로 하는 단체이다. 한국처럼 환경 이슈가 많은 곳에서 그린피스는 겨우 2011년에야 들어왔다.

이들은 다른 단체에 비해 후원금에 매우 덜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는 이들이 애초에 목표하는 바가 ‘이슈 메이킹’과 ‘여론 조성’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이들에게 내는 돈은 당연히 이들의 활동비로 쓰이는 것이고, 후원자들도 이 돈으로 북극곰 집에 에어컨이라도 놔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이 기부받은 돈을 국내 활동에 쓰고 있는 것이 대체 뭐가 문제인가?

‘기부금 중 지원금 비율’이라는 프레이밍은 시민단체 전체를 뒤덮은 암흑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난민을 돕는 변호사 단체’에 기부하면서 ‘기부금 중에 얼마를 난민에게 줬나?’를 묻는 것이 실제로 대중 인식의 현실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당연히 난민에게 주는 돈은 없다. 그 돈을 그냥 난민에게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변호사는 로펌에 다니면서 기부를 수천 만 원씩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난민을 위해 인생을 바친 변호사는 기부금으로 사무실 월세 내고 활동가 월급 줬다는 이야기를 당당히 하지 못한다. 바로 이런 기사가 퍼뜨린 막연한 거부감 때문이다.

4. 국제기구는 ‘모인 돈보다 돈을 모으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큰’ 장사를 하는가?

이 기사의 백미는 회계사와 함께 결산 서류를 검토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마치 기업의 분식회계를 잡아내듯, 1년 동안 19억 원을 받았는데 비용을 50억 원 사용했다며 ‘이상한 결산보고서’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 이것이 어마어마한 회계 부정인 양 ‘공개되지 않았을 뿐 실상은 폭탄에 가깝다’는 말로 이어간다.

이는 옥스팜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1년 결산 자료를 보고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옥스팜은 물론 대부분의 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NGO들은 ‘정기후원자’의 비율이 ‘일시후원자’의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footnote]높은 수준이 아니라 거의 ‘정기후원자’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또 긴 이야기이다.[/footnote] 즉, 여기서 받은 ‘19억 원’의 대부분은 일시금이 아니라 할부금인 것이다. 정기후원금은 환산 기준으로 환산하여 다뤄야 한다. 연령대, 지역, 성별 등에 따라 다른 가중치를 두어 계산할 수 있으며, 한국처럼 기부 지속성이 좋은 나라에서 ‘월 만원 기부자’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수십 만 원에 이르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이 부분에서 기사의 목적이 불분명해지는데, 마치 엄청난 회계부정을 고발하는 듯한 분위기만 풍기고 별다른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제3자들[footnote]뒤에서 다루겠지만 사실 이들이 제3자가 아닌 이해당사자라는 것이 이 기사의 가장 큰 문제이다.[/footnote]의 인터뷰를 줄줄이 다루어 ‘폭탄’과 같은 선정적인 단어로 이를 표현하면서도 그래서 이게 왜 문제인지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기후원의 속성을 모른다고 쳐도, 이건 ‘돈도 얼마 못 벌면서 투자는 엄청 했네’에 불과하다. 그건 그냥 투자 실패일 수도 있고, 홍보 비용과 효과의 시차일 수도 있다. 결국, 이 부분에서도 뭐가, 왜, 어떻게 문제인지는 전혀 없이 막연한 공포심만을 불러일으켰다.

5. 이 기사의 근간, 인터뷰 대상

이 기사는 그 시작부터 끝까지 인터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누구인가? 익명의 인터뷰를 제외하면 한국기부문화연구소, NPO스쿨, 도움과나눔, 임팩트워커스 대표들이다. 이 단체들은 누구인가? 바로 이 기사에서 그렇게 비관적으로 표현한 ‘NGO F2F 마케팅 에이전시’이거나 그와 유사한 단체들이다.

그렇다면 이건 에이전시들의 통렬한 자아비판인가? 당연히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기사는 뒤로 갈수록 F2F 마케팅의 주체인 이 업체들을 오히려 ‘외국계 마케팅 회사’의 피해자로 표현하고 있다. 반면 기사의 곳곳에서 보이는 “다단계를 흉내 낸 외국계 에이전시”, “영업 세일즈를 전문으로 하던 회사”가 세계 1위의 대면 모금 에이전시인 ‘애프코’라는 영국계 회사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전체적으로 애프코와 그 고객사들에 불분명한 비난의 화살을 보내면서도, 정작 무엇을 때리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지목된 그린피스와 세계자연기금은 애프코의 중요한 파트너 회사이자, 애프코의 뛰어난 능력으로 단기간에 마케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단체들이다. 잘은 모르지만, 컨선월드와이드도 정황상 애프코의 고객사일 것으로 추측한다. 결국, 이 기사는 애프코 고객사들을 불명확한 이유로 비난하면서[footnote]정작 드러난 비난의 내용은 글로벌 NGO 전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을 내용이다.[/footnote] 그 문제의 원인을 ‘특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암시한다. 그리고 심지어 이러한 비난의 근거와 논리를 애프코와 경쟁 관계에 놓여있는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얻고 있다.

대형 NGO의 대면 모금 공고들. 이들 역시 돌담, 키스템프, 도움과나눔 등 에이전시를 통한다.
대형 NGO의 대면 모금 공고들. 이들 역시 돌담, 키스템프, 도움과나눔 등 에이전시를 통한다.

위와 같은 구도에서라면 엄청난 비리를 폭로하는 듯하면서 글로벌 NGO중 가장 작은 신진 단체들만을 골라 공격하는 우스운 행태를 조금 새롭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기사의 흐름을 기사의 토대를 제공한 국내 업체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조성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기사는 F2F의 문제에 대해 지적할 것이 훨씬 많은 수많은 거대 NGO들을 모두 제쳐두고 한국 마케팅 에이전시 입장에서 때려도 상관없는 단체만 때렸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모양새이다.

이것은 마치 “아이폰에서 발암물질 나와”라는 제목의 기사에 그 근거와 결론을 모두 삼성 상무의 인터뷰에서 따오는 것과 같다. 이 기사가 심지어 더 나쁜 것은, ‘아이폰’을 ‘외국산 스마트폰’이라는 말로 모호하게 처리하고 ‘발암물질 검출’이 아니라 ‘회계적으로 말이 안 돼… 밝혀지면 폭탄이 될 것’과 같은 모호하고 선정적인 말로 어둠만 흩뿌렸다는 점이다.

이 기사가 흩뿌린 어둠은 시민사회 전체를 물들일 것이고, 생각보다 높은 사명감과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일하는 대면 모금 활동가들만 행인의 비난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나는 척박한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활동해온 한국기부문화연구소, NPO스쿨, 도움과나눔, 임팩트워커스가 우리 시민사회에 귀중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시민사회에 한 기여는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 기사를 써 주신 정용인 기자 역시 매우 드문 보석 같은 분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시민사회에는 더 많은 관심과 비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모호하면서도 선정적이다. 이 기사가 불러올 엄청난 후폭풍을 생각한다면, 이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의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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