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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속 남과 여: 인스타그램 남편

“주체가 자신을 발견하고 가장 먼저 느끼는 곳은 타자 속에서다.”

-자크 마리에밀 라캉(Jacques Marie Emile Lacan)

나는 활기찬 두 남자(5살 아들과 남편)와 함께 30대 주부로서 치열한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직 대단한 소셜미디어(SNS)광이 되기엔 꽤나 게으른 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한지라 보기 좋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는 ‘아, 이건 사진 찍었어야 하는데.’ 후회하고, 멋진 사진을 찍어 놓고 ‘너무 자랑하나’ 싶어 게시를 자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름답고 비싼 음식이나 멋진 경관 앞에서 사진을 더 담고 싶고 누가 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만큼은 소셜미디어 그녀들과 같다. 우리는 타인의 관심과 인정에 목마른 여인 혹은 주부들이다.

인스타그램 남편 혹은 남자친구

최근 유튜브는 ‘인스타그램 남편(Instagram Husband)’ 바이러스에 사로잡혔다. 이 동영상은 2015년 12월 업로드 이후 지금까지 조회 수 5백5십만을 훌쩍 넘겼다. 제프 호튼이 제작한 ‘인스타그램 남편’이 얻고 있는 동시대의 공감은 인스타그램 남편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여성 유저 문화를 여실히 반영한다.

‘인스타그램 남편’은 남편들이 아내의 인스타그램 사진 촬영을 위해 헌신하고 일조하는 일상을 흥미롭게 그린다.

“제 이름은 제프예요. 저는 인스타그램 남편입니다. 제 역할은 아내가 사진에 더 이쁘게 나오게 하는 거예요. 우리는 음식을 먹곤 했죠. 이제 우린 음식 사진을 찍습니다.”

“제 이름은 트레이예요. 전 인스타그램 남편입니다. 전 핸드폰 앱을 다 지웠어요. 제 와이프 사진들을 저장할 공간을 얻기 위해서요.”

“안돼 자기야. 먹으면 안 돼. 사진 찍어야 하잖아!”

인스타그램 남편

소셜미디어라는 압박 

이토록 헌신적인 남자들의 사랑을 듬뿍 누리고 있는 인스타그램 그녀들은 자신의 페이지에 더 아름답고 화려하고 완벽한 일상을 담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비교적 인기 있는 그녀들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들여다 보라. 인스타그램은 때때로 허황됨의 정도를 증명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 나란 사람
  • 내가 사는 곳
  • 내가 방문한 곳
  • 내가 먹은 것
  • 내가 입는 것
  • 내가 가진 것

나를 둘러싼 이 모두가 얼마나 화려하고 대단하고 행복한지, 심지어 우리 아이가 얼마나 멋진가를 보여주며 타인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유저일수록 팔로워 수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

인스타그램

2014년 커런트 마케팅 에이전시의 설문 결과 무려 61%의 밀레니얼1 엄마가 소셜미디어 압박으로 난처함을 표한다. 커런트 마케팅 에이전시 실무자 에이미 콜튼은 “엄마들, 특히 젊은 엄마들은 완벽한 삶을 보여주기 위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소셜미디어와 나르시시즘 

그녀들은 왜 소셜미디어 압박감에 휩싸여 ‘인스타그램 남편’을 애쓰게 하는가? 왜 그녀는 사랑하는 아내 사진을 애써 찍어주는 남편의 관심이 아닌 팔로워 관심과 인정에 목말라 하는가?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인간은 타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때만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자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나르시시즘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크리스틴 해먼드 [기진맥진한 여성의 안내서] (The Exhausted Woman’s Handbook, 2014)를 쓴 정신 건강 상담전문가 크리스틴 해몬드(Christine Hammond, 사진)는 나르시시즘이 남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해몬드가 말하는 여성 나르시시즘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아름다움을 표출해서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 내가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해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해

힘, 권력, 통제, 지위 등을 높여 준다고 믿는 돈을 자랑하려고 남들에게 보여준다. 더불어 자녀를 자기 삶의 연장으로 간주한다. 아이들이 이룬 결과가 우월한 부모됨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다른 남자를 라이벌로 여기지만, 여자는 다른 여성보다 우월함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완벽함, 우월함에 집착한 인스타그램 페이지는 소셜미디어의 허황, 현실 괴리, 가짜 현실을 야기하고 사회적 비교와 소셜미디어 질투를 더 가중하고 있다.

Festinger사회심리학자 리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사진)는 남들의 성공과 실패를 비교해서 우리 자신을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사회적 비교 이론’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타인 비교, 인정받음에 집착하는 밀레니얼 소셜미디어 유저일수록 열등감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책 [무의식에로의 초대 프로이트&라캉]의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나르시시즘은 언젠가 실현될 완벽한 자아를 환상적으로 기대하게 만드는데, 이러한 환상적 예견은 이후 모든 대상관계에 깊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1.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 통상 1948~1964년 출생자를 베이비붐 세대, 1965~1979년 사이 출생자들을 X세대로 분류하는데,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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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엠제이
초대필자.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위스컨신대의 커뮤니케이션아트, 카이스트대학원 소셜컴퓨팅을 연구하고 방송 통역과 인터넷 강의 등에 참여하며 미디어 언저리를 서성이는 중. 당신의 관계, 심리를 알고픈 희망을 품은 채 '소셜미디어의 남과여'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다. → 페이스북 l 블로그 l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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