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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소박한 인생 로망 프로젝트. 라즈베리파이(RaspberryPi3)를 이용해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오락실 게임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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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가 모두 준비되었으니 케이스 제작부터 시작해 봅니다.

1. 도안 

먼저, 케이스 형태를 구상하여 설계해야 합니다. 목공 설계는 처음 시도하는 거라 막연했는데, 한 문서(CNC Plans for Bartop based on Weecade)를 발견하여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이 도안을 기초로 스케치업(SketchUP)을 이용하여 저에게 맞게 커스텀하여 도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케이스 제작이라 실패를 고려하여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MDF를 이용하였습니다. 두께는 T12(12mm).

기본 도안을 이용하여 스케치업으로 커스텀한 최종 도안
기본 도안을 이용하여 스케치업으로 커스텀한 최종 도안
  • 쾌적한 2인 플레이를 위해 케이스 가로 폭을 500mm까지 넓힘
  • 스틱 조작부 역시 안정적인 조작환경을 위해 세로 폭 확장
  • 앞면 하단에는 사운드 On/off와 볼륨조절을 위한 앰프 노출 위치 정리
  • 뒷면에는 전원 스위치와 동전 수거 등으로 자주 여닫기 위해 별도 문 만듬
  • 스피커 부 타공영역 재수정(직경이 최소 3mm 이상 되도록)
  • 조이스틱은 6버튼 레이아웃
  • 조이스틱 레이아웃은 사용자마다 버튼수와 형태가 다를 수 있으니 레이아웃 사이트 참고 (→ joystick controller layout)
  • 원활한 CNC 작업을 위해 유닛마다 최소 3mm의 간격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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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업으로 작업된 도안을 함께 공유합니다.

보통 CNC [footnote]CNC; Compurter Numerical Control의 약자. 컴퓨터를 이용해 공작물에 대한 공구 위치를 수치 정보로 제어하는 것. [/footnote] 작업을 의뢰할 때는 하위 버전의 오토캐드 문서로 변환하여 전달해야 작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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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공 

도안이 완성되었으니 이제 가공을 진행할 차례입니다.

애초 계획은 MDF 가공까지 직접 하려 했으나, 직소기와 타공기계 등 공구와 장소 준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MDF 가공 시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문제로 부득이하게 CNC 작업을 목공소에 의뢰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제작하게 된다면 원목을 이용하여 이 부분까지 꼭 직접 하고 싶습니다.

CNC 작업 의뢰를 위해 업체를 알아봤는데, 개인을 상대로 거래하는 업체가 적은 데다 가공 금액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재료비와 가공비를 포함해서 최소 5만 원 ~ 최대 18만 원까지.

일반 MDF 이외 다른 재료, 고밀도나 검정으로 코팅된 MDF, 혹은 원하는 목제 등을 이용하여 가공을 요청할 때엔 재료를 구입해서 작업실로 가져가는 배송료가 추가로 붙더군요.

여러 업체에 도면과 견적 요청 메일을 보내고 협의하는데 열흘 이상 걸렸습니다. 그리고 최종으로 ‘목리’라는 업체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가격도 저렴했지만, 사장님이 ‘CNC 의뢰 처음 해보시죠?’라면서 친절히 이것저것 말씀해 주셔서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오락실 게임기

작업을 의뢰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제작물이 집으로 배송되었습니다. 요청한 도면대로 깔끔하게 가공되었고, 테이핑과 뽁뽁이로 마무리까지 꼼꼼히 처리된 상태였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공된 MDF를 보니 당장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군요. 그러나 소음이 발생하기에 늦은 시간에 작업이 어렵다고 판단, 어쩔 수 없이 주말까지 기다렸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그 사이에 라즈베리파이 세팅을 했지만).

아파트 주차장 근처에서 재료를 가지고 나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각 게임기 양쪽 판에 뼈대가 될 나무들을 목공 본드로 고정하고 못으로 마무리합니다. 뼈대가 되는 부분이라 갈라짐이 없는 각목을 사용해야 했었는데, MDF를 사용했더니 세로 면의 못 박은 부분이 어김없이 갈라지네요. 어쩔 수 없이 여러 방향으로 못을 박아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오락실 게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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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고정을 위해서 케이스 전체 조립에는 나사못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라기리’라는 장비를 사용하여 나사못에 의해 MDF가 쪼개는 걸 방지하고, 나사 머리 부분이 MDF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외관상 미려하게 보이기 위해) 드릴 작업까지 마무리했습니다. 그런 후, 각각 위치를 잡아 MDF 부품들을 튼튼히 연결하여 케이스 조립을 완성하였습니다.

3. 모니터를 케이스에 연결하기

케이스가 완성되었으니 이제 모니터를 준비해 봅니다.

누구나 집의 냉장고 깊은 구석(?)에는 사용하지 않는 모니터 한 대 쯤은 있을겁니다. 저도 집에 LG 17인치 모니터가 있어 이를 사용했습니다. :)

일반적인 LCD/LED 모니터는 뒷면에 벽걸이용 브라켓과의 연결을 위한 나사 구멍이 4개가 존재합니다. 모니터 외관의 플라스틱 케이스를 모두 제거한 후, 4개의 나사 구멍을 나무판에 고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사용하는 LG 17인치 모델은 특이하게 브라켓 연결 부위가 모니터 하단에 위치해 있더군요. 그것도 하단에 굴곡으로 인해 MDF판을 연결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제거한 플라스틱 케이스를 다시 조립하고 후면 케이스에 직접 나사못을 박아 고정했습니다.

모니터를 게임기 케이스에 고정할 때 중요한 것은 모니터가 케이스 가운데 위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작하는 게임기를 어느 눈높이에 두고 플레이 할 지를 고려하여 모니터 각도를 고려하여 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사운드와 조명 연결 

모니터를 연결했으니 이제 사운드를 세팅할 차례입니다. 비록 고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임기라도 가볍게 땡땡거리는 싸구려 사운드를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게임에서 사운드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중저음을 어느 정도 지원하고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는 ‘삼이 FR-100B09’ 모델의 4인치 스피커 유닛 한 쌍을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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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와 쌍을 이루는 앰프도 달아주었습니다. 외국에서 게임기 제작시 주로 사용하는 미니앰프(ma-170)를 사용했습니다. 차량용으로 제작된 앰프로 작은 사이즈에 가격대 성능이 우수하며, 사운드 볼륨은 물론 톤과 베이스도 조절할 수 있고 순차적으로 변화하는 LED까지 있어서 인테리어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게임기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또 다른 요소는 조명입니다. 좀 더 오락실다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푸른색의 LED조명(LED T5)를 이용했습니다. 조명을 직접 보면 눈이 아프지만, 전면부에 투명아크릴과 그림을 인쇄하여 마키(Marquee)작업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간접조명으로 멋진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게임기 전면부에 푸른색 간접조명이 좀 더 밝고 넓게 퍼지도록 안에 은박지도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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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트지로 외관 작업하기

이제 케이스 틀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으니 외관을 꾸미기 시작합니다. 게임기의 메인 컬러는 블랙으로 결정하고(오락실 게임기는 역시 블랙), 꾸미는 방식을 결정해야 합니다.

페인트와 락카, 그리고 시트지를 바르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페인트는 칠하는 과정도 번거롭고 이후 완전히 마를 때까지 냄새가 나서 제외했고, 스프레이 타입의 락카는 화학물질의 흡입 우려가 있어 개인적으로 더 싫어하므로 제외했습니다. 그럼 남는 건 시트지군요.

블랙 시트지로 가볍게 진행하려 했는데, MDF에 시트지가 완벽히 접착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뜰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시트지 작업을 할 때는 접착 면을 강화시키는 ‘프라이머’를 MDF 면에 바른다고 합니다. 결국, 다시 주말을 기다려 프라이머를 MDF에 바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바른 후 2시간 정도 지나자 투명해지면서 완전히 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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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머가 완전히 마른 후, 바로 시트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프라이머를 바른 덕분일까요? 들뜨는 부분 없이 모서리 부분까지 아주 깔끔하게 처리되었습니다. (어쩌면 플라시보효과 일지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케이스 전체에 시트지 작업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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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피커 부와 조이스틱 부의 구멍을 모두 칼로 도려내야 하는 작업이 남았습니다. 특히 스피커 부와 뒷면 환풍구에는 구멍이 많아 극강의 반복작업이더군요. 반복 작업을 하면서 왜 사람들 대부분이 시트지가 아닌 락카로 칠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굴의 의지로 시트지 작업 완료했습니다. 끝없는 반복 작업을 위해서는 음악이 필수적입니다(!)

시트지 작업을 모두 마치고, 준비해 놓은 아날로그 스틱과 버튼을 임시로 설치해 보니 이제야 게임기다운 느낌이 들며 뿌듯한 기운이 드네요. 빨리 게임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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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케이스의 외관이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최대한 깔끔하고 완벽히 하려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걸렸습니다. 이제는 게임을 구동시키기 위해 라즈베리파이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아날로그 스틱과 전기배선을 연결할 차례입니다. (마지막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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