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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GO’ 1박 2일 체험기: 우린 덕후가 아니에요

1. 1박 2일 포켓몬 GO 

1박 2일 동안 속초에서 체험해본 ‘포켓몬 GO’는 종합적으로 무척 잘 짜인 게임이었다. 조작이 쉽고 콘텐츠 자체의 재미도 뛰어났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게임이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에서 이전의 모바일 게임들은 하지 못했던, 미답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점이었다.

포켓몬 GO 삼매경

포켓몬 GO 삼매경

2. 몬스터 수집, 몸을 움직여라 

이 게임의 일차적인 목표는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수집한 몬스터는 자신의 소유가 되며 몬스터를 강력하게 훈련시키면 이를 이용해 특정 지점에 자신의 아이디가 새겨진 체육관을 지을수 있다(남의 체육관을 뺏는 것도 가능하다).

몬스터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게임 내 플레이어가 일정 거리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가야만 화면에 나타난다. 게임 내 지도가 실제 현실 지도와 1:1로 연동되기 때문에 게이머는 우선 몬스터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고 최대한 발품을 팔아야만 한다.

포켓몬

발견한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포켓볼’이라는 게임 내 아이템이 필요한데 이건 두 가지 방법으로만 구할 수 있다. 돈을 주고 사거나 ‘포켓스탑’이라는 게임 내 특정 지점(속초의 경우 버스터미널, 시청, 중앙시장 등)을 방문하는 것이다.

포켓몬 고

포켓볼이 다 떨어졌는데 돈을 주고 결제하거나 포켓스탑 방문을 하지 않으면 게임은 사실상 더는 불가능하다. 몬스터는 계속 나타나지만,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통상 모바일 게임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 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포켓몬 GO는 이런 게 없다. 공짜로 게임을 하고 싶으면 무조건 몸을 움직여야 한다.

3. 제주 올레길 떠올리게 한 ‘포켓스탑’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게임을 이해한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포켓스탑을 따라 순례하듯 움직인다 . 게임에 돈을 안 쓰려면 포켓스탑에서 포켓볼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속초 게이머들의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좀비 같다’고 평했었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이머들은 포켓볼을 충전하기 위해 다음 포켓스탑을 향해 움직이다가 몬스터가 나타나면 잡기 위해 멈춰 선다. 그리고 몬스터를 잡으면 다시 포켓스탑을 향해 움직이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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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스탑이 한 지역에 몇 개씩 뭉쳐있는 경우도 있다. 게이머들은 이를 ‘명당’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곳은 적게 걸어도 포켓볼 충전을 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속초의 경우 엑스포 공원에 포켓스탑 3개짜리 명당이, 속초 해수욕장에 포켓스탑 4개짜리 명당이 있다.

일부 방송에서는 좀비처럼 계속 화면을 주시하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게임이 위험하다고 지적하던데, 게임을 직접 해보면 그게 괜한 오지랖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게임 화면만 켜두면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 즉각 진동으로 알림이 오기 때문에 게이머가 굳이 계속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

플래카드, "포켓몬 GO는 안전이 확보된 곳에서 즐기세요."

플래카드, “포켓몬 GO는 안전이 확보된 곳에서 즐깁시다!”

 

나는 게이머들이 그렇게 빠져들 만큼 이 게임이 재미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거나 좀비도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나는 포켓스탑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주올레의 올레꾼들을 떠올렸다. 가능하다면 제주올레길을 따라 포켓스탑을 설치하고 길의 특성에 따라 그곳에만 등장하는 몬스터를 설정해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게임을 위해 속초에 가듯 제주로도 달려갈 것이다.

4. 포켓스탑과 수익모델  

포켓스탑은 이 게임의 수익 모델에서도 주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이전까지 모바일 게임들의 고민은 게임을 하는데 결제하지 않는, 이른바 ‘무과금 고객’들이었다. 만들어놓은 게임이 아무리 다운로드가 많이 돼도 결제하는 게이머가 적으면 장사가 안됐다. 그러나 포켓몬GO는 다르다. 포켓스탑이 일종의 광고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고

 

제작사도 이 점을 십분 고려한 아이템들을 이미 게임 내에 넣어놨다. 이를테면 ‘루어모듈’은 포켓스탑을 강화하는 아이템이다. 이게 꽂힌 포켓스탑은 인근 몬스터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몬스터들을 손쉽게 잡을 수 있으니 게이머들도 미끼를 쫓는 물고기처럼 루어모듈이 꽂힌 포켓스탑 주변을 계속 맴돈다.

소비자의 반복 시청이 중요한 광고를 집행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지금까지 게임뿐 아니라 어떤 모바일 서비스도 온라인 공간과 현실 세계를 이렇게 단단하게 연결하지 못했다.

5. 우린 덕후가 아니에요 

사람들은 속초에서 몬스터 잡고 있는 게이머들이 대부분 유별난 덕후일 거라고 상상하는 것 같다.

포켓몬스터는 게임이 만화화하면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실제 현장에는 포켓몬스터 만화를 한 번도 보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귀엽게 생긴 몬스터가 보이길래 열을 올려 잡았는데 정작 물어보면 이름을 모른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자기가 뭘 잡았는지 검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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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으로 휴가를 온 가족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9세 아들과 45세 아빠가, 22세 딸과 59세 아빠가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 어디 그리 흔한가. “여기 오리 있어요. 여기”라고 소리치자 온 가족이 “어디 어디”를 중얼거리며 몬스터 위치정보를 받기 위해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6. 한국형 포켓몬 GO? 

포켓몬 GO가 뜨자 어김없이 한국형 포켓몬 GO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불필요한 얘기다. 포켓몬 GO의 성공은 기술력이 아니라 원작인 ‘포켓몬스터’라는 콘텐츠가 가진 디테일과 서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이 개발되는 꼴을 보고 싶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지도 제한부터 푸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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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70마리 잡았다! 

1박 2일 동안 총 46종, 170마리 정도의 몬스터를 수집했다. 실 게임 시간은 8시간 정도. 한 시간에 20마리 정도 잡는다고 보면 된다. 경춘 고속도로를 타고 갈 때는 미시령 휴게소, 강릉 방면에서 속초로 해변을 따라 이동할 때는 양양 인구해수욕장 부근부터 몬스터를 만날 수 있다. 시속 80km 정도의 속도면 움직이는 차 안에서도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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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동환
초대필자. 기자

74kg. 살찌지 않고 싶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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