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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소유하는 것은 누구인가?

한국에서 뉴스는 언론사의 브랜드에 따라 소비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조선일보의 뉴스인지 아니면 한겨레의 뉴스인지를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죠. 물론 브랜드(언론사)를 확인하고 기사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요.

네이버 뉴스스탠드

네이버 뉴스스탠드

뉴스 유통 전쟁: 포털과 소셜미디어 완승 

대부분은 포털, 특히 네이버와 다음(Daum)을 중심으로 뉴스가 소비됩니다. 포털 첫 화면에 노출된 뉴스는 언론사의 온라인 편집기자나 포털의 뉴스 에디터들이 선정한 기사입니다. 수많은 기사 중에서도 편집기자나 에디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템만이 노출되는 것이죠. 물론 그들은 상대적으로 객관적입니다. 그렇게 훈련을 받고 늘상 훈련을 하니까요.

그렇게 골라진 기사 중에서도 최종적으로 독자의 간택(?)을 받기 위해서는 제목과 섬네일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매력적이고 섹시한 제목과 섬네일을 다느냐에 따라 클릭률은 천지 차이죠. 그러다 보니 자극적이고 과한 제목과 섬네일이 많아졌습니다. 선택되지 않으면 그 기사는 아무리 좋은 기사라도 의미 있는 것이 아니게 되니까요. 마치 김춘수의 유명한 시 ‘꽃’과 같달까요?

내가 클릭을 하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정보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들이 공유한 뉴스 중에서 관심이 가는 것을 클릭합니다. 믿을만한 지인이 선정해준 뉴스니까 또는 여러 명이 공유한 기사니까 믿고 신뢰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이경우에도 대부분은 직접 클릭해서 뉴스를 읽는 것이 아니라 제목이나 섬네일 혹은 담벼락의 멘트나 댓글을 보고 대략 추측하고 넘어갑니다. 댓글을 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뉴스를 제대로 읽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경우가 많죠.

이렇듯 국내에서 뉴스 유통의 키(Key)는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에 있지 않습니다. 포털이나 소셜미디어와 같은 기술 회사에 달려있죠. 그들이 어떻게 알고리즘을 조정하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언론사와 어떤 뉴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노출되는 기사가 달라집니다.

유통의 키를 두고 오랫동안 언론과 기술회사가 다퉜지만, 요즘은 기술 회사의 완승입니다. 기사로 공격도 해보고, 협박도 하고, 하소연도 해보고, 뭔가 새로운 루트를 찾아 나서보기도 했지만, 결국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은 포털이나 소셜미디어였으니까요.

Moyan Brenn, CC BY ND https://flic.kr/p/eNgbFm

뉴스 유통을 둘러싼 전쟁에서 언론사는 완전히 패배했습니다. (출처: Moyan Brenn, CC BY ND)

그래서 어떻게 하면 네이버에 그리고 페이스북에 더 많은 기사를 유통할 수 있을 것인가가 요즘 언론사의 화두죠. 어떻게 하면 여기서 탈출해서 우리만의 뉴스 플랫폼을 만들 것인가를 논의하는 곳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혹은 심지어 불가능한지, 잘 알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자신들의 사이트가 랜딩 페이지가 되기 바라기보다는 더 많은 플랫폼에 더 많은 기사를 유통해 인지도도 높이고 부가적으로 트래픽도 높이자는 것이 요즘 언론사의 전략입니다. 그것조차 최근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조정으로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만. 그런 점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한 머니투데이의 티타임즈나 중앙일보의 실험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입니다.

플랫폼과 언론사 중 누가 독자를 소유하였나? 

우리네보다는 조금 더 늦게 기술 회사가 기사 유통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미국에서는 요즘 언론사와 기술 회사의 심리전이 치열합니다. 가디언의 혁신을 이끌고 현재는 콜롬비아대 언론대학원 디지털 저널리즘 센터장으로 활약하는 에밀리 벨은 꾸준히 기술 회사를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벨은 최근 콜롬비아 저널리즘 리뷰에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뉴욕타임스의 페이스북 페이지

뉴욕타임스의 페이스북 페이지

벨은 페이스북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는 사람이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1. 그 독자는 뉴욕타임스 독자인가?
  2. 아니면 뉴욕타임스를 읽는 페이스북 사용자인가?

무슨 차이가 있나 싶기도 하면서도 생각할수록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질문입니다. 한 언론의 고위 임원은 기술 회사에 대해 ‘적이자 친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더군요.

사실 2015년 초만 하더라도 애플뉴스나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스냅쳇 디스커버와 같은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이곳에 기사를 유통하고 있죠. 온라인상에서 얼마나 빨리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벨이 속한 토우센터에서는 언론사와 플랫폼 회사에서 일하는 6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15 명의 소셜미디어 관리자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선정한 9개의 언론사가 12개의 플랫폼에 공유한 기사 링크와 전체 기사를 일주일 동안 정량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아래와 같은 두 가지 결론을 끌어냈습니다.

  1. 최근 언론사와 플랫폼과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훨씬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2. 실리콘밸리에 있는 극소수 기술 회사(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들이 뉴스의 제작과 유통 그리고 수익 창출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언론사의 불투명한 미래 

언론사 조직원은 그들의 브랜드 파워나 독자와의 관계가 약해질까 봐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죠. 이전에는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이니까요. 또한, 그들보다 앞서 비슷한 과정을 거친 한국을 보면 걱정이 클 법도 합니다. 그리고 불확실한 수익 전망과 유통 환경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뉴스가 소비되는 것처럼 브랜드의 인지 없이 뉴스가 소비될까 봐 두렵다고 합니다.

물론 그들은 기술회사가 언론사의 잠재적인 생명줄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언론사를 혁신하기에는 기술 회사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적다고 불만입니다. 데이터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기술 회사들은 조금 더 많은 정보를 그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플랫폼 상에서 독자들이 언론사를 구독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또한, 그들은 기술적인 장비나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언론사에 돌아가는 혜택은 아닙니다. 규모가 큰 언론사나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된 언론사는 이들과 더 친해졌지만, 규모가 작거나 지방의 언론사들은 점점 잊히고 있습니다.

Pablo Fernández, CC BY https://flic.kr/p/5WwYyj

플랫폼 전쟁에서 패배한 언론사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출처: Pablo Fernández, CC BY)

어떤 이들은 매우 냉소적이었습니다. 플랫폼 간의 전쟁에서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죠. 혹시 기술 회사가 ‘하나의’ 언론에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대다수 언론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물론 모든 중소 언론사와 지방 언론사의 위기는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과거의 방식보다 현재의 플랫폼 상황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확산시킬 수 있었으며 그들의 홈페이지가 닫히게 되더라도 소셜에서는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기술회사의 인프라에 매혹당한 것이죠.

언론사 대다수가 다양한 플랫폼에 더 많은 이야기를 싣고 있지만, 이것이 수익으로 이어지거나 향후 어떤 긍정적인 결과( 그러니까 투자 대비 더 큰 결과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단지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죠.

소셜미디어 전략: 정착지 전략 vs. 유통 전략 

기술 회사에 제공된 기사 중에서는 애플뉴스가 가장 큰 볼륨을 자랑합니다. CNN이나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곳에서 자동으로 대량의 뉴스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인이나 왓츠앱과 같은 메시징앱에 뉴스를 제공하는 곳들도 있지만 아직은 소수의 실험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애플뉴스

애플뉴스

트위터 로고언론사마다 플랫폼에 기사를 유통하는 방법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습니다. 대다수 언론에서 트위터를 통해 많은 수의 링크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비록 트위터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비해 자신들의 홈페이지로 유입되는 양은 적었지만요. 아마도 사용의 간편성과 더불어 속보에 있어서는 가장 빨리 그리고 많이 확산된다는 점이 고려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난 점은 스냅챗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디스커버 채널 이외에도 개인의 스냅 스토리에 많은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는 언론사 뉴스를 서비스하는 공간이었고, 스토리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공간이었는데, 스토리를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죠. 뉴욕타임스만이 조사기간 중 스냅챗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스냅챗

정착지(그러니까 랜딩 페이지, 자사의 홈페이지와 같은 물리적인 공간을 의미)가 될 것인가 아니면 유통(여러 다른 플랫폼에 자사의 기사를 뿌리는 것)을 할 것인가는 언론사마다 전략이 다릅니다. 버즈피드와 같이 정착지 전략보다는 유통 전략을 통해 자기의 브랜드와 콘텐츠를 강조하는 곳이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 소유의 워싱턴 포스트 역시 인스턴트 아티클에 올인하면서 디지털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려고 합니다. 반면 구독자를 더 중요시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은 정착지를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처럼 정착지와 유통을 모두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곳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가상의 울타리를 치고 거의 비슷한 양의 링크를 자사 사이트와 인스턴트 아티클에 뿌렸습니다. 다만 자사에 올린 기사가 조금 더 많았죠.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언론사 vs. 기술 회사 … 그리고 언론과 민주주의 

기술회사와 언론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가운데, 관계의 중심이 언론사가 아닌 기술 회사에 쏠려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구글은 언론에게 빠른 로딩 페이지를 제공하고 사용자의 방문에 대한 데이터와 트래픽을 선사하지만, 그들은 이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 경험을 축적하며 알고리즘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또한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들의 담벼락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비디오들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디스플레이 광고를 위한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또한 직접 광고 거래에 참여하고 있죠.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기술 회사이고, 언론이 될 생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지만, 사용자를 확보하고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페이스북은 라이브 비디오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라이브 비디오를 활용한 매체에 돈을 지불한 사실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버즈피드의 수박 폭발 영상이나 뉴욕타임스의 편집 회의 장면이 라이브 비디오를 통해 생방송 되었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 비디오

페이스북 라이브 비디오

그러나 이 문제가 단순히 언론사와 기술 회사 사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언론의 존재 의의는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이러한 기본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 자유(자본과 기술 종속 우려)는 물론이고, 알고리즘이 큰 영향을 미치면서 더 많은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술 회사의 언론에 대한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언론사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 그래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한국과 같은 모습일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낼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는 상황이 조금 다른 한국에서도 더 많은 실험과 도전이 이어져 새로운 논의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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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불량푸우
초대필자

뉴미디어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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